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학의 사건' 최종보고서 등을 공개한 박준영 변호사가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나오게 된 주요 이유로 '단독보도'를 꼽았다. 박 변호사는 부적절한 단독보도가 이어지는 상황을 바로잡을 수 없어 팀을 나가게 됐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22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나올 때쯤에 단독보도들이 좀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단독보도들에 나와 있는 인사들의 명예와 관련이 있는 부분이었고, 문제가 있을 때 심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아 여기에서 계속 있다가는 이 단독보도로 인한 책임을 함께 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2일 SBS 홈페이지에 게재된 박준영 변호사 인터뷰 방송화면 갈무리

박 변호사는 "단독보도가 어떻게 나가게 됐는지에 대해 제가 나름 의심하는 사람한테 물어봐도 책임감 있는 대답을 하지 않고, 그러다 보니까 바로잡을 수 없고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는 "조사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이 함부로 나갔다. 조사과정에 함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내용들이 나갔기 때문에 단독보도의 출처는 조사단일 수밖에 없다"면서 "또 단독보도의 내용은 '김학의 사건' 관련 이름이 오르내리는, 대단히 명예에 큰 침해를 가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런 단독보도들이 막 나가니까 불안했다"고 했다.

문제적 단독보도를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박 변호사는 ▲한상대 전 검찰총장 연루설 ▲김학의 임명 최서원(최순실) 배후설 등을 언급하며 "그런 보도들이 상당히 부적절했고, 문제가 많았다고 봤다"고 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윤중천·박관천 면담보고서'에는 한상대 뇌물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접대 연루설,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골프접대 의혹, 김학의 전 차관 임명 배후에 최서원(최순실)씨가 있었다는 의혹 등이 기재되어 있었다. 윤석열 전 총장 접대 의혹을 보도한 한겨레는 해당보도가 오보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윤갑근 전 고검장 골프접대 의혹을 보도한 JTBC는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일부 패소했다. '최순실 배후설'을 보도한 KBS는 손해배상 소송 1·2심에서 패소, 재판이 확정됐다.

박 변호사는 "그냥 단독보도에 대한 책임 안 지려고 나온 거다. 저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가장 개인적이고 손쉬운 선택이었다"면서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서 그런 보도가 더 나가지 않게끔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한다면 사실 할 말 없다. 후회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공론화 이유에 대해 박 변호사는 "제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사법 개혁의 근거가 되고, 이렇게 악용되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며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 처벌 필요성에 비춰볼 때 재조사 과정에서의 오류를 지적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는 여론에 대해 박 변호사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자기가 한 행위만큼의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저지른 잘못 이상의 책임을 추궁당하면, 저지른 잘못조차도 부정하려고 한다. 그래서 합당한 책임이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 전 차관의 문제되는 행동에 대해 그에 상응한 책임은 반드시 져야 되는 것"이라면서도 "본인이 한 행동 이상의 책임을 지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일보·SBS 등 언론사를 선택해 자료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 박 변호사는 "진영 논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봤다"고 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제가 설사 '정치성이 있다'고 오해를 받는다 하더라도, 이 연재·기획기사 내용에 대해 저는 전혀 모른다. 어떻게 나오는지 온라인으로 떴을 때 알게 되는 구조"라며 "그렇다면 두 언론이 정치적 논란에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정치적 이유'로 이번 공론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분명히 말씀드린다. 어떤 연락이 와도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을 것이고 어느 쪽에도 지지의사를 표현하지 않을 것"이라며 "적어도 이 두 언론의 공론화에 흠이 생기는 정치적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고 더 주의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박 변호사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초 공론화를 한겨레와 진행하려 제안했지만 이후 한 칼럼을 보고 철회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보를 낸 언론이 반성하며 바로잡는 게 의미 있다고 봤다. 지난 1월 26일 현장 기자들이 성명을 발표할 당시 발표에 참여한 기자에게 제가 먼저 전화를 걸어 제안했었다"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윗선의 칼럼 하나를 보고 한겨레와의 공론화가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고 썼다.

당시 한겨레 현장취재 기자 41명은 성명에서 김 전 차관 불법출국 금지 의혹 등 자사 법조기사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쓰였다며 편집국 국장단 등에 공식사과를 촉구했다.

CBS 권영철 대기자는 이날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학의 관련 칼럼이 나갔는데 이게 한겨레 편집국장 출신이 쓴 칼럼"이라고 했다. 권 대기자는 "진영에 치우쳐 있다고 생각을 했고 데스크들이 이런 생각이면 기사가 데스크에서 막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제안을 철회했다"는 박 변호사 발언을 전했다.

지난 2월 3일 한겨레 박용현 논설위원은 칼럼 <김학의 출금과 정의의 형평>에서 "출국금지 과정에 절차 위반이 있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하지만 출국금지 자체의 정당성에 대한 평가는 출국금지의 필요성, 절차 위반의 심각성 정도, 그로 인한 기본권 침해의 정도 등 여러 요인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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