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관련 조선·동아일보 사설에 대한 논평-

지난 3월 23일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 포럼’이 소위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출간했다. 그러나 출간과 동시에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와 이를 출간한 ‘교과서포럼’은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고 있다. 일제 감정기를 “근대국민국가 수립 능력이 축적된 근대화 시기”라며 친일파의 논리를 펴는가 하면 5·16 쿠데타를 “근대화 혁명의 출발점”으로 규정해 미화하는 등 균형을 상실한 역사인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대안교과서’의 균형을 잃은 역사인식을 질타하기는커녕 그것을 미화하면서, 기존 역사교과서에 대해 또 다시 색깔론을 펼쳤다. 조선일보는 25일 사설 <시대착오 좌파 역사교육 바로잡을 ‘대안교과서’>를 싣고 ‘대안교과서’가 “개화파에 대한 긍정적 인식, 이승만 등에 의한 건국 과정과 박정희 주도 ‘근대화 혁명’에 대한 객관적 평가, 한국근현대사의 기본 흐름에서 벗어난 북한의 위상을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살펴 봤다”며 “역사를 보는 시야를 크게 넓힘으로써 대한민국이 걸어온 성공의 역사를 올바로 인식할 수 있게 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기존의 역사교과서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은 하나하나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면서 북한은 단계마다 전진을 계속해 온 것으로 긍정적으로 서술했다”고 주장했다. 도대체 조선일보가 민중사관에 입각했다고 지적한 금성출판사 교과서 어디에 북한을 ‘단계마다 전진을 계속해 온 것으로, 긍정적으로 서술’한 내용이 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이 교과서에는 북한을 “만성적인 식량과 에너지 부족, 공장 가동률의 저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통치 조직의 효율성도 떨어지고 있다. 특히, 심각한 식량난으로 탈북자가 늘어나고, 김정일에 대한 북한 주민의 신뢰도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307쪽)”고 서술하고 있다. 혹시 조선일보는 이런 표현도 ‘긍정적’인 서술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동아일보의 미화는 한술 더 뜬다. 같은 날 사설 <역사인식의 지평 넓힐 뉴라이트 대안 교과서>는 ‘대안교과서’가 “단기간에 민주화와 산업화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강조하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기존 역사교과서들은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며 분단, 독재, 부정부패와 같은 ‘부끄러운 역사’를 부각시켜왔다”는 것이다. 심지어 동아일보는 “우리 아이들이 역사 수업에서 조국에 대한 뿌듯한 자긍심을 느끼기는커녕 ‘죄 많은 나라에 태어났다’는 죄의식을 먼저 배웠다”고 한탄했다. 도대체 이 세상 어느 나라 교과서가 제 나라 국민들에게 ‘너는 죄많은 나라에 태어났다’고 가르친단 말인가? 우리는 동아일보가 기존 교과서 어디에 그런 죄의식을 가르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기 바란다.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가르치는 것이 ‘죄의식 교육’이라면 과거를 무조건 미화하고 포장하는 일본우익의 행태가 ‘자긍심 교육’인가?

또 동아일보는 기존 교과서가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이 분단을 초래했다고 기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는 광복과 대한민국의 건국 등의 내용을 다룬 ‘광복과 대한민국의 수립’이라는 장에서 “광복 이후 통일 민족 국가를 세우려는 다양한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민족 구성원들 사이의 좌우 이념 대립과 세계적으로 깊어진 냉전 체제로 인하여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3년 만에 남한에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서고, 이어 북한에도 별개의 정부가 세워짐으로써 분단은 굳어지고 말았다”(248쪽)고 기술하고 있다.

또 ‘38도선, 분단의 시작’이라는 장에서도 “(미국과 소련의 군대가) 일본군의 무장 해제를 구실로 38도선을 경계로 한반도를 둘로 나누어 남과 북에서 각각 점령군 행세를 하였다. … 미국과 소련의 대립이 점차 표면화되자 38도선은 사실상 남북을 둘로 나누는 분단선이 되고 말았다”(256쪽)로 쓰고 있다. 교과서 어디에도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이 분단을 초래했다는 주장을 찾아 볼 수 없다.

이미 지난 2004년 수구신문들은 교육부의 합법적인 검증과정과 한나라당 의원들도 참여해 수정을 거친 금성출판사 역사교과서에 대해 색깔공세를 퍼부으며 ‘이념논쟁’을 부추긴 바 있다. 우리는 조선·동아가 과거사 관련 사안에 이같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도둑이 제발 저린 탓’이 아닌 가 한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친일’과 ‘군사독재’에 부역한 자신들의 과거를 합리화하고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일제 강점기를 ‘근대문명의 수용’으로, 군사독재를 ‘근대화 혁명의 출발’로 분칠해도 ‘역사적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과거를 미화하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마음 편한 일이라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2008년 3월 2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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