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모든 정황은 드러났다. 21년 전 동식의 동생 유연을 살해한 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이를 은폐한 이들이 누구인지도 모두 드러났다. 하지만 드러났다고 바로 잡아들일 수는 없다.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결정적 증거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기환은 2000년 10월 14일 문제의 사건이 벌어지던 날, 그들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오직 경찰 최고봉에 오르는 것이 목표였던 당시 문주 경찰서장 한기환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 자신의 꿈에 날개 달아줄 여자를 사랑도 없이 선택하기도 했다.

뇌물과 멀어지기 위해서는 돈 많은 집안의 아내가 필요했다. 돈이 좀 부족하면 도와 키우면 된다. 문주 개발산업을 추진하는 도해원, 이창진과 같은 이들과 함께 말이다. 그는 뇌물을 받지 않고, 장인 회사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손을 썼다.

절대 연을 만들고 싶지 않은 양아치 이창진이 술을 따르려 한다. 그것도 못 참을 일이다. 자신의 삶에 절대 끼어들어서는 안 되는 자들 중 하나가 바로 이창진과 같은 존재이니 말이다. 하지만 폐부를 찌르는 그들의 행태에 원칙은 잠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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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손을 잡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손을 잡고도 그들을 외면하긴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그렇게 이창진이 따른 술잔을 받고 술을 마셨던 그날, 깐깐했던 한기환은 그렇게 원하지 않은 술자리를 마치고 운전대를 잡았다.

술에 취한 채 질주하던 한기환 앞에 나타난 것은 사슴이 아니라, 강진묵을 피해 도주하던 이유연이었다. 유연에겐 어두운 밤 하나의 희망처럼 다가오는 차량이 반가웠다. 그렇게 차 앞에 나섰지만, 술에 취한 한기환은 제대로 서지 못한 채 차로 치고 말았다.

아랫길로 굴러간 유연에게 어떤 조처라도 취했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한기환은 음주운전으로 여대생을 차로 치어 죽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싫었다. 이는 곧 자신이 더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 못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기환이 도주하며 사건들은 이어졌다. 그날 문제만 바로잡았어도, 강진묵이라는 희대의 살인마가 20년 동안 활개를 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병약했던 정제 역시 21년이라는 시간을 지옥에서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유연이 어떻게 사망했는지 정제는 모른다. 그저 자신의 잘못으로 사망했다고 생각했다. 그런 정제의 모습에 동식은 그가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정제는 도로에 누워있던 유연을 역과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제가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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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화는 본청 지하주차장에서 이창진을 봤다. 그가 한기환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이창진이 한기환에게 수없이 전화를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리고 도해원 의원에게도 전화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창진의 이런 행동은 이들과 연결되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정제가 동식에게 밝힌 그날의 진실은 이들이 하나일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제는 사고 후 엄마에게 연락했고, 현장에 온 도해원은 이창진을 불러 사체 처리를 시켰다.

그 대가로 땅을 넘겼다. 21년 동안 이창진에게 엄청난 재산을 넘긴 이유 역시 그날 사건 때문이었다. 정철문 소장이나 다른 이들에게 그 긴 시간 동안 돈을 준 이유도 모두 그날의 사건을 묻기 위함이었다. 사건 직후 정제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은 한기환을 향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모든 사건의 시작은 한기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딜레마에 빠진 것은 주원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의심하는 동식에게 그는 자신은 자기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아버지만이 아니라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단 말로 한기환이 불법을 저질렀다면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주원의 이런 분노는 백전노장 한기환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누구보다 주원을 잘 알고 경찰 생리를 파악하고 있는 기환에게 주원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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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은 정제에게 집으로 가라고 말하며, 유연이 죽인 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정제는 어머니에게 덫을 놨다. 동식의 제안을 받아 정제는 이창진과 한기환이 따로 만나고 있다며 도해원을 흔들었다. 셋은 경제 공동체이기는 하지만, 서로를 믿지 않는다.

이들의 균열은 그래서 쉽게 찾아올 수밖에 없다. 단단해 보이지만, 작은 균열은 손쉽게 파괴하도록 만드니 말이다. 두 사람이 비밀을 만들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 여부를 떠나 둘이 따로 만났다는 실체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넘겨버릴 수 없다.

한기환은 경찰청장이 되기 전 문제들을 정리하고 싶어했다. 정철문을 불러 그에게 옷을 벗으라 했다. 하지만 평생 뇌물을 받고 살아왔던 그가 그리 호락호락한 존재는 아니었다. 뭔가 부탁을 하면 이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강진묵을 유치장에게 만나길 원했던 한기환. 그가 직접 만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창진이 요구해 압박을 넣은 것이었다. 정철문에게 CCTV를 꺼두라고 요구했다. 이창진에게 문제의 유치장 CCTV 영상을 보낸 것도 결국 정철문 문주경찰서장이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주원은 결단을 내렸다. 성가신 기자에게 특급 소스를 던졌다. 다만, 그 기사를 터트릴 시점은 한기환의 청문회 당일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말이다. 동식에게 "저는 경위 한주원입니다"라는 말로 아버지이지만 불의에 맞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한기환은 동식을 불러들여 중요한 제안을 했다. 자신의 사람이 되어서 부정부패를 처단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리고 동식은 기환의 손을 잡았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동식이 파놓은 함정일 뿐이었다. 그는 이미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유연이 살인사건에 한기환이 깊숙하게 개입되어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동식이 승진을 위해 손을 잡았다고 보기 어려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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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청문회는 화기애애하게 시작되었다. 청문회장에 들어선 의원들 역시 한기환이 차기 경찰청장이 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확신했다. 주원이 제보한 기사가 뜨자마자 공격이 시작되었다. 최측근 인사가 오랜 시간 뇌물을 받았다는 기사는 타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원의 이런 고발 내용은 이미 한기환이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를 막기보다 방어를 준비해왔다.

충분히 예견된 공격에 방어는 쉬웠다. 주원이 준비한 모든 것들이 아무런 가치가 없게 끝나자 청문회장에 들어선 것은 바로 동식이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이지만, 한기환이 손을 내민 동식의 등장에 그는 경찰 편을 들었다. 내 사람에 함부로 손대지 말라고 말이다.

호기로웠던 한기환은 이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동식이 현장에 있던 주원에게 수갑을 채웠기 때문이다. 이금화 사건으로 인해 주원을 긴급 체포한다는 소식에 청문회는 정회가 되었다. 한기환으로선 상상도 못 한 수가 나왔다.

자신을 공격하는 문제는 쉽게 벗어날 수 있다. 21년 전 그날의 사건은 증거도 없다. 그렇게 완벽하게 살아왔던 한기환에게 주변 인물들 문제는 쉽게 방어할 수 있었다. 문제는 한 번도 자신의 편에 선 적이 없는 아들을 제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주원이 이금화를 끌어들여 불법 수사를 하다 사망한 사건 자체가 사라질 수 없다는 점에서, 한기환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사건의 진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진범을 잡기 위한 동식과 주원의 모습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아직 3회가 남은 상황, 다른 이야기가 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럼에도 흥미롭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을 보면 <괴물>이 무척이나 잘 만들어진 드라마라는 사실은 명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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