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행정안전부가 언론에 건넨 자료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의 구체적인 국내 수급계획이 알려지면서 비밀유지협약 위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비밀유지협약 위반 소지가 있다며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정부 소통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가 언론에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시작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10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 도입 일정과 물량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었다. 그동안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등 보건당국은 제약사와의 비밀유지협약을 이유로 구체적인 백신수급 일정·물량 등을 밝히지 않았다. 행안부·중수본에 따르면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관련 내용은 정정됐다.

하지만 12일 중앙일보가 전 장관 발언을 인용한 지면 기사를 통해 5~6월 코로나19 백신 주차별 수급계획을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기사 수정을 요청했고 해당 기사의 내용은 온라인상에서 정정됐다. 중앙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중대본 수뇌부인 전 장관이 업체와의 비밀유지 사항을 사전 조율 없이 발언한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면서도 구체적 수급계획을 보도했다.

중앙일보 12일 <전해철 “화이자 이달 175만회분, 내달엔 350만회분 온다”>, 13일 사설 <백신 둘러싼 소통 혼선, 국민은 불안하다>

중앙일보가 이 같은 보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행안부가 건넨 자료 때문이었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인터뷰 과정에서 행안부 장관이 백신의 주차별 물량에 대해 설명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후 실무진의 자료제공 과정에서 비밀유지협약 위배 소지가 있는 자료가 제공되었고 이 부분이 기사화됐다"고 밝혔다.

이어 손 반장은 "제공된 자료의 세부공급계획은 현재 저희가 제약사들과 확정한 공급계획과 차이가 있는 내용이었다"며 "결과적으로 저희 방역당국 내부의 실무적 실수로 이런 비밀유지협약 위반 소지가 있는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기자단의 혼란을 초래하게 된 점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종합하면 행안부가 언론에 건넨 자료는 비밀유지협약 위배 소지가 있을 뿐더러 백신도입을 총괄하는 중수본이 확인한 수치와도 다른 내용의 정보라는 것이다.

손 반장에 따르면 행안부 언론 인터뷰 이후 실제 제약회사들이 정부에 우려를 표명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는 제약회사에 언론보도 경위를 설명하며 정보관리·보안 개선방안을 설명하는 중이다.

비밀유지협약의 주요 내용은 백신의 총공급량과 최초도입 일시, 기간 등은 공개가 가능하지만 구체적인 가격이나 세부적인 백신도입 일정, 일정별 물량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협약 위배 시에는 백신공급 중단·연기 등의 '패널티'가 부과될 수 있고, 이 경우에도 계약 대금은 지불해야 한다.

손 반장은 "백신도입을 경쟁하고 있는 다수국가들의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제약사의 요청이 반영된 협약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제약사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요구를 해서 체결하고 있는 협약이다. 다시 한 번 비밀유지협약의 내용과 주의사항을 범정부적으로 공유했다"고 부연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는 13일 사설 <백신 둘러싼 소통 혼선, 국민은 불안하다>에서 "복지부는 '제약사들과의 비밀협약 위배 소지가 있다'고 언론보도를 문제 삼았다"며 "중대본에 참여하는 행안부와 복지부 공무원들의 손발이 맞지 않아 벌어진 일을 놓고 뒤늦게 언론에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행안부는 구체적인 백신 도입 계획을 보충자료로 제공했다고 한다. 이 자료를 토대로 다른 언론이 추가 취재해 5~6월 화이자 백신 약 529만 회분이 들어오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890만 회분이 들어온다고 보도했다"면서 "비밀협약을 구실로 내세워 정확한 백신 정보를 제때 공개하지 않는 정부의 폐쇄적 행정이 더 문제라는 비판도 있다"고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비밀유지협약 위반 소지의 책임을 언론에 떠넘기고 있다는 중앙일보 사설에 대해 "그런 것 아니다. 저희가 실수한 건데 언론에 왜 책임을 떠넘기나"라며 "정부는 언론에 책임을 떠넘기는 의도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저희가 잘못한 건 잘못한 것이다. 전혀 그런 의도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밀유지협약 위반 소지가 있었고, 제약사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던 일을 초래한 부분에 대해 사과표시를 한 것"이라며 "'왜 이걸 언론에서 보도를 했느냐' 그렇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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