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문보고서조차 거부된 인사 임명강행은 떼쓰기 권력 남용의 전형이다 -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부터 법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후보자 최시중씨의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권한일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상식을 지닌 지도자라면 최시중씨의 방통위원장 지명을 철회하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실무에 밝은 전문가를 다시 찾는 것이 마땅하다.

지난 18일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는 최시중씨의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최시중씨는 방송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현실적 위치에 있지 못하다는 것과 청문회를 통해 제기된 땅 투기, 세금탈루, 자녀 병역문제 등 10여 가지 의혹이 해명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가 요구한 추가 검증 자료 제출마저 거부 하는 등 국회의 권위를 무시하는 등 공직자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판단도 추가 된 까닭이다.

주요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인사 검증을 거치는 것은 고위 공직자는 일반인 보다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 해당기관을 운용할 전문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방통위원장은 통신산업의 경쟁력 뿐만 아니라 민주사회의 여론형성 도구 중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방송언론 정책과 진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이므로 철저한 검증을 통해 높은 도덕성과 정치적 중립성, 업무능력이 탁월한 인사이어야 한다.

인사청문회에서 최시중 씨는 IPTV 등에 대해 동문서답을 하는 등 전문 능력도 갖추지 못한 것이 판명 되었으며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정책 중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해서 결정하겠다는 모호한 대답으로 일관 했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공격적인 대답을 이어갔다. 대통령과 담판을 해서라도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지키겠다고 했다.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서, 측근중의 측근으로서, 형님의 친구로서 그의 의중이 바로 대통령의 결심일 수 있다. 오히려 대통령 보다 더 큰 권력을 행사할 개연성이 있다. 방송과 소통의 인프라 통신까지 손에 쥐고 있다면 괜한 걱정이 아니다.

최시중 씨는 국민 대의의 최고 정점인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국민이 최시중 씨의 방통위원장 임명에 동의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것이 국회와 국민의 법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청문회 결과와 관계없이 이명박 대통령이 그를 방통위원장에 주저 없이 앉히려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씨는 국회법에 따른 인사청문회의 법정신과 상식을 넘어 떼를 쓰면 된다는 잘못된 의식을 갖고 있는 듯하다. 법은 도덕과 상식의 최소한이다. 상식을 벗어나 단순히 법의 자구에 기댄 떼쓰기로는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

언론노동자와 시민사회의 뜻을 거스르는 대통령의 떼법 강행에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무관용이 원칙임을 밝혀둔다. 이명박 대통령이 끝내 최시중 씨의 방통위원장 임명을 강행할지라도 언론노조는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임기에 상관없이 끈질기게 투쟁하여 방송독립을 지켜갈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씨는 자리를 보전하여 욕될 것인지 퇴진하여 아름다울 것인지 결정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권출범 불과 한 달 만에 나타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극심한 혼란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깊이 성찰하기 바란다.

2008년 3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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