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경기는 언제나 시작 전부터 끝까지 흥미와 기대를 갖게 합니다. 여기에 이야깃거리가 있다면 더 할 나위 없겠지요. 오는 주말 열리는 K리그 챔피언십 플레이오프는 그런 의미에서 경기 전부터 많은 관심이 갑니다.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십 플레이오프가 26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립니다. 공교롭게 '동해안 더비' 포항 스틸러스(정규리그 2위)와 울산 현대(정규리그 6위)가 만났습니다. 울산이 수도권 빅2, FC 서울, 수원 삼성을 잇달아 물리치면서 자연스레 이 더비 매치는 성사됐습니다. K리그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두 팀의 만남, 벌써부터 포항, 울산을 비롯한 경북 축구팬들은 들썩이는 분위기입니다.

두 팀의 대결은 K리그의 숨겨진 '명품 더비'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K리그 원년멤버 포항과 K리그 2년차부터 뛰어들어 K리그 역대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울산의 만남은 언제나 축구팬들을 흥분시켰습니다. FC 서울, 수원 삼성의 '수도권 더비'에 지금은 다소 밀려 있다 해도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도 지난해 포항과 울산의 '동해안 더비'를 소개해 '클래식 더비(Classic Derby)'로 인정했을 정도로 치열한 경쟁과 많은 이야깃거리는 팬들의 관심을 꾸준하게 사로잡았습니다.

1984년 현대가 프로축구에 참가하면서 시작된 포항과 울산의 대결은 지금까지 모두 134차례 이뤄졌습니다. 역대 전적은 51승 44무 39패로 포항이 우세합니다. 하지만 올해 2차례 맞대결에선 1승 1패로 팽팽하며 지난해에는 2번 대결에서 모두 비겨 호각세를 보였습니다. 올해 순위에서 포항이 앞섰다 해도 서울, 수원을 꺾은 울산의 기세가 대단해 이번 경기 역시 대단히 치열한 명승부가 점쳐집니다.

K리그 최고 명승부 '1998년 플레이오프 1,2차전'

두 팀의 더비 매치하면 기억나는 경기로 몇 개 꼽히는 것이 있습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1998년 플레이오프 경기입니다. 당시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진 플레이오프에서 양 팀은 치열한 접전을 펼쳐 두 팀의 더비 역사 뿐 아니라 K리그 역사에도 길이 남을 명장면이 펼쳐졌습니다.

1차전에서 두 팀은 동점과 역전, 동점, 재역전을 반복하며 엎치락뒤치락한 접전을 펼쳤습니다. 그러다 후반 추가 시간에 포항의 백승철이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트리며 3-2 포항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리고 이어 펼쳐진 운명의 2차전. 역시 치열한 접전이 펼쳐진 가운데 울산이 선제골을 넣고 포항이 동점골을 넣어 1-1 무승부로 끝나가려 했습니다.

그러나 후반 45분, K리그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바로 울산 골키퍼 김병지가 골을 넣은 것입니다. 김현석이 올린 프리킥을 상대팀 문전까지 올라간 김병지가 높이 솟구쳐 정확하게 헤딩슛을 했고, 이것은 그대로 포항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꽂혔습니다. 이 골 덕분에 1,2차전 합계 4-4 동률을 이뤘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울산의 4-1 승리로 끝나며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습니다. 김병지의 골은 미국 CNN 등 주요 외신, 뉴스 채널 등에도 소개될 정도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이후 포항-울산 경기는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우승 길목마다 만난 두 팀,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이후에도 두 팀은 우승으로 가는 길목마다 대결을 펼쳤습니다. 2004년에는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따바레즈의 결승골로 포항이 1-0 승리를 거뒀고, 2007년에도 준플레이오프에서 대결을 펼쳐 후반 31분 '깜짝 스타' 이광재의 결승골로 포항이 2-1 승리를 거둬 2번 연속 웃었습니다. 두 경기 모두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는 접전을 펼쳤고, 1998년의 아픔을 잇달아 극복했던 포항이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에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0-0 무승부를 거둔 뒤 승부차기에서 울산 골키퍼 김승규라는 깜짝 스타의 등장을 확인하며 울산이 4-2 승리를 거두고 준플레이오프에 올랐습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대결도 많았고, 그만큼 명승부와 함께 깜짝 스타의 등장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1998년과 2004년, 2007년, 2008년 대결을 놓고 보면 두 팀 모두 나란히 2번씩 웃었으니 우열을 가리지 못했습니다.

▲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소개한 포항-울산 더비

'동해안 더비'의 가치를 높인 두 인물, 김병지-설기현

명승부도 흥미로웠지만 이야기거리가 있는 것도 더비의 가치(?)를 높이는 게기가 됐습니다. 그 중심에 섰던 인물은 바로 김병지와 설기현입니다.

김병지는 프로 데뷔를 했던 울산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2001년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김병지와 울산의 관계는 좋지 않았습니다. 연봉 협상, 해외 진출 등에서 갈등이 컸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의도한 것인지, 아닌 지는 모르겠지만 이후 김병지는 울산만 만나면 평소보다 더 많은 선방쇼를 펼쳤고, 그 덕에 포항은 울산에 우위를 점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이른바 '김병지의 저주'가 등장한 것입니다. 공교롭게 김병지가 FC 서울로 이적한 2005년 이후 이 저주는 풀렸고, 이는 FIFA에 더비를 소개하면서 주요하게 다루기도 했습니다.

최근 포항과 울산 사이의 이슈메이커를 꼽는다면 단연 설기현입니다. 유럽 무대를 청산하고 K리그 무대에 들어와 포항 스틸러스에서 반 시즌 활약했던 설기현은 이듬해인 올해 초, 울산 현대로 갑작스레 전격 이적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습니다. 지난 시즌이 끝난 직후부터 포항과 갈등을 빚다 곧바로 조용히 울산 현대로 이적했는데 여러 과정에서 많은 잡음이 있다보니 포항팬들은 설기현을 '배신자'로 낙인찍기까지 했습니다. 설기현 때문에 화제가 생기고 두 팀 간 경쟁 심리를 더 자극시켰다 해서 아예 '설기현 더비'로 부르자는 말도 심심치않게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경기 수준은 대단히 치열하고 흥미롭게 이어질 것입니다. 이번 챔피언십 플레이오프를 통해 K리그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던 동해안 더비가 재조명받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K리그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더비이자 2011 K리그 챔피언을 향한 세 번째 관문이 열릴 포항 스틸야드는 용광로처럼 또 한 번 뜨겁게 달아오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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