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종편 채널 개국을 앞두고 연예인들의 종편 출연 뉴스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수근, 김병만에 이어 무한도전의 정준하, 정형돈도 종편 채널 JTBC MC를 맡아 출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정준하, 정형돈의 종편 채널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실망이다 vs 섭섭하다'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요, 김태호PD가 이에 대해 한마디 했더군요. 김PD는 '종편행'이란 말이 예능인들에게 맞는 말인지 모르지만 종편에 워낙 훌륭한 PD들이 많아서 정형돈, 정준하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개념PD로 불리는 김태호PD의 종편 채널을 두둔하는 듯한 이 발언이 씁쓸한 이유는 뭘까요?
김태호PD가 말한 대로 예능인에게 '종편행'이란 말을 쓰는 것이 맞지 않다는 것엔 동감합니다. 요즘 연예인들이 종편 프로에 출연하는 것을 두고 언론에서 '종편행'이란 말을 쓰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죠. PD 등 제작진은 방송국에 소속된 직원이기 때문에 종편으로 옮기면 직장을 옮기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종편행'이란 말을 쓸 수 있는데요, 연예인은 방송국과 전속 계약을 맺은 게 아닌 이상 프리랜서 개념으로 활동하고 있는 거라고 봅니다. MBC에서 활동하면서 SBS 프로에도 나온다고 해서 SBS행이라고 하지 않죠. 종편 채널도 연예인에게 하나의 채널일 뿐이죠. 새로운 방송 프로에 나오는 것인데 '종편행'이란 말을 쓰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문제는 종편 채널에 대한 거부감이라고 봅니다.
김태호PD의 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예인들이 종편 프로에 출연한다고 해서 전부 돈 때문에 의리를 배신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정형돈, 정준하는 무한도전을 하차하고 종편 프로에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100번 이해하고 싶지만요, 두 사람이 무한도전으로 쌓아놓은 좋은 이미지를 무너뜨리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는 겁니다. 정형돈, 정준하가 종편 프로에 출연하면서 '무도' 특유의 정치 사회 풍자 패러디를 할 때 시청자들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겁니다. 즉 종편채널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무한도전만의 풍자와 해학 특집 만들기에 제한이 많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김태호PD가 정준하, 정형돈의 종편 출연에 대해 응원하려고 쓴 트위터 발언은 별 뜻이 아닐지 모르지만요, 이를 받아들이는 대중으로 하여금 그동안 갖고 있던 개념PD 김태호와 무한도전의 정체성에 대해 헷갈리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김PD의 말은 '종편도 방송사의 하나이며, 따라서 준하, 형돈의 출연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로 들리니까요. 솔직히 말해 정준하, 정형돈이 종편 프로에 나오는 건 MC욕심도 있지만 돈 때문이 아니고 뭐겠어요. 즉, 김PD의 말은 정형돈, 정준하 뿐만 아니라 거액의 돈을 받고 출연하는 많은 연예인들의 종편 출연 역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다음 달 개국을 앞두고 종편의 TV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정준하, 정형돈의 종편 출연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시청자 입장에서야 방송사가 늘어나고 볼거리가 많아지니 한편으론 좋다고 할 수 있지만,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종편 채널이 시사와 뉴스 보도까지 다루는 것을 우려하는 겁니다. 특히 지난주 무한도전 TV전쟁 특집은 아예 대놓고 종편을 디스하는 특집처럼 봤는데요, 종편에 대한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김태호PD가 본인은 30억(설)을 거절하면서 종편 출연을 거부했는데요, 정작 정형돈, 정준하의 종편 프로 출연을 격려하니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잘 키운 아줌마 열 처녀 안 부럽다. 주부가 바라보는 방송 연예 이야기는 섬세하면서도 깐깐하다. 블로그 http://fiancee.tistory.com 를 운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