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최근 한국 드라마에 복수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복수극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복수 대행 서비스라는 타이틀까지 달고 나온 드라마는 목적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지난주 종영한 tvN <빈센조>도 복수극이다. 부모 죽음과 관련된 복수가 근간이 되어 악랄한 거대 기업 회장의 만행을 처단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악의 카르텔에 법을 다루는 자들도 포함되었다. 가장 악랄한 존재로 법조인들이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SBS <모범택시>는 이런 복수 열풍의 정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드라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피디 출신의 연출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와 가치는 더욱 커진다. 시청자들은 <그알>의 드라마 버전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실제 <그알>에서 다뤘던 소재들이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모범택시>의 재미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했던 처벌이 이루어진단 점이다. 현실에서는 아무리 죄를 지어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범죄자들이 드라마에서는 끔찍한 처벌을 받는다. 드라마에서 악인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사법기관을 비꼬고 조롱한다. 그래서 그들은 복수 대행 서비스를 만들었다.

학폭에서 불법 동영상을 유통한 웹하드 회장, 여기에 보이스피싱을 다룰 다음 회차까지 <모범택시>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을 다룬다. 존재하지 않는 사건을 만든 창작물이 아니다. <모범택시>에선 말 그대로 우리가 뉴스를 통해 접한 수많은 사건이 그대로 재현된다.

드라마는 가상의 이야기이다. 창작물로서 일정 부분 현실과 괴리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범죄물의 경우 안도감을 가지게 만든다. 물론, 로맨스의 경우 선망의 감정을 선사하기도 한다. 드라마라는 장르는 실제가 아니라는 확신이 존재한다.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모범택시>는 이 환상 속에 현실을 심어놨다. 그저 허무맹랑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에 여전히 각인된 악랄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현실과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통쾌함을 선사한다.

웹하드를 운영하며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른 자는 전관들을 내세워 징역 5년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했다. 불법 동영상 유통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지만, 그에게 주어진 벌금은 천만 원이 조금 넘는 것이 전부다.

드라마에서 그 엽기적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죽었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지만 이런 자들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드라마는 던지고 있다. 현실에서는 법의 비호를 받으며 돈의 위력을 실감하게 하지만, 드라마는 단죄를 했다.

많은 이들이 이 복수극에 끌리는 이유다. 현실에서 법은 왜 범죄자의 편에 서는 것일까? 법은 법을 전공한 자들의 싸움이다. 일반인이 법 기술자들과 맞서 싸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 보니 돈을 가진 자들은 돈으로 법 기술자들을 산다.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

대형 로펌이라는 곳들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법복을 입고 형 집행을 하던 자가 다음날 대형 로펌에 가서 자신이 형을 내린 자에 대해 비호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게 법이 만들어가는 경계가 희미해질수록 법에 대한 불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정의를 드라마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복수극은 환호를 받지만, 검찰을 비호하고 미화하는 드라마에는 조롱이 쏟아진다. 이게 바로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복수를 담은 이야기들은 더욱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

법을 돈 주고 사는 물건으로 만든 자들에 대한 불만은 그렇게 드라마를 통해 해소되고 있다. 돈만 있으면 법 기술자들을 사서 법을 이용할 수 있는 세상. 그 세상에서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느냐라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따를 수밖에 없다. 사적 복수를 유도하는 법치주의 국가의 문제를 법 기술자들이 알고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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