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국 언론의 분쟁지역 취재는 ‘외신’과 ‘SNS’가 대신하고 있다. 주요 언론은 분쟁지역에 기자·PD를 파견하지 않고 외신 보도나 SNS를 인용보도한다. 이에 대해 김영미 프리랜서 PD는 “분쟁지역 취재는 프리랜서 언론인 몫”이라며 “KBS·연합뉴스처럼 국가의 지원을 받는 언론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전정윤 한겨레 국제부장은 13일 <한국에 분쟁지역 전문기자가 적은 이유> 칼럼에서 “한국에는 ‘분쟁 전문’으로 부를 수 있는 언론인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고 밝혔다. 전 부장은 “정문태 분쟁지역 전문기자는 ‘제대로 된 전선 기자를 키우려면 막대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데, 한국 언론이 그런 걸 추구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며 “뼈아픈 지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친 미얀마 쿠데타 국면에서, 미얀마에 자사 기자를 출장 보낸 한국 언론사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리아 분쟁지역. 본 사진은 기사 본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연합뉴스, AFP)

전 부장은 “한국 언론사는 특정 기자한테 장기간 전쟁 취재를 전담시킬 만한 여건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미얀마 군부와 한국 기업의 경제 협력이 논란이 되는 세상이다. 가장 첨예한 정치와 비즈니스의 현장인 분쟁지역에서 한국은 이미 서방의 눈으로만 분쟁을 바라봐도 되는 제삼자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 부장 지적처럼 한국 언론사가 정규직 언론인을 분쟁지역에 파견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과거 정문태 전 한겨레 기자, 이진숙 전 MBC 기자 등 분쟁지역에 취재를 나가는 정규직 언론인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프리랜서 언론인이 그 자리를 메웠다. 국제분쟁 전문기자로 유명한 김재명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신문사에 소속된 상태에서 분쟁지역 취재에 나서기 어렵다"며 중앙일보를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전향한 바 있다. 대표적 분쟁지역 전문 언론인인 김영미 PD, 이유경 기자는 프리랜서다.

주요 언론은 특파원을 미얀마로 보내지 않고, 외신과 SNS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는 미얀마에 특파원을 파견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방콕·베트남·인도네시아 특파원이 미얀마 관련 보도를 하고 있으며, 현지 통신원이 미얀마 현장 소식을 전하고 있다. KBS 역시 방콕 특파원이 미얀마 소식을 전한다.

이와 관련해 김영미 PD는 14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 언론은 분쟁지역 전문기자 양성에 투자하지 않는다”며 “정규직 언론인이 분쟁지역에 가서 사망하면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리랜서 언론인이 국민 알권리를 위해 분쟁지역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김 PD는 프리랜서 언론인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PD는 “분쟁지역 취재를 나간다고 언론사의 취재비 지원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라며 “취재비 지원액은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프리랜서 언론인들은 스스로 돈을 마련해 분쟁지역을 간다”고 했다. 김 PD는 “외신은 분쟁지역에 가는 프리랜서 언론인에게 정규직 직원 이상의 지원을 해준다”며 “외부 인력을 위험지역으로 보내는 것에 대한 면죄부다. 하지만 한국 언론사에는 면죄부도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김 PD는 “일부 언론은 SNS를 통해 분쟁 관련 기사를 작성하는데 위험한 보도”라며 “분쟁지역에는 루머가 많고 팩트체크가 어렵다. SNS 게시글에 대한 사실 여부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용보도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밝혔다. 김 PD는 “제대로 된 분쟁지역 보도를 원하는 국민이 많아진 만큼, KBS·연합뉴스처럼 국가 지원을 받는 언론사가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은 연합뉴스에 대한 지원을 줄여 ‘해외취재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탁 소장은 13일 “연합뉴스에 대한 국가 지원을 대폭 줄여 그 예산으로 별도의 '해외취재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해외취재기금은 언론사나 개인이 취재계획서를 제출하고 별도의 독립적 기구에서 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지원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는 “미얀마에 특파원을 파견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파견하지 못한 것”이라며 “미얀마 교통편이 막혀 방콕 특파원을 미얀마로 파견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미얀마 정부가 취재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는 “비즈니스 비자 발급은 가능했으나 취재자의 신변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입국 후 3주 격리를 거쳐야 해서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는 “현지 교민 중 언론경력이 있는 인물을 통신원으로 고용해 현장 취재를 하도록 하고 있다”며 “통신원 파견 전 방콕 특파원이 미얀마 내 다양한 취재원을 대상으로 취재를 해 현지 상황을 전달했다. 외신과 SNS만으로 취재를 대신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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