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코로나19 국면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는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팬데믹 장기화로 미디어 이용도가 증가하고, 동시에 허위조작정보가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초 ‘소금물로 코로나19를 소독할 수 있다’는 허위정보가 돌아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바 있다. 미디어 이용자의 비판 능력을 길러주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활성화된다면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미디어스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을 만나 재단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2월 취임한 조한규 이사장은 “뉴스 홍수 시대에 살고있는 상황에서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이사장은 ‘미디어 리터러시’를 두고 정부 부처 사이의 알력 싸움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각 기관이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아래는 조한규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인터뷰는 지난달 31일 재단 이사장실에서 진행됐다.

조한규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사진=미디어스)

Q. 시청자미디어재단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재단은 방송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준정부기관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부산에 시청자미디어센터가 설립됐고, 이후 반응이 좋아 센터가 전국적으로 확대돼 2015년 재단이 설립됐다. 설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민적 인지도는 없지만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시청자 접근성 및 권익 보장을 위해 방송 참여 프로그램을 실시했는데, 지금은 전체 미디어 영역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현재는 미디어 리터러시 등 이용자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소외계층 방송접근권 보장에 대한 업무를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청각 장애인의 경우 자막이나 수어 통역만으로 방송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런 분들이 방송에 잘 접근할 수 있도록 별도로 제작한 TV를 제공하고 있다. TV에 AI 기술을 장착해 자막과 수어 통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시각 장애인의 경우 과거 변사(무성영화에서 영화에 맞추어 그 내용을 설명하던 사람)처럼 드라마 내용 등을 설명해주는 기능이 있다. 물론 무상 제공이다.

장애인방송 시청 특화기능이 구현된 '장애인용 IPTV 셋톱박스'도 보급 예정이다. 2023년까지 전체 유료방송사업자를 대상으로 셋톱박스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Q. 미디어 리터러시가 정확히 뭔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에 대한 비판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미디어를 의심하고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우리는 뉴스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예컨대 경기도청에 등록된 출입기자만 2,000명이 넘는다. 이들이 기사를 하루 한 개만 쓴다고 가정해도 경기도민들은 하루에 수천 개의 기사를 접하는 것이다. 이용자가 이를 필터링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또한 최근 허위과장광고 때문에 많은 재산을 잃는 경우가 있었다. 광고를 광고로 판단하지 못한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기르면 이러한 것도 예방할 수 있다.

Q. 미디어 리터러시에서의 ‘미디어’는 언론뿐 아니라 모든 표현행위를 뜻하는 것 같다

맞다. 우리가 접하는 모든 콘텐츠를 미디어라고 봐야 한다. 실제 통신사 사장들은 자신들이 미디어 산업 종사자라고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Q. 최근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정부 부처가 미디어 리터러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사업을 두고 기관별 알력 싸움이 있다. 미디어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예산 배정이 늘어났다. 예산이 늘어나면 자리가 생기고, 승진과 관련된 여러 보직이 생긴다. 공공기관장으로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만,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긴 하다. 중요한 건 각 기관이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는 거다.

교육부는 학교 교육과 관련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교과목에 포함하거나 수능시험에 추가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 교사에 미디어 교육을 할 필요도 있다. 현재 자체적인 강사가 없으니 학교에서 재단에 강의해달라고 하지 않는가.

문체부 산하의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이론적인 부분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과기부는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기술 쪽을 담당해야 한다. 시청자재단은 지역에 센터가 있고 체험 관련 장비가 잘 갖춰져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용자 교육은 시청자재단에 강점이 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앞으로는 기관끼리 협업이 잘 될 거다.

Q, 시청자미디어재단은 팩트체크와 관련된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가 팩트체크 관련 사업을 맞는 게 적절한가’라는 지적이 있었다

팩트체크를 시민단체 등이 자율적으로 하면 좋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할 수 없이 정부가 시청자재단에 관련 업무를 맡긴 거다. 현재 방송기자연합회와 함께 하고 있는데, 방송기자연합회가 자율적으로 팩트체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전문성 부분의 경우 퇴직한 언론인들을 활용해 보완할 계획이다. 전문성을 갖춘 퇴직 언론인이 팩트체커로 활동하는 건 어떨지 검토하는 중이다. 팩트체크 업무에 대해 야당은 반대해왔는데, 취임 후 야당 쪽 인사들을 만나봤는데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 출범 앞둔 '팩트체크 오픈플랫폼', 관건은)

Q.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따르면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실적 부진기관’으로 꼽혔다

경영평가 기준이 적합하지 않다. 공공기관 중 수익사업을 하는 곳이 있고, 아닌 곳이 있다. 돈을 많이 벌면 A등급이고, 못 벌면 낮은 등급을 받는다. 재단과 같이 수익사업을 하지 않는 기관은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시청자재단이 가짜뉴스 교육을 시행해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일을 방지하는 건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보조금만으로 운영되다 보니 한계가 있다. 시청자재단과 같은 기관은 다른 지표로 봐야 한다.

지난해 경영평가의 경우 안전과 관련된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지금의 사옥으로 이전하기 전 건물이 많이 낡았는데, 이 부분이 영향을 미쳤다. 현재는 시청자재단 차원에서 추진단을 꾸려 경영평가 지적사항을 개선했고, 안전과 관련해 국제 표준인증을 받았다.

(관련기사 ▶ 시청자미디어재단, '실적 부진기관' 꼽혀)

시청자미디어재단 CI

Q. 이사장 전문성에 대한 지적이 있다

사실 다른 정부 기관 공모에 참여하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 시청자재단 업무가 마음에 들어 공모했고, 때마침 내정설이 돌게 됐다. 물론 의문을 가질 순 있다. 하지만 한상혁 방통위원장이나 다른 방통위원들을 아는 것도 아니고,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아는 사람이 아니다. 친한 국회의원들에게 인사를 청탁한 적도 없다.

물론 언론학자만큼 미디어에 대해 전문적으로 안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방송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전문위원을 했다. 또한 MBN에서 5년 동안 해설위원을 했다. 매일 생방송을 진행했다. 단순히 방송을 출연하는 것을 넘어 실제 제작에 참여했다. 방송 현장을 경험했다는 강점이 있다. 전문성 부분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 방송전문가가 재단에 온다고 해서 곧 발전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정무적인 능력도 있다. 1988년 국회에서 보좌관 업무를 했다. 이사장 임명 후 국회를 찾아가니 보좌관들이 ‘선배님’이라고 하더라. 국회 보좌관 사이에 선배-후배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예산 등 국회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

Q. 임기 중 역점을 두어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가

미디어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미디어 스타트업을 창업하기 위해선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재단이 이들에게 장비와 교육을 제공할 생각이다. 우리는 돈을 못 벌어도 된다. 하지만 우리가 지원해주는 이들은 돈을 벌게 해줄 생각이다. 이처럼 미디어가 필요한 곳은 우리가 찾아갈 것이고, 또 찾아오게 할 것이다.

조한규 이사장은 경희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세계일보에서 정치부장, 논설위원, 대표이사 사장 등을 맡았다. 조 이사장은 방송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MBN 해설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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