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의 청와대 재직시절 언론은 암흑기였다”는 발언을 방송한 ‘KBS 주진우 라이브’에 대해 문제없음을 결정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언론학자·언론인 출신 위원들은 “당시 방송계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KBS 주진우 라이브는 지난달 19일 박형준 후보가 청와대 홍보기획관으로 재직했던 2008년 언론 환경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출연자인 정철운 미디어오늘 기자는 “당시는 언론계의 암흑기였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MBC본부, YTN지부가 2012년 '공정방송 복원, 낙하산 사장 퇴출, 해고자 복직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출범을 알렸다. (사진=미디어스)

실제 박형준 후보가 청와대 홍보기획관에 임명된 이후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이 본격화됐다. KBS 이사회는 2008년 8월 정연주 사장을 해임했으며 10월 이명박 특보 출신 구본홍 씨가 YTN 사장으로 임명됐다. YTN 노동자 6명은 구 씨 임명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검찰은 2009년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 PD를 체포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2일 회의에서 해당 보도에 대해 문제없음을 결정했다. 김수정 위원은 “당시는 언론계의 암흑기이긴 했다”며 “KBS, MBC, YTN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압력도 있었다. 박형준 후보가 뭘 시켰다는 건 아니지만 암흑기였고 중요한 시기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영미 위원은 “보수진영에서 정연주 전 KBS 사장을 싫어할 수 있지만, 당시 정 전 사장은 보수에서 자신을 주시하는 것을 알고 엄격하게 자기관리를 했다”며 “정권에서 정 전 사장을 수사했지만 나온 건 없었다. 법적으로도 정 전 사장이 승소했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은 “YTN 투쟁에 나선 사람들은 현장에서 떠나 급여도 못 받고 일도 못 했다”며 “언론인으로서 암흑기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나 권오현 위원은 ‘암흑기’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권 위원은 “어느 정권이든 반대되는 사례가 있었다”며 “그런데도 박 후보가 청와대에 있었던 시기만 특정해 암흑기처럼 보도하는 건 선거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권 위원은 YTN 투쟁과 관련해 “파업을 해서 무임금 무노동 원칙으로 급여 지급이 안 된 것”이라며 “사주가 여권을 비호하는 세력이었기 때문에 급여를 주지 않은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항제 위원장은 “YTN 기자들은 (파업을 한 게 아니라) 1980년 이후 처음으로 대량 해고된 것”이라며 “박형준 후보는 당시 홍보기획관이었다. 이런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권오현 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대뜸 “난 야당(국민의힘) 대변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 위원은 지난달 26일 회의에서 박형준 후보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특정 후보를 대변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라는 비판을 받았다. 권 위원은 “어떤 위원회를 가던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소수의견을 많이 낸다”면서 “그래서 야당 대변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앞으로 소수의견을 더 많이 내겠다”고 했다.

또 권오현 위원은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의혹만 상세히 다루고 박영선 후보의 도쿄 부동산 의혹은 짧게 다뤘다”는 내용의 민원이 제기된 ‘KBS 주진우 라이브’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권 위원은 ‘도쿄 부동산 의혹’에 큰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권 위원은 “이런 이야기 한다고 ‘야당 대변인’이라고 기사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도쿄 아파트 의혹은 작은 사안이 아니다. 오 후보의 내곡동 의혹과 관점이 똑같지 않나”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상호 위원은 “권 위원이 말하고 있는 건 심의와 관련없다”면서 “(심의 대신) 방송에 나가서 그런 말을 해라. 보도 내용에 대한 심의만 하면 되는데, 전혀 관련 없는 부분을 이야기하면 어떻게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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