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전이었습니다. 전략도, 투지도 없었습니다. 늘 졸전 때마다 이런 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안타깝지만 해결책을 찾겠다는 경기에서 답을 찾지 못한 것 자체가 더 안타까웠던 한 판이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46위 레바논에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습니다. 조광래호는 15일 밤(한국시각),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5차전 레바논전에서 전반 4분 만에 알 사디에게 선제골을 내준 데 이어 전반 31분 아트위에게 패널티킥 골을 내주며 1-2로 패했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레바논에 역사상 첫 패배를 당하며 3차예선에서 불안한 조 선두를 유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희망 찾는다더니...한숨만 내쉬게 했던 졸전

▲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이번 경기에서 조광래호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2011년 마지막 A매치를 기분 좋게 장식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새로운 희망은커녕 이렇다 할 해답도 찾지 못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선수들의 몸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보다 더 무거웠고, 손발은 거의 맞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8월 이후 이어진 하락세가 길어지는 계기만 만들었습니다.

조광래호 축구의 특징은 기민한 움직임과 날카롭고 빠르게 이어지는 패스플레이입니다. 하지만 이는 이번 레바논전에서 완전히 실종됐습니다. 잔디 사정이 나빴다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인 패스플레이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정말 큰 문제였습니다. 여기에다 그나마 믿었던 측면 플레이어들의 날카로운 크로스도 실종됐습니다. 경기를 중계하던 캐스터가 "어떻게 수비가 있는 데에만 공이 연결되냐"고 비아냥거렸을 정도로 세밀함, 날카로움은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수비도 문제였습니다. 상대 공격수를 순간적으로 놓치는 장면이 자주 나왔습니다. 상대의 역습에는 허둥댔고, 바깥으로 빨리 걷어내는 데만 급급했습니다. 조직력에 균열이 있다 보니 레바논 선수들은 허점을 잘 파고들었고 오히려 한국에서 나왔어야 할 장면들을 스스로 만들어내며 수비진을 농락시켰습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조광래 감독은 계속 해서 전술을 바꾸고 선수 배치에 변화를 꾀하는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손발을 맞춘 것도 아니었던 탓에 당연히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칠 리는 만무했습니다. 마지막까지 그렇게 조광래호는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고,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는 아픔을 맛봐야 했습니다.

장기화되고 있는 부진, 경쟁을 부추겨야 산다

그렇다고 레바논전에서만 이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8월 한일전 이후 대표팀은 급격히 이 약점이 계속해서 노출되면서 불안한 경기력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일본, 쿠웨이트, 폴란드, 아랍에미리트 2차례, 레바논전까지 포함해 6경기 연속 그랬습니다. 2-3경기 정도면 몰라도 6경기나 이어질 정도면 조금은 문제가 심각합니다.

조광래 감독의 일관되지 않은 팀 운영에 대해 자연스레 비판을 해보게 됩니다. 아시안컵 이후 박지성, 이영표가 대표팀 은퇴를 하면서 조광래 감독은 다양한 선수를 찾아보고 실험해서 공백을 메우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대표팀은 '닫힌 대표팀'이 됐습니다. 기량 좋고 실전 감각이 살아있는 국내파보다 그저 유럽파 위주의 팀 운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는 자연스레 주전, 비주전의 기량 차만 더 벌어지는 결과를 낳았고, 주전 선수가 아예 없거나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는 계기까지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조광래 감독은 이번 엔트리를 발탁하면서 "가능한 선수의 별다른 부상만 없으면 이 엔트리 그대로 앞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직력 강화 차원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내부 경쟁의식이 떨어져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번 경기를 마친 뒤 조광래 감독의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한국과 레바논의 경기에서 한국이 2:1로 패한 후 한국선수들이 허탈해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점만 찾지 말고 명쾌한 해답을 찾아라

어찌 됐든 조광래호의 2011년 마지막 A매치는 매우 안타깝게 끝났습니다. 다음 3차예선 경기는 3개월 뒤인 내년 2월 29일에 치러집니다. 3개월이라는 시간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확실한 전환점의 계기를 찾는 한국 축구가 돼야 할 것입니다. 문제점만 찾고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반복된 모습은 3개월째 답답한 축구를 하는 한국축구의 추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할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상태로는 내년 최종예선, 불안하고 어렵다는 겁니다. 조광래 감독이나 코칭스태프, 기술위원회 모두 냉정하게 현 상황을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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