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현대HCN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 저임금 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선포했다. 현대HCN지부는 협력업체 상황을 살펴본 후 파업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희망연대노동조합 현대HCN지부(이하 현대HCN지부)는 18일 파업을 선포하고 임단협 제시안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구체적 파업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강지남 현대HCN지부장은 이날 현대HCN 사옥 앞에서 "이번 파업은 인간다운 삶을 만들기 위한 투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HCN지부는 협력업체들과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했지만 최근 결렬됐다. 현대HCN지부는 사측에 ▲설치·철거 업무 담당자 정규직 전환 ▲저임금 구조 개선 ▲업무비·자재비 회사 지원 ▲연차휴가 사용 보장 ▲KT스카이라이프 인수에 따른 고용보장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했다. 서초센터·관악센터는 “취업규칙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며 임금인상 불가를 선언했고, 동작센터·포항센터 등은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희망연대노동조합 현대HCN지부 파업 선포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강 지부장은 “사측은 온갖 말로 조합원을 흔들었다”며 “대구, 강남, 상주, 포항센터는 임단협 조정에서 ‘노조를 못 믿겠다’고 했다. 또 다른 센터는 교섭장에서 희망연대 측에 ‘당신 신분을 믿지 못하겠다.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모욕을 줬다”고 협상 결렬 과정을 설명했다.

또 강 지부장은 “현재 현대HCN 노동자들은 개인차량을 몰고 일하고 있다”며 “회사 차량을 이용하면 ‘렌트비’가 급여에서 차감된다. 어느 노동자가 자기 돈 써가며 일하고 싶어하는가”라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토로했다.

현대HCN지부 조합원 A씨는 “사측과 대화를 하며 상생하고자 했다”며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무반응과 무시였다. 우리가 현대HCN을 위해 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A씨는 “기사들은 점심도 거르고 일하고 있지만 몇몇 센터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연월차도 없이 일하는 노동자도 있다. 사측이 계속 노동자를 무시한다면 우리도 묵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현대HCN 조합원 B씨는 “주변에선 ‘월급 올리려고 파업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맞다”며 “10년 이상 일해도 최저시급에 준하는 연봉을 받고 있다. 지금의 연봉으론 생활을 꾸려나가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대HCN 협력업체의 노동조합 탄압 사례가 공개됐다. 상주센터는 지난 3월 노조 조합원들에게 “희망연대 때문에 못하겠다”, “희망연대가 아니라 한국노총으로 하자”고 했다. 또한 사측은 노조 가입 여부에 따라 출근 시간을 달리 했다. 사측이 정한 출근 시간은 조합원 8시 45분, 비조합원 9시였다.

구미서부센터·동부센터는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 희망연대에 따르면 구미서부센터는 조합원들에게 “희명연대는 취약하니 회사 노조로 들어와라”, “노조에 가입하면 전송망 사업 재입찰이 안 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구미동부센터는 “영업 설치 줄여가며 보너스 줄 예정이었는데 (노조에 가입해) 안 줄 것”, “일하기 편해서 노조 가입했나 본데, 이대로 흘러가면 힘들어진다”고 협박했다.

포항북구센터는 직장 폐쇄를 예고했다. 포항북구센터는 “회사에서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며 “직원이 12명인데 교섭을 월 2회 하면 업무에 지장이 생긴다. 우리도 열악한 환경인데, 자꾸 그러면 (직장 폐쇄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케이블TV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한 지역에서 십 수년간 설치·수리·망 유지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직장이 폐쇄되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와 관련해 현대HCN 측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협력업체와 물량 도급을 맺고 있으므로 인력 문제에 관여할 수 없다”며 “임단협 대상은 현대HCN이 아니라 협력업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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