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 본선을 3년이나 남겨놓고 있지만 각 대륙별 예선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아시아지역 역시 1,2차 예선을 거쳐 3차 예선이 지난 9월부터 치러지고 있는데 한국, 일본, 호주 등 강팀들의 선전과 북한, 중국,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몰락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선전을 펼치고 있는 팀을 꼽는다면 단연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입니다.

우즈벡은 일본, 북한, 타지키스탄과 3차 예선 C조에 속해 3승 1무를 달리며 일본에 이어 조 2위로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골을 많이 넣은 것은 아니지만(4골)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앞세워 4경기 동안 단 1골만 내주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끕니다. 최종예선에서 꽤 위력을 발휘할 팀으로 손꼽아도 좋을 정도로 우즈벡의 상승세는 꽤 주목할 만합니다.

그런데 이 우즈벡의 상승세가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K리그 출신 선수들의 활약 때문입니다. 현재 수원 삼성에 몸담고 있는 알렉산더 게인리히, 인천 유나이티드의 티무르 카파제, 그리고 지금은 사우디 알샤밥에서 뛰고 있는 FC 서울 출신 세르베르 제파로프 이 3인방의 활약 덕에 우즈벡의 상승세에 날개가 달린 것이 꽤 흥미롭습니다.

'4골 가운데 3골'을 책임진 K리그 3인방

현재 우즈벡이 넣은 4골 가운데 이 3인방이 책임진 골은 모두 3골입니다. 일본과 1-1 무승부를 기록했을 때(예선 2차전)는 제파로프가 선제골을 넣으며 분위기를 이끌었으며 북한과의 첫 경기(예선 3차전)에서는 게인리히가 결승골을 넣어 상승세의 시발점을 만들었습니다. 또 지난 11일에 열린 북한과의 두 번째 경기(예선 4차전)에서는 게인리히의 도움을 받아 카파제가 결승골을 집어넣어 북한의 월드컵 출전 꿈을 좌절시켰습니다. 이들 덕에 우즈벡이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습니다.

경쟁력 향상에 큰 영향을 준 3인방

▲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개막전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경기에서 수원 삼성 게인리히가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물론 이 3인방은 오래전부터 우즈벡의 주축 공격수로 활약했던 선수들입니다. A매치 출전 횟수만 60-80회에 달하며 월드컵 최종예선, 아시안컵 본선 등 국제 경험도 풍부해 우즈벡의 스타급 선수들로 늘 주목받았습니다. 그랬던 이들이 이번 3차 예선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친 것은 크게 이상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더 눈길이 가는 이유는 이들이 K리그에 몸담고 있거나 활약했던 선수들로, 이런 활약을 통해 K리그의 경쟁력 강화에도 큰 영향을 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국가대표 경기를 통해 그만큼 좋은 활약을 펼치면 당연히 소속팀에 대한 관심이 갈 것이고, 이는 자연스레 소속팀과 해당 리그를 알리고 관심을 갖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현재 K리그에는 국가대표 출신 또는 국가대표에 아예 몸담고 있는 선수들이 많아졌습니다. 성남 주장 샤샤, 경남 수비수 루크 등은 호주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FC 서울 골잡이 데얀은 몬테네그로 대표로 현재 유로2012 플레이오프에서 활약했습니다. 또 포항의 공격수 데렉 아사모아는 K리그에서의 활약을 통해 최근 5년 만에 가나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K리그에서의 활약을 인정받고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릴 정도가 됐으니 K리그의 수준이 높아졌으며, 국제 경쟁력도 많이 향상됐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 우즈벡 3인방의 K리그에서의 활약은 더욱 눈길이 갔으며, 우즈벡 팬들에게도 K리그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우즈벡 축구나 K리그 모두 윈(Win)-윈한 것입니다.

'적으로 만나지만 않는다면' 좀 더 오래 선전하기를

제파로프가 시즌 도중 사우디로 이적하고 게인리히 역시 1년 임대로 K리그에서 활약해 얼마나 더 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이들이 반가운 것은 어쨌든 K리그에서 좋은 인상을 남겼고, 나름대로 K리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선수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최종예선에서 조광래호와 적으로 만나면 물론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우즈벡 3인방의 선전이 좀 더 오래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더불어 우즈벡 3인방의 활약, 성공 사례처럼 K리그 구단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아시아쿼터를 활용한 생산적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가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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