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리더 김태원. 가수보다 '남자의 자격' 등 예능 프로에서 더 잘 알려져 그를 잘 모르던 청소년들은 김태원을 처음에는 '국민할매' 캐릭터를 가진 코미디언으로 알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는 데뷔 27년 차 락밴드 가수로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후 '위대한 탄생'의 국민 멘토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밥을 먹고 살 정도가 됐습니다. 1988년 부활이 해체된 후 그가 겪었던 우울증과 폐소공포증, 마약중독 등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얘기들을 모아 '우연에서 기적으로'란 책을 냈는데, 한마디로 김태원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책이라고 합니다. 그가 어제 앨범이 아니라 책을 들고 나와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졌는데요, 책을 많이 팔아서 수익금은 모두 장애인 복지를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태원은 왜 힘들게 쓴 책의 인세 수입을 모두 장애인을 위해 쓰는 걸까요? 그의 둘째 아들이 장애(자폐증)를 앓고 있는데, 형편이 어려울 때 장애아들 때문에 8년간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김태원은 지금 형편이 나아졌지만,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 장애아들을 키우며 겪는 어려움을 생각해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합니다. 김태원이 기부하는 것은 다른 연예인처럼 인기 유지를 위해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 부모들의 고생을 생각해서 나온 결심입니다.

지난주 '스타 인생극장'을 보니 김태원이 얼마나 가족과 가정을 생각하는지 알겠더라구요. 아내 이현주 씨는 연애시절에 김태원이 항상 기타를 품에 안고 다니기에 기타를 더 사랑하는지, 자기를 더 사랑하는지 묻고 했다는데요. 그때는 김태원이 음악에 미쳐 기타를 더 사랑했는데, 지금은 가족을 더 사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김태원은 '음악을 한답시고 가정을 소홀히 하거나 굶긴다면 그건 젤 밑바닥이고 남자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아내에게 든든한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우스갯소리지만요, 김태원이 '남격'에 출연하더니만 남자가 아니라 남편의 자격을 완벽히 갖춘 듯보였습니다.

그런데 김태원의 인세 기부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많은 걸 보고 놀랐습니다. 돈 벌어서 벤츠타고 다니면서 얼마나 팔릴지도 모를 책 한 권 내고 그 인세 기부한다고 너무 떠벌린다는 겁니다. 즉 인세 수입이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 김태원이 생색내는 건데 언론이 덩달아 춤추는 거라고 비아냥대고 있습니다. 또한 김태원이 과거 마약한 걸 미화한다고 낸 이미지 메이킹용 책일 뿐, 기부와는 거리가 멀다는 겁니다. 장애 이웃을 위해 큰일을 하는 것인데, 이것이 폄하되고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기부는커녕 수십억, 수백억을 벌고도 탈세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요, 정작 비난 받을 사람은 따로 있지 않나요? 좋은 일 하는데 박수는 치지 못할망정 왜 색안경을 끼고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김태원의 기부는 가정적으로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 때문에 나온 순수한 마음입니다. 작은 거라도 남에게 조건 없이 준다는 건 사람들에게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해 기부 문화 확산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부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지만요, 연예인 등 유명인의 기부는 대중들에게 많이 알릴수록 좋은 겁니다. 연예인들의 기부를 보고 작은 정성이나마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까요.

김태원의 기부는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입니다. 돈이 많고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부모라도 장애아를 키우면서 느끼는 마음고생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겁니다. 김태원 부부가 이런 고생을 직접 겪었고, 또 앞으로도 계속 해야 하기 때문에 그 고생을 음지에서 양지로 꺼내는 거라고 봅니다. 돈이 많아도 이렇게 고생인데, 가난한 부모들의 고생은 오죽하겠나 싶은 겁니다. 연말이나 선거철만 되면 장애 시설에 가서 사진 찍고 인증샷 남기는 거에 비하면 김태원의 기부는 정말 순수한 기부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기부에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무섭습니다.

김태원은 얼마 전 '남자의 자격' 합창단에서 그가 자작곡한 '사랑이란 이름에 더하여'란 곡의 수익금도 모두 기부하겠다고 했는데요, 그의 꿈은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살 곳을 마련해주는 거라고 합니다. 이번에 낸 에세이가 앨범 12장을 냈을 때보다 더 좋다고 기뻐했다고 하는데, 좋은 일을 했기 때문이겠죠. 장애가 있는 아이들, 그리고 그 가정에 김태원의 작은 정성이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김태원의 기부 바이러스가 퍼져 우리 사회가 더 따뜻한 세상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잘 키운 아줌마 열 처녀 안 부럽다. 주부가 바라보는 방송 연예 이야기는 섬세하면서도 깐깐하다.
블로그 http://fiancee.tistory.com 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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