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뚫고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두 팀이 운명의 한판승부를 갖습니다.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십 준플레이오프가 23일 저녁 7시 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립니다. FC 서울을 꺾고 올라온 울산 현대, 부산 아이파크를 물리치고 올라선 수원 블루윙즈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위해 총력전을 펼칩니다.

만약 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팀은 오는 2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리는 포항 스틸러스와의 플레이오프 진출 뿐 아니라 내년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거머쥐게 됩니다.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경험이 비교적 많은 두 팀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 출전권에 대한 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큰 선물'을 걸고 하는 경기이지만 이 두 팀의 경기는 뭔가 모를 주목할 만한 매치업이 많이 예고돼 있습니다.

측면은 내가 지배한다, 염기훈vs설기현

▲ 울산 설기현, 수원 염기훈 ⓒ연합뉴스
우선 두 팀의 에이스 맞대결이 관심이 갑니다. 공교롭게 에이스는 모두 측면 공격수입니다. 바로 수원 염기훈과 울산 설기현이 그 주인공입니다.

염기훈은 그야말로 요즘 물이 올라있습니다. '왼발의 진정한 달인'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활약상이 대단합니다. 8월 이후에만 5골-10도움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상승세가 대단하며 지난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환상적인 왼발 프리킥으로 하태균의 골을 도우며 팀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왼발로 올리는 크로스는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졌으며, 경기 감각도 계속 올라가고 있는 것이 수원 입장에서는 고무적입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경찰청에 입대하는 만큼 어느 때보다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매 경기를 치르고 있는 염기훈은 홈에서 열리는 이번 경기에서도 최선의 플레이를 다짐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부진했던 설기현은 큰 경기에 강한 선수답게 6강 플레이오프에서 100% 이상 몫을 해내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김신욱, 고슬기의 헤딩골을 도우며 경기 감각이 살아난 설기현은 높아진 자신감으로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선전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측면을 활용한 공격이 많은 양 팀인 만큼 두 선수의 활약상에 따라 두 팀의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릴 공산이 큽니다. 때문에 어떤 선수들보다 이 두 선수의 활약이 주목됩니다.

국가대표 골키퍼 자존심 대결, 정성룡vs김영광

국가대표팀 골키퍼 맞대결도 흥미를 모으는 매치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난해 이후 부동의 No.1 골키퍼로 자리매김한 수원 정성룡, 늘 2인자이지만 경험만큼은 풍부한 울산 김영광의 자존심 맞대결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흥분하게 할 것입니다.

▲ 수원 정성룡,울산 김영광 ⓒ연합뉴스
국가대표에서의 입지는 정성룡이 확고하게 앞서 있지만 올 시즌 K리그 기록을 놓고 보면 김영광이 앞서 있습니다. 25경기에서 23실점을 기록해 0점대 방어율을 보이며 29경기 31실점을 기록한 정성룡보다 앞섰습니다. 여기에 국가대표 2인자의 설움을 이번 기회에 날리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어 김영광의 투지가 얼마나 셀 지 기대를 모읍니다. 하지만 정성룡도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 FA컵, 국가대표 등에서 아쉬운 성적을 냈던 터라 이번 승리를 통해 그동안의 아쉬움을 털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올해 두 선수는 두 차례 맞붙어 1승 1무로 정성룡이 조금 앞서 있습니다.(FA컵 정성룡 승, K리그 무승부) 하지만 두 선수의 실력이 비슷해 쉽게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승부차기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라 두 선수의 선방쇼가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고의 '골 넣는 수비수는 나!', 마토vs곽태휘

수원과 울산의 비슷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바로 '골 넣는 수비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선봉장에는 수원 마토와 울산 곽태휘가 있습니다.

마토는 올 시즌 7골을 넣으며 웬만한 공격수 못지않은 공격력을 발휘했습니다. 지난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전반 중반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대를 때리는 헤딩슛으로 공격력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마토가 7골을 넣었다면 곽태휘는 1골 더 넣은 8골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리그만 놓고 보면 울산 팀내 1위 기록입니다. 지난 6강 플레이오프에서 곽태휘는 서울을 상대로 사각 지대에서 골을 넣는 놀라운 득점력을 과시하며 팀 승리를 주도했습니다. 세트 피스가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점쳐지는 가운데, 이들의 활발한 공격력 가담이 얼마나 정확하게 잘 이뤄지느냐에 따라 성패가 엇갈릴 전망입니다.

공격력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주요 역할인 수비력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쳐야 합니다. 마토 입장에서는 김신욱, 설기현 등 상대의 고공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야 하는 중책을 갖고 있으며, 곽태휘는 염기훈, 이상호 등이 날카롭게 올려주는 크로스, 중원에서 찔러들어오는 패스를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합니다. 공격과 수비 모든 것을 골고루 보여주는 자만이 '최고의 골넣는 수비수' 칭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허를 찌르는 공격은 내가 최고!, 박현범-오장은-이용래vs에스티벤-이호-고슬기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 플레이를 책임질 선수들의 활약상도 관심을 가질 만 한 대상입니다. 수원에서는 박현범, 오장은, 이용래 등이 중원을 책임지며, 울산은 에스티벤, 이호, 고슬기 등이 맞섭니다. 모두 측면과 중앙을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때로는 빠른 침투로 공격에 활로를 불어넣는 역할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요. 저마다 갖고 있는 특징, 장점도 달라 두 팀의 색깔을 드러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기도 합니다.

활발한 움직임과 날카로운 패싱플레이, 때로는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상대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해야 하는,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포지션을 수행하는 이들이 얼마만큼 유기적인 호흡을 과시하느냐가 승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전통의 강호 맞대결 자체

지금까지 다양한 매치업을 살펴봤지만 사실 이 두 팀은 1990년대 중반 이후 K리그 강팀으로 꼽혀온 팀들입니다. 1990년대 중후반에는 두 차례나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바 있으며, 모두 치열한 접전 끝에 1승 1패(1996년 울산, 1998년 수원 우승)를 거둔 전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수원은 우승 3차례, 울산은 우승 1차례를 거뒀으며, 상위권 다툼에서도 늘 단골로 붙어 시선을 끌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두 팀이 간만에 맞붙는 챔피언십 맞대결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가질 만한 게 사실입니다.

추운 날씨가 예보돼 있지만 두 팀의 불꽃 튀는 승부는 수원 빅버드를 뜨겁게 달굴 것입니다. 적어도 '수비 축구'만 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추운 그라운드를 지켜보며 펄펄 뛰며 뜨거워지는 빅버드가 될지, 기대가 큰 이 매치업의 결과는 바로 오늘 저녁에 나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