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시민사회가 5G 상용화 2년이 지나도록 '비싸고 안 터지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이동통신3사와 정부를 비판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분쟁조정위원회는 '5G 불통' 문제를 인정, '보상금 권고' 결정을 내렸지만 이통사들은 정부에 민원을 제기한 일부 가입자에 한해 별도의 물밑 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공식적인 보상금 지급을 회피하고 있다.

2일 민생경제연구소, 참여연대,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 등 시민·소비자단체들은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싸고 안 터지는 5G 상용화 2년, 이통사와 정부가 책임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일 민생경제연구소, 참여연대,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 등 시민·소비자단체들은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통사와 정부에 5G 불통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사진=참여연대)

이들은 기지국 부족으로 인한 통신불통, 최신 단말기 '5G 전용' 출시, 고가요금제 등의 문제가 5G 상용화 2년이 지나도록 지속되고 있다며 이통3사가 가입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기지국이 충분히 확보될 때까지 5G요금을 대폭 인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5G 서비스가 상용화된 2019년 4월 이후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5G 관련 상담건수 총 2516건 중 계약해지 민원 943건, 품질문제 707건이라고 밝혔다. 정 사무총장은 "대부분의 계약해지 건이 통신품질에 따른 불만인 점을 감안하면 5G 불통현상과 품질에 대한 불만이 상용화 2년 내내 이어진 셈"이라며 "하지만 이통3사는 오히려 이를 단순변심으로 간주해 위약금을 부과하는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방송통신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5G 관련 건수가 2019년 5건에서 2020년 122건으로 크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 중 83.4%가 통신품질 관련 불만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윤 사무총장은 "이통3사가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커버리지맵에는 서울을 비롯한 6개 광역시에서 5G 이용이 가능한 것처럼 표시돼 있지만 실제 이 지역에서도 실내나 지하철 등에서는 제대로 쓰기 어렵다"며 "심지어 기지국이 거의 설치되지 않았다고 표시된 지역에서도 무분별하게 5G 서비스 가입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통3사가 5G 불통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소비자와의 분쟁조정 절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여연대는 2019년 12월과 2020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5G 불통' 피해를 호소하는 이용자 18명과 함께 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이통3사 측은 이용자들이 불편에 동의하고 5G 서비스에 가입했고, 지국 설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보상을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는 이통3사가 조정 신청자 18명 전원에게 5~35만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라고 조정안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통3사는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았고, 신청 건은 종결됐다.

대신 이통사들은 '고객 케어'라는 이름으로 비공개적 피해보상을 실시하고 있었다. 참여연대가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실로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원처리 현황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과기정통부에서 2019년 6월부터 10월까지 처리한 민원 중 현금이나 요금할인 등의 방법을 통해 5G 불편을 보상한 사례는 총 11건이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20년에도 이통사들은 방통위에 접수된 통신분쟁조정 건 해결을 위해 신청자에게 이용기간 발생한 요금 전액을 보상하겠다고 제안하거나, 정신적 피해보상금까지 포함해 보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이통사들은 5G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거의 하지 않으면서 뒤에서는 과기부나 방통위에 민원을 제기한 일부 소비자에게 입막음용으로 보상을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사진=참여연대)

이어 이 국장은 "LTE 대비 20배 빠르다고 광고하던 28GHz 대역의 기지국은 거의 설치하지 않으면서 허위과장광고를 일삼고 있지만 과기정통부는 오히려 이통사에 면죄부를 주는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을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통사 업계는 5G 서비스 시작 당시 20Gbps 속도를 광고 등을 통해 공언했다. 이 같은 속도는 28GHz 주파수 대역을 이용해 구현 가능한 최고속도였지만 이통3사는 3.5GHz 대역을 구축하고 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부는 5G의 28GHz 주파수를 전 국민에게 서비스한다는 생각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며 "B2B(기업 간 서비스) 등 특정서비스를 위한 것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 통신품질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5G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690Mbps에 불과하다.

이 국장은 "5G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정부는 떠들썩하게 2차례의 통신품질 조사를 했지만 이마저도 기지국이 설치된 지역에서만 조사를 진행하고도 가용율이 70%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참여연대가 진행한 5G 허위과장광고, 5G 가입강요행위 공정위 신고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사도 없이 이통사들이 내놓는 해명을 그대로 반복하는데 그쳐 5G 문제의 공범임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여전히 '오지(5G)게 비싸고 안 터진다'는 조롱을 받고 있다. 세계최초 상용화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며 "2년이면 상용화 당시 가입했던 소비자들이 약정을 모두 마치는 시점이다. 이제는 이통사와 정부가 5G 가입자들의 피해를 방치하지 말고 문제 해결을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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