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기업 집단 지정이 예상되는 SBS·KBC(광주방송)·UBC(울산방송) 대주주 TY홀딩스·호반건설·삼라마이더스그룹(SM그룹)을 고려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대기업 규제를 완화하라는 요구를 여야는 가리지 않았다. 방송법상 지상파방송사의 대주주가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면, 이들 기업은 방송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다른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산규모를 줄여야 한다.

현행법상 대기업 집단 지정 기준은 자산총액 10조 이상 기업이다. 호반건설과 SM그룹은 내달 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방송법 제8조는 대기업이 지상파방송사 지분을 10%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호반건설과 SM그룹은 각각 KBC 지분 35.59%, UBC 지분 30%를 소유하고 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연합뉴스)

최근 방통위는 호반건설·SM그룹 관계자, KBC·UBC 노사관계자 등에 대해 의견청취를 진행했다. 자산총액 증가에 따른 이들 기업의 요구는 '규제완화'로 알려져 있다. 방송법 시행령 제4조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을 소유제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시행령 조항을 완화해달라는 요구다. 그러나 방통위는 현행법에 따라 대비하라는 입장을 이들 기업측에 전달해왔다.

방통위는 호반건설과 SM그룹이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면 6개월 내에 방송법 위반을 바로잡도록 하는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들 기업은 시정명령에 따라 방송법 위반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공정위 대기업 집단 지정 공시일 기준으로 10% 초과지분은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해진다.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광산구갑)은 "현재 일부 지상파 방송사 기업집단 10조원 초과가 예상돼 이슈"라며 "2008년 방송사업진입규제 완화 필요성이 생겼고 투자촉진을 위해 기준을 상향조정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국가경제 규모는 66%가 성장했고 10조 이상 기업도 많이 늘어났는데 방통위가 2008년과 같은 입장을 견지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현 방통위 부위원장은 "방송 특수성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 중이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와 방통위가 논의 중이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문제를 바라봐야 하지 않나"라고 답했다.

의견청취 결론이 무엇이냐는 이용빈 의원 질문에 김현 부위원장은 "찬성·반대의견이 공존하고 있고, 의견청취를 좀 더 진행해야 한다"며 "방통위로서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시 이 의원이 공정위 공시 전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냐고 묻자 김 부위원장은 "쉽지 않다"며 위법상황 발생 시 각 방송사 최대주주에 시정명령을 내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이용빈 의원은 "지역 방송사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통위의)종합적 검토 자체가 지역지상파 방송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방송법 시행령 개정여부를 포함해 검토내용을 보고해달라"고 방통위에 요구했다.

국회 과방위 야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서울 서초구을)은 올해 말 대기업 집단 지정이 유력한 SBS 최대주주 TY홀딩스 문제를 거론했다. 박성중 의원은 "(대기업 소유제한이)KBS·MBC는 적용 안 되는데 SBS만 적용되느냐"며 "다 같은 기업 아닌가. 어쨌든 KBS든 뭐든 전체로 보면 기업이다. SBS하고 지역민방만 적용되냐"고 따져 물었다.

박 의원은 "이런 게 전세계적으로 사례가 있나. 우리나라만 있는 사례"라며 "지금 세계는 OTT와의 전쟁을 펼치고 있는데 우리는 규모를 작게 하고 저쪽(글로벌OTT 자본)은 크게 놔두고 있다. 왜 이런 걸 생각 못하는지 방통위가 한심하다"고 비난했다.

김현 부위원장은 공영방송과 기업이 운영하는 민영방송은 다르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세계적 사례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로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재차 답했다.

방송통신위원회, KBC·UBC로고(사진=미디어스)

이 같은 여야의원들의 질의는 대기업의 여론 독점을 막기위한 방송법의 근본 취지를 뒤흔드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거대 자본으로부터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를 사회적 합의도 없이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언론의 근간 중 하나인 경제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도외시하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KBC·UBC를 포함, 주로 건설자본이 대주주로 있는 지역민방들의 보도행태는 '대주주 보도' 방송으로 비판받고 있다. 지난 9일 뉴스타파는 7개 지역 민방이 방통위에 제출한 '대주주 보도 보고서'를 공개, 지난해 이들 민방이 방통위에 제출한 최대주주 관련 보도 건수는 25건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누락된 수치로, 뉴스타파가 자체적으로 집계한 관련 보도는 총 60건에 달한다.

특히 2008년 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 사례를 근거로 현 방통위의 입장변화를 설명하라고 요구한 이용빈 의원의 발언은 당시 언론시민사회와 함께 방송 공공성 훼손 우려를 제기했던 민주당의 태도와 배치된다.

이명박 정부 최시중 위원장 체제의 방통위는 언론시민사회와 민주당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제한하는 방송법 시행령상 기업 자산총액 기준을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했다.

당시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성명을 내어 "국민의 자산인 방송의 공공성,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각종 소유·겸영 규제를 두고 있는 방송법의 취지와 정신이 허구적인 ‘산업화’, ‘시장주의’ 논리로 인해 파괴되었다"며 "일반제조업, 서비스업 등에서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지정하고 상한선을 5조원으로 하고 있는 마당에 국민의 자산인 방송,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생명으로 해야 할 방송 산업에 있어 ‘대기업 진입기준’을 10조원으로 완화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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