28일 오후2시를 기점으로 케이블방송 종합유선방사업자(SO)들이 지상파 디지털 방송(KBS2, MBC, SBS) 재송신을 전면중단했다.

이로써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 중 약 500만 가입자와 HD케이블 가입자 약 270만 등 총 770만 가구가 HD 디지털 방송을 시청하지 못하는 피해를 입게 됐다. 그러나 지상파방송사와 케이블방송사 측은 서로 ‘네 탓’ 공방만 하고 있을 뿐, 해결을 위한 노력은 뒷전이다.

시청자들의 피해에도 케이블과 지상파는 서로 '쟤들에게 따지라'며 네 탓만 하고 있다.

▲ 지상파HD방송 중단에 대한 KBS와 MBC의 공지문

KBS·MBC·SBS, “가입하신 케이블 방송사에 문의하라”

KBS는 홈페이지를 통해 ‘케이블, 지상파HD 재송신 중단 안내’라는 공지를 통해 “케이블은 2011년 11월 28일 오후 2시부터 그 동안 무단으로 재송신해온 지상파 HD 재송신을 중단했다”며 “관련 사항은 가입하신 케이블 방송사에 문의해 주시기 바란다”고 책임을 미뤘다. 이어 “지상파 HD 채널은 안테나나 공청망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MBC 역시 “케이블TV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중단한 것이므로 관련 사항은 가입하신 케이블TV사업자에게 문의하라”고 공지했다.

SBS는 “지상파 고화질HD 채널은 안테나나 공청망을 통해 서울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시청이 가능하다”며, 또 “IPTV나 위성방송을 가입하실 경우에도 시청이 가능하다”라며 유료방송 갈아타기를 권했다.

SBS는 지상파 방송사가 케이블에 요구한 바는 “신규로 가입하는 가입자에게는 지상파 고화질 HD 방송을 제공하지 말라는 것”이었지만 “케이블은 자신들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전면적인 디지털 고화질 방송을 중단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면적인 고화질 방송 중단은 지상파 방송사가 요구한 것이 아니라 케이블이 가입자의 불편은 고려않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자초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상파 3사는 8일 저녁시간, 방송화면 자막을 통해 CJ헬로비전, 티브로드, 씨앤앰, HCN, CMB 등의 문의전화 번호를 내보내기도 했다. 해당 공지에는 논란의 원인이 된 직접수신비율을 높이겠다는 약속도, 구체적 계획도 포함되지 않았다.

CJ헬로비전·씨앤앰 등, KBS·MBC·SBS 대표전화 공지

케이블 측도 HD 재전송 중단을 지상파 탓으로 돌렸다.

CJ헬로비전은 홈페이지 팝업 공지를 통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국민들이 의무적으로 납부해 온 수신료로 난시청 환경을 개선하기는커녕, 난시청 해소를 위한 케이블TV의 노력은 무시한 채 국민 누구나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지상파 방송 유료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공지에 KBS, MBC, SBS의 문의 전화번호를 포함시켰다. HD 방송 중단에 따른 항의는 지상파에 하라는 뜻이다.

씨앤앰도 송출이 중단된 TV화면을 통해 “지상파 방송사들의 부당한 요구가 철회될 때까지 많은 이해와 격려를 부탁한다”며 각 지상파 방송사의 대표번호를 공지, 항의전화를 유도하고 있다.

케이블방송사들 역시 ‘지상파는 무료보편적 서비스’라고 강조하면서도 그것(무료지상파)을 이용해 이윤을 얻어왔다는 인정도, 신규 디지털방송 가입자가 아닌 전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방송을 중단시킨 것에 대한 해명도 전무했다.

▲ CJ헬로비전의 지상파HD방송 송출중단에 대한 공지문

시청자단체, “시청료 내라고 해서 꼬박꼬박 냈는데…”

시청자 단체들은 케이블과 지상파가 '방송중단으로 실질적으로 피해를 본 시청자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네 탓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소장 윤정주)는 29일 성명을 통해 “시청자가 무슨 죄가 있느냐”고 쓴 소리를 던졌다.

미디어운동본부는 “(시청자들은) 시청료 내라고 해서 꼬박꼬박 냈고, 난시청 때문에 지상파방송을 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유료방송에 가입했을 뿐인데 이것이 죄인가”라고 되물었다. 또 “시청자들은 지상파방송을 보기 위해 이중 요금을 내야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사업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상파 HD방송을 끊어 버렸다”고 개탄해 했다.

케이블 측에 대해, “당초 신규 디지털 가입자에 대해서만 재전송료를 내라는 법원 판결과는 달리 왜 디지털 가입자 전체를 대상으로 실력행사를 하고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디지털 케이블 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에게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고 따졌다.

지상파 방송사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책임은 지상파 방송이 지금까지 수신환경 개선에 모르쇠로 일관한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미디어운동본부는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도대체 방송통신위원회는 뭘 했느냐”며 “감독 기관으로서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각 사업자의 눈치만 보고 있는 사이 시청자는 시도 때도 없이 방송을 끊겠다는 협박을 받고 급기야는 그 협박이 현실이 됐다”고 비판했다.

국회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위원들 역시 공동성명을 통해 “지상파재전송 중단의 1차적 책임은 방송정책의 주무기관인 방통위, 최시중 위원장”이라며 “정권의 호위방송 종편에 골몰한 나머지 시청권 보호에는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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