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한국 최저임금 상승률이 '아시아 1위'라며 동결을 주장해 관련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최저임금 수준은 아시아 국가가 아닌 OECD 회원국과 비교돼 왔다. 전경련은 최저임금 절대수준을 비교하면서 아시아 국가 중 호주·뉴질랜드를 제외해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는 노동계 비판이 제기된다.

전경련은 11일 <한국 최저임금 인상률 및 절대 수준 모두 아시아 1위>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1일 배포한 <한국 최저임금 인상률 및 절대 수준 모두 아시아 1위> 보도자료

전경련은 "2011년 이후 아시아 18개국 최저임금 변화를 분석한 결과, 16~20년 중 한국 최저임금 연평균 상승률은 9.2%로 1위를 기록했다"며 "이는 2010년대 초반 두 자릿수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률을 기록한 중국, 베트남 보다 3~6%p 높고, 아시아 역내 제조 경쟁국인 일본, 대만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최저임금의 절대 수준 역시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실질적 1위'라고 했다. 전경련은 2019년 한국의 최저임금 절대액은 구매력 기준 월 2096달러, 달러 환산 1489달러(약 167만원)로 아시아 18개국 중 3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경련은 한국보다 최저임금 절대 수준이 높은 호주와 뉴질랜드는 제조업 비중이 낮아 두 국가를 제외할 경우 한국이 '실질적 1위'라고 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지난 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가 최저임금을 동결한 가운데, 국내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작년 7월 2021년 최저임금(시급)을 1.5% 인상한 8,720원으로 결정한 바 있다"며 "2022년 최저임금은 최종 동결되어야 한다. 아시아 경쟁국과 같이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을 통해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국내 포털사이트에 전경련 보도자료를 받아 쓴 기사 20여건이 게재됐다.

지난달 20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보도자료를 내어 "한국 최저임금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아시아 비교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전경련 주장은 아전인수격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한국의 최저임금 비교는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해왔다"면서 "한국의 경제규모 등을 고려할 때 아시아와의 비교는 적절치 않았기 때문에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는 물론, 노동계에서도 비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경련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계지표를 만들기 위해 비교대상에서 호주와 뉴질랜드를 제외하는 등 통계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2020년 호주 최저임금은 한화 약 17,400원, 올해 뉴질랜드 최저임금은 한화 약 15,800원 수준이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19년 5인 이상 사업체 정규직 통상임금 기준으로 한국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중은 34.5%다. OECD 국가들과 비교 시 연방 최저임금자료만 공개한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민주노총은 "유럽은 10인 이상 사업체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비교하고 일본은 5인 이상 사업체 기준으로 최저임금 비교 자료를 제출한다는 점에서 유럽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 최저임금 비중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9년 OECD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중 (그래프=민주노총)

또한 민주노총은 재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 억제를 주장하지만 이는 세계적 추세와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민주노총은 "독일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과 락다운을 경험했음에도 최저임금을 2년간 1.1유로 인상해 2022년 10.45유로로 결정했다. 영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도 락다운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에도 최저임금을 인상한 바 있다"며 "미국도 연방 계약직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15달러로 하는 행정명령을 발동, 연방 최저임금도 15달러로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인상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경련은 2019년 '1인당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 상대적 수준'을 기준으로 '주휴수당 포함 시' 한국 최저임금이 OECD 국가 중 최고수준이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 지표는 노동자 임금, 자영업자 소득, 기업 이윤 등이 모두 포함돼 있어 최저임금 비교 지표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또 한국만 '주휴수당'을 포함하는 방식의 편파적 최저임금 수준 비교로 비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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