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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 울산'의 상승세, 한편의 드라마 같은 이유[블로그와]김지한의 Sports Fever
김지한 | 승인 2011.11.27 10:08

울산 현대는 올 시즌을 앞두고 우승후보로 많이 거론된 팀이었습니다. 설기현, 곽태휘, 강민수 등 A급 선수를 대거 영입하면서 국가대표급 스쿼드를 갖췄기 때문입니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의 조합, 탄탄한 조직력이 기대돼 어느 해보다 많은 기대를 갖고 새출발했던 팀이 울산 현대였습니다. 

하지만 울산의 2011 정규리그는 그리 화려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꾸준하게 승점은 챙겼지만 팀 기록에서도 드러나듯 수비 지향적인 축구를 구사해 눈에 딱 들어오는 색깔이 없었던 게 울산에게는 '약점 아닌 약점'이었습니다. 그러다 시즌 중반 3연패를 당해 중하위권으로 처졌을 때는 '더이상 기대할 것도 없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김호곤 감독의 보수적인 경기 운영, 설기현, 이호 등 기대했던 선수들의 부진에 따른 비난은 한동안 계속 이어졌습니다. 

   

울산 현대 (사진:김지한) 

그런 울산이 6위에 올라 간신히 턱걸이해서 K리그 챔피언십에 올랐을 때도 팬들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더욱이 젊은 색깔을 추구하며 홈에서 불패를 자랑하던 FC 서울과 6강 플레이오프를 펼쳐야 했기에 이를 긍정적인 시각은 많지 않았습니다. (저 또한 솔직하게 서울의 승리를 점쳤습니다)

그러나 울산은 챔피언십에서 완전히 다른 팀이 됐습니다. 서울을 꺾을 때만 해도 '그냥 한 번 이겼을 뿐'이라는 반응이었지만 4위 수원을 준플레이오프에서 승부차기로 꺾고 2위 포항을 플레이오프에서 1-0으로 꺾으면서 그들은 '진정한 강자'로 거듭났습니다. 그들의 최대 장점인 수비력은 챔피언십 내내 빛을 발했고, 설기현, 이호 등 정규시즌에서 부진했던 선수들은 펄펄 날았습니다. 시즌 전에 기대했던 모습들이 나타나면서 울산은 승승장구를 거듭했고 마침내 챔피언결정전까지 이름을 올리는데 성공했습니다.

평가절하당했던 김호곤 축구의 재조명

   

김호곤 울산 감독 (사진: 김지한)

울산이 성공을 거둔 데에는 김호곤 감독의 역량이 컸습니다. 2009년 울산 감독으로 부임한 뒤 2년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김 감독은 색깔이 뚜렷하지 않은 축구로 울산팬들로부터도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미 부임 첫 해,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에서 2군 선수를 내보낸 전력으로 비난을 받았고, 뚜렷하게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그리 좋은 시선을 얻지는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올 시즌 역시 좋은 스쿼드를 갖고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해 시큰둥한 반응을 얻었고, 자신의 프로 감독 첫 우승 경험이었던 컵대회 우승 역시 평가 절하당한 면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챔피언십에서 보여준 김 감독의 힘은 대단했습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경기 운영, 그리고 여유를 찾으려는 모습에서는 베테랑의 관록이 느껴졌습니다.

챔피언십에서 김 감독은 수비수 출신답게 수비력을 강화하면서 조직적이고 빠른 공수전환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운영을 펼쳤습니다. 공격-수비 간격을 최대한 좁혀 상대를 강하게 압박한 뒤 곧바로 빠르고 조직적인 역습으로 공격을 펼쳐 기회를 노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중원이 살아나니 서울, 수원, 포항이라는 강팀을 만나면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고 이는 울산의 상승세에 큰 원동력이 됐습니다. 특히 김신욱, 곽태휘 등 장신 선수를 활용한 포스트플레이, 이른바 고공 축구는 울산이 상승세를 타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서울을 상대로 3골을 넣은 데에는 이 고공 축구의 힘이 컸습니다. 

여기에 정규시즌에 부진했던 선수들을 전적으로 믿는 이른바 '뚝심 축구'도 빛을 발했습니다. 준플레이오프 승부차기에서 실축했던 설기현을 별다른 말없이 플레이오프 패널티킥 키커로 나서도록 한 것도 김 감독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준플레이오프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골키퍼로 김영광 대신 김승규로 나선 것에 대해 "골키퍼 코치의 조언이 있었기에 그렇게 했다"고 했지만 최종 선수 기용 결정권자인 김 감독의 믿음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입니다.

   

챔피언십에서 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울산 스트라이커 김신욱 (사진:김지한)

강점과 경험, 믿음을 바탕으로 한 김호곤 감독의 챔피언십 도전기는 그렇게 해서 성공기(記)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그런 김 감독을 다시 보자는 팬들의 반응도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떠오르고 있는 선수들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울산으로 이적한 설기현, 이호는 시즌 내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던 선수들입니다. 또 주력 스트라이커 김신욱 역시 컵대회에서만 잘 했을 뿐 정규리그에서는 8월 이후 단 한 골도 넣지 못하는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습니다. '골넣는 수비수' 주장 곽태휘 정도만 제 몫을 다 했을 뿐 주축 선수들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챔피언십에 들어서자마자 다른 면모를 보였습니다. 설기현은 큰 경기를 많이 경험한 선수답게 활발한 측면 돌파와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울산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했습니다. 또 김신욱은 '재발견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머리로, 또는 발로 위력적인 공격력을 과시하며 모처럼 간판 스트라이커다운 면모를 보였습니다. '아드보카트의 황태자'로 불렸다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던 이호 역시 미드필드진에서 노련한 공-수 조율과 광범위한 활동반경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단 3경기를 치르면서 보여준 활약 덕에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나는 과정을 밟게 됐습니다. 

새로운 스토리 만드는 울산, 분명히 주목할만 하다

혹자는 울산 현대가 '재미없는 축구'를 한다면서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여전히 평가절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울산이 보여준 저력에는 2007년 포항, 2009년 성남 만큼이나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재미가 있든 없든 무언가 부정적인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꿔가며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울산이 흥미롭게 보여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제 그들이 만날 팀은 '닥공 축구' 전북 현대입니다. 지금까지 올라온 것만으로도 눈길을 끌 만 한 '김호곤호' 울산 현대의 마지막 결말, 과연 '해피엔딩'으로 끝날 지, 그렇게 해서 팬들로부터 비난받던 시선을 완전히 돌려세울 수 있을 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입니다. 경기 후 김호곤 감독은 "체력적인 부분이 상당히 어렵지만 결승까지 왔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우승 욕심을 숨기지 않은 면이 뭔가 의미심장합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김지한  talktoji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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