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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징벌적 손배제, 보완·수용이 필요한 이유[언론법학회 세미나] 전략적 봉쇄소송, 악의성 입증 등 대안 제시…"시민과의 괴리 극복해야"
송창한 기자 | 승인 2021.05.10 09:55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언론법학계 토론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보완 방안이 제시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징벌적 손배제에 대한 평가는 박했다. 하지만 미국 처럼 '실제적 악의' 원칙을 세우고,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한다면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다는 것으로 '언론 자유'를 내세워 반대만 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정리된다. 

7일 온라인으로 중계된 봄철 정기학술대회 '언론법학자, 저널리즘의 길을 묻다'에서 지난해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논의됐다. 지난해 9월 법무부는 징벌 배상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후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리얼미터)

언론중재위 언론판결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2018년까지 언론 관련 민사소송 1심판결 중 원고승소율은 49.31%, 손해배상 청구의 경우 원고승소율이 39.74%에 불과했다. 상소심 원심판결 유지비율은 88.37%로 거의 뒤집히지 않았다. 2019년 언론관련 손해배상 인용액의 53.8%는 500만원 이하의 금액이었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입법 의지를 다졌으나 정치·경제 권력집단의 전략적 봉쇄소송 가능성,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의 우려가 제기됐다. 표현물에 대한 악의성·고의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또 허위사실·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가 존재하는 한국 상황에서 이중처벌의 소지는 없는지 등이 논란의 핵심이다. 

이날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표현의 자유의 걸림돌인가?'를 주제 발표한 장철준 단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우리 체계에서 명예훼손사건 언론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부과 시도의 가장 큰 비판은 언론에게 위축효과를 불러일으켜 정부의 언론장악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명예훼손죄를 폐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비판은 충분히 설득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장 교수는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그 핵심은 미국 명예훼손법 체계의 전형적 특징이라 말할 수 있는 '실제의 악의(actual malice)' 이론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를 도입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으며 나아가 공직자에 대한 비판적 보도에 손해배상이 적용되려면 '현실적·실제적 악의'(actual malice)가 입증돼야 한다. 

미국은 1964년 '뉴욕타임즈 대 설리번' 사건 판결을 통해 이 같은 원칙을 세웠다. 뉴욕타임즈는 당시 위증죄로 체포된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지지하는 인권단체의 기금모금 의견광고를 게재했다. 무장경찰이 비폭력 인권운동을 벌인 앨라배마주립대 학생들을 진압하며 학교를 포위하고 식당까지 폐쇄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 경찰국장 설리번은 뉴욕타임즈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앨라배마주 지방법원과 대법원은 설리번측 손을 들어줬으나, 미 연방대법원이 판결을 뒤집었다. 미 연방대법원은 언론사가 허위사실임을 인지하고, 아울러 사실의 진위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무모하게 무시한 것이 입증되었을 때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이 때 입증책임은 원고, 즉 공직자에 있다. 

장 교수는 "‘실제의 악의’ 이론은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 법제를 아우르는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자리잡았다"며 "만약 ‘실제의 악의’를 입증하는 데 성공한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은 허용되고, 징벌적 손해배상에 위축효과를 근거로 한 비판은 성립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징벌적 손배제와 관련해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에 기초한 위헌 논란이 제기된 적은 없다며 "명예훼손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위헌성 논란은 대부분 그 배상액의 과다를 문제삼은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법안에 '실제의 악의'에 대한 입증책임을 명시하거나 법원이 '실제의 악의' 법리를 채택한다면 '언론장악' 비판을 회피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언론시민사회에서 지적하는 '전략적 봉쇄소송' 가능성을 떨쳐낼 수 있고, 누가 '악의성'을 판단할 것인가라는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또한 장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사건을 '필수적 국민참여재판'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에서 국민참여재판은 형사사건에 국한된다. 장 교수는 "그간 언론보도의 명예훼손 재판에 비판이 가해졌던 것은 법률 판단이라는 명목 하에 실생활에서 시민이 체감하는 바와 큰 괴리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미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사건은 배심재판을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국민참여재판 시 배상액과 관련한 자의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변론 과정에서 '언론 보도의 악의성' 여부가 판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 등 언론3단체가 주최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타당한가'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언론중재법상 피해구제제도의 평가와 과제'를 주제 발제한 손형섭 경성대 법학과 교수는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징벌적 손배제 등 언론중재법의 내용이 과거 폐안된 안들을 경쟁적으로 입안하기 급급한 모습으로 비춰질만큼 허술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언론은 저널리즘적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점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언론중재법에서 유튜브와 같은 개인 미디어를 규제대상으로 할 것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고, 언론중재위에서 관련 검토를 하고 있음에도 의원 입법에서 이에 대한 새로운 입법안은 제안되지 않았다"며 "의원발의 법안을 일일이 검토할 만한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미 제안된 법안의 개별 쟁점이 법률로 수용 가능한지를 진지하게 검토해 개정 언론중재법에 포함하는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 교수는 "현재까지 대한민국 언론은 어떠한 것이 공적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이를 통한 취재, 편집, 기사 송출에서의 가치를 정립하지 못한 점이 없지 않다"며 "징벌적 배상논의나 기타 언론중재법 개혁 논의를 무조건 비판하고 반대만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분명히 사회적 여론과 합의를 고려해 한발 나아간 언론중재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언론중재위에서도 징벌적 배상제도를 실효배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도 한다"고 덧붙였다. 

'환상 속의 언론자유와 현실 속의 언론자유'를 주제 발제한 김정호 연세대 강사는 '언론자유'와 '언론자율'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 강사는 "언론자유는 언론자율로 환원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언론자유의 공적 기능을 위해 언론자율이 제한될 수 있는 자유"라며 "언론자유란 비국가 권력을 포함하는 권력의 지배도구로 사용될 자유가 아니고, 편파적인 플랫폼 또는 창으로 기능할 자유도 아니며, 또한 의도적인 허위사실을 표현할 자유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강사는 '언론자유의 공적기능'을 위해 '언론자율'의 제한이 허용돼야 하는 이유로 ▲언론자유를 특별하게 보호하는 이유는 언론사 사주나 언론보도 종사자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게 아니라 그런 보호가 공적기능에 기여한다는 점 ▲언론에 대한 공적지원의 정당성은 '언론의 공적기능 제고'에 있다는 점 ▲화자(speaker)이자 시민들이 의견을 얻는 창(window), 즉 공론장을 대체하는 언론의 사회적 책무 등을 꼽았다. 

김 강사는 "언론자유의 의미를 재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변화된 현실에 부합하는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라며 "현실과 언론자유 간 존재하는 불일치와 갈등을 고민하지 않으면서 언론자유의 고전적 이해만을 되풀이하는 것은 언론자유를 환상 속에 빠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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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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