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뉴스 캡처
지난 13일 공정위가 4명의 ‘파워 블로거’에게 각각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이들이 공동구매를 진행하면서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고도 구매자들에게 이를 밝히지 않았다’는 과태료 부과 이유를 밝혔다.

방송 뉴스와 언론들이 ‘파워 블로거, 8억 8천만 원 수수료 챙겨’라는 내용으로 발 빠르게 보도를 쏟아내자, 보도를 접한 많은 네티즌들은 SNS 등을 통해 분노를 표출했다. 노출된 분노는 또 다시 ‘네티즌 공분’이란 주제로 기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기존 주류 언론들이 ‘파워 블로거는 도둑놈’이라는 프레임을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공동구매를 추진하고 있는 블로그, 까페의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경각심이 확산됐지만, 동시에 그 동안 블로그와 까페가 행한 대안미디어로서의 역할 그리고 소통을 위한 노력의 결과들까지 도매금으로 타격을 받게 됐다. 개인미디어의 신뢰도를 한층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과태료 처분을 계기로 공정위는 ‘네이버 등과 협력해 문제가 심각한 블로그, 까페를 폐쇄하겠다’며 강력한 처벌의지를 언론을 통해 흘리고 있다. 또한 일부 언론은 ‘국회에 계류돼 있는 개정 전자상거래법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며 이번 국회에서 꼭 통과될 것이라는 희망이 담긴 전망도 내놓고 있다.

▲ ⓒ문성실 블로그

이번 사건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8억 8천만 원 수수료’의 주인공인 블로거 문성실 씨의 이야기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그는 논란이 일자 오늘 자신의 블로그에 공정위가 조사한 기간의 공동구매 관련 세부내역을 공개했다.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공동 구매의 총 판매금액(매출)은 158억 2900만 원이며, 업체로부터 받은 수수료 총액은 8억 4천 5백여만 원이다. 여기까지는 방송 뉴스 등을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문 씨의 주장은 인건비 등 제반 경비와 세금(소득세, 부가세)을 제외하면 1억 6천 4백여만 원이 1년간의 수익이라는 것이다. 문 씨는 소득에 대한 세금도 납부했고 실제 수익 금액도 기사에 나간 금액의 5분의 1 정도지만, 언론에서 강조되는 건 ‘8억 8천만 원 부당하게 챙겼다'는 이미지만 강조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인터넷 까페를 통한 공동구매의 역사는 오래됐다. 대기업들이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하고 옥션과 G마켓 등 오픈마켓 서비스가 자리잡아가는 과정에서, 개인이 까페를 통해 진행한 이른바 ‘공구(공동구매의 약어)’도 전자상거래 시장을 키워내는 데 일조했다. 사람들이 ‘공구’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싼 가격 때문 일 것이다. 또한 믿을만한 ‘공구’ 주최 측이 해당 물건을 써보고 추천하기 때문에 구매자의 입장에선 고민을 덜 수 있어 매력적이다.

문 씨가 한 푼의 이익 없이 ‘공구’를 진행했다고 믿는 사람들은 이번 소식에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심정이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삼성생명 영업사원이나 현대자동차 영업사원에게 보험을 들거나 자동차를 살 때, 당신의 수수료를 밝히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응당 대가(수수료나 급여)가 있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인터넷 공동구매의 수수료 문제도 자정 노력을 통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필요한 것은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사람이나 참가하는 사람들의 인식 전환을 위한 노력과 시간이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어떤 이유든지 안전하지 않은 상품, 불량품을 파는 사람들 그리고 문제에 대해 보상하지 않는 판매자는 블로거나 대형업체 상관없이 보호해 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소비자 보호 장치는 더욱 꼼꼼하게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여론몰이나 강력한 법적 제재를 통해 그들의 말마따나 블로그나 까페가 ‘철퇴’를 맞게 된다면, 이익을 보는 곳은 옥션과 G마켓을 인수한 이베이 같은 대형 오픈마켓 회사와 대형 쇼핑몰 회사가 될 것이다. 또한 간접적인 수혜자는 주류 언론매체다. 블로그의 영향력 확대는 곧 주류 매체의 영향력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파워블로그 사건’이 과연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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