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레바논전 패배, 일본 축구의 북한전 패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5차전에서 한꺼번에 나온 결과입니다. 아시아 축구의 두 축으로 불리는 한국, 일본의 무기력한 패배는 큰 뉴스거리가 됐고, 대어를 낚은 레바논, 북한 입장에서는 경사를 맞았습니다.

3차예선이 팀당 한 경기씩 남은 상황이고, 최종예선 진출팀 윤곽도 어느 정도 드러났습니다. 전통의 강호로 불렸던 팀들이 대부분 이변의 희생양이 된 반면 다크호스로 꾸준히 주목받던 팀들이 3차예선에서 두드러진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 유독 눈길을 끕니다.

한국-일본-호주 모두 이변의 희생양, 사우디도 불안한 행보

현재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은 팀은 A조 요르단, 이라크, C조 우즈베키스탄, 일본, D조 호주, E조 이란 등 6개 팀입니다. B조 2개 팀과 D, E조 1개팀이 아직 결론이 안 난 상황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아시아 강호로 불렸던 한국, 일본, 호주가 모두 한 차례씩 의외의 팀에 덜미를 잡혔다는 점입니다. 한국, 일본이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기 1주일 전에 호주가 오만에 0-1로 패하면서 이변의 희생양이 됐습니다.

여기에 중동의 전통 강호, 사우디아라비아가 1승 3무 1패, 승점 7점으로 D조에서 불안한 2위를 달리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끕니다. 사우디는 3차전까지만 해도 조 3위를 달렸고, 현재도 3,4위 팀과 승점 차가 1-2점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운 순위 레이스를 펼치고 있습니다. 마지막 경기가 조 선두 호주여서 자칫 3차예선에서 탈락하는 굴욕을 맛볼 수도 있습니다.

▲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한국과 레바논의 경기에서 한국선수들이 레바논 문전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즈벡, 요르단, 이라크 선전… 최종예선 기대

강호들이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요르단, 우즈베키스탄 등 신흥 강호들의 선전이 눈길을 끕니다. 2011 아시안컵에서 4위에 올랐던 우즈베키스탄은 북한에 2승을 거두는 등 3차예선에서 강한 전력을 과시하며 일본을 제치고 C조 선두에 올라 있습니다. A조의 요르단, 이라크도 4승 1패로 비교적 선전하면서 엎치락뒤치락 싸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차전에서 한국에 0-6 대패를 당했던 레바논은 2차전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리더니 5차전까지 무패를 달렸고 한국이라는 대어를 낚으며 조 2위를 유지했고, '고춧가루부대' 오만도 사우디와 차이를 어느 정도 유지하며 최종예선 진출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더 강한 전력 예상되는 신흥 강호, 철저한 대비만이 살 길

3차예선부터 신흥 강호들이 득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내년 6월부터 열리는 최종예선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최종예선 체제를 준비하고 있는 조광래호의 인식에도 중대한 변화를 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최종예선에만 오르면 강호들만 잘 넘기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3차예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우즈베키스탄, 이라크 같은 팀들이 최종예선에서도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여기에다 이 팀과 만나게 될 경우, 원정 환경 적응에 대한 부담, 체력적인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작용해 힘든 싸움을 벌일 공산이 커졌습니다. 최종예선 체제를 준비하려 한다면 어느 때보다 면밀하고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인식을 제대로 가질 필요가 생겼습니다.

8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 아직 최종예선 진출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최종예선을 염두에 두고 2012년 체제를 준비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브라질월드컵 예선 자체가 전체적으로 평준화된 전력을 갖춘 팀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어 만만치 않은 행보가 점쳐집니다. 박 터지는 최종예선에서 순탄한 행보를 이어가기 희망하지만 현재의 한국 축구 전력이 그리 속 시원한 것 같지는 않아 답답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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