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 축구대표팀이 15일 밤(한국시각),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레바논전을 치르는 사이 북한에서도 월드컵 3차예선전이 치러집니다. 하지만 북한에서의 이번 경기는 어떤 경기보다도 상당한 흥미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바로 일본 축구대표팀이 북한으로 들어가 경기를 갖기 때문입니다.

일본과 북한의 월드컵 3차예선 5차전이 15일 오후 4시,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립니다. 이미 3차예선 탈락이 확정된 북한과 최종예선 진출을 결정지은 일본의 경기이기에 다소 맥이 빠질 수도 있겠지만 단순 경기 결과를 떠나 양팀의 자존심, 그리고 경기 외적으로 여러 가지 의미와 사연이 담긴 경기여서 경기 결과에 따라 그에 따른 후폭풍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22년 만의 매치,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평양에서 열린다

일단 북한과 일본이 평양에서 경기를 갖게 된 것은 22년 만에 처음입니다. 북한이 1994 미국월드컵 예선 이후 한동안 국제사회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던 탓이었습니다. 물론 북한과 일본이 평양에서 경기를 가질 수 있는 기회는 이전에 한 번 있었습니다. 독일월드컵 최종예선 당시 한 조에 속했을 때 그랬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 경기를 갖기 전에 열린 북한과 이란의 경기 직후 관중 소요 사태가 벌어져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제3국 무관중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평양이 아닌 태국 방콕에서 경기를 가졌고, 이 경기에서 일본은 북한을 꺾고 3회 연속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이후 동아시아컵, 아시안게임 등을 통해 북한과 일본은 꾸준하게 대결을 가졌고, 마침내 2011년 11월에 평양에서 매치업을 갖게 됐습니다.

이 두 나라의 경기가 흥미를 모으는 가장 큰 이유는 서로를 적성국이라 하는 북한과 일본이 북한 평양에서 경기를 갖기 때문입니다. 3차예선 조편성이 이뤄진 직후부터 이뤄진 북한의 온갖 꼼수가 일본을 자극했던 것이 경기 내적인 대결보다 더 많은 흥밋거리를 모았습니다.

당초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던 양각도경기장이 잔디 사정을 이유로 치르지 못하게 되면서 한 달 전에 급히 김일성 경기장으로 장소가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북한이 제시하는 것에 대해서만 무조건 따라야 하는 사정 탓에 일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습니다. 취재진 숫자제한부터 시작해 응원단 제한까지 여러 가지 문제들이 뒤따랐습니다. 일본대표팀 입국 때는 각종 전자기기, 통신기기 등을 모두 북한으로 반입하지 못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가 이유였고, 결국 북한 측이 제시한 대로 응하기는 했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섭섭한 감정을 지닌 채 평양 원정을 떠나야 했습니다. FIFA까지 중재에 나섰어도 워낙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가진 것이 한둘이 아닌지라 최대한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준비를 마치기는 했지만 어쨌든 일본으로서는 경기 결과보다 마지막까지 큰 문제, 사고 없이 끝나는 것만을 바라고 있을 정도입니다.

'홈에서 일본에게 진다면' 마음이 편치 않은 북한

여러 가지 제한을 걸어놓은 북한이라 해도 상황이 그리 편치만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이미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이 좌절된 마당에 맥이 빠지는 상황에서 10만 홈팬들 앞에서 지는 경기를 펼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면치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홈에서 치르는 일본전에서 진다면 관중들 뿐 아니라 축구계 내부적으로도 이에 따른 큰 후폭풍을 겪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북한으로서는 이번 일본전을 이겨야 그나마 체면이 서는 계기를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반대로 일본 역시 남아공월드컵 이후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전 패배는 1패 이상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황이 어찌 됐든 평양에서 북한과 일본의 축구 경기는 치러집니다. 어떤 결말이 나든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는 경기가 될 것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물론 이번 경기를 통해 두 나라가 멋진 승부를 펼치고 축구를 통해 외교적인 관계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어쨌든 경기 결과에 따라 울고 웃는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릴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경기 외적으로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북한과 일본의 월드컵 3차예선 경기는 15일 오후 4시에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