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향한 9부 능선을 넘어 비교적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습니다. 대표팀은 11일 밤(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아랍에미리트(UAE)와의 경기에서 후반 막판 이근호와 박주영의 연속골에 힘입어 2-0 완승을 거뒀습니다. 이로써 3차예선 전적 3승 1무(승점 10점, 득점 11, 실점 2)를 기록하며 B조 선두를 굳게 지키고 사실상 최종예선 진출도 거의 확정지었습니다.

사실 경기를 이기기는 했지만 후반 중반까지만 해도 이기기 힘들 것이라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특히 전반에는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오히려 아랍에미리트의 역습에 고전하며 부진했습니다. 그러나 후반에 들어간 3명의 교체 카드가 적절하게 잘 이어졌고, 이 선수들의 활약 덕에 대표팀의 경기력이 살아나면서 원했던 경기를 펼쳐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늦은 감이 있기는 했어도 적절하게 골이 터지면서 원했던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바로 교체 선수 3인방, 손흥민(함부르크 SV), 이승기(광주 FC), 이근호(감바 오사카)의 공이 컸습니다.

▲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4차전 대한민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경기에서 이근호가 첫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 악몽이 예상됐던 전반전

대표팀은 전반 내내 답답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장염 및 컨디션 난조로 대표팀 엔트리에서 제외된 기성용(셀틱 FC)의 공백이 컸습니다. 홍정호(제주 유나이티드)가 기성용의 대체자로 나서기는 했지만 수비적인 면에서는 좋은 활약을 펼쳤어도 공격력에서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볼 배급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가 없다보니 결정적인 기회도 없었고, 내내 지루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오히려 눈에 뻔히 보이는 측면 공격을 펼치다 적극적으로 압박해 들어온 아랍에미리트 선수들에 막혀 역습을 내주고 위험한 상황을 내준 장면들을 많이 노출시켰습니다. 자칫 중동 원정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들기까지 했습니다.

제 몫 다한 손흥민-이근호-이승기

하지만 후반 들어 대표팀의 경기력은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여기에는 후반 시작하자마자 지동원 대신 들어간 손흥민의 활약이 컸습니다. 활발한 돌파와 개인 능력이 좋은 손흥민이 측면에서 휘저으니 박주영, 구자철 등 다른 공격 자원들도 조금씩 살아났습니다. 손흥민이 내내 대담한 공격력으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면서 대표팀은 주도권을 잡아나갔고 결정적인 기회도 만들어나갔습니다. 결국 손흥민은 1-0으로 앞선 후반 종료 직전에 낮게 깔아 찬 날카로운 슈팅성 크로스로 박주영의 쐐기골을 도우며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침체됐던 분위기를 바꾸는 데 한 몫 했으니 그야말로 '특급 조커'가 따로 없었습니다.

▲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4차전 대한민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후반 33분에 서정진과 교체돼 들어갔던 이근호의 활약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한동안 대표팀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이근호는 최근 소속팀에서의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가는 듯 자신감 넘치는 경기력으로 최근 대표팀에서 보였던 모습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활약을 보였습니다. 많은 시간을 뛴 것(15분 가량)도 아니었지만 어느 때와 다르게 활발한 몸놀림을 보였고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력을 보여주면서 팀 승리에 실질적인 공을 세웠습니다. 그동안 이근호에게서 기대했던 장면을 어느 정도 모두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A매치에 이날 데뷔한 이승기도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날카로운 패스와 폭넓은 움직임으로 공격진에 힘을 보탰습니다. 특히 이승기는 이근호의 결승골 때 시발점 역할을 해냈는데요. 왼쪽 측면을 빠져 들어가는 이용래에게 정확한 침투 패스를 한 선수가 이승기였고, 이 패스를 받은 이용래는 정확하게 곧바로 골문을 향해 들어가는 이근호에 연결, 결승골로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3명의 직, 간접적인 활약이 아랍에미리트전 승리로 이어진 셈이었습니다.

개인에게도 의미 있었던 UAE전 활약상

세 선수 개인적으로도 이날 경기는 매우 의미가 있었습니다. 손흥민의 경우, 지난달 아버지 손웅정 씨의 국가대표 거부 발언으로 인해 홀로 많은 마음고생을 겪었습니다. 이근호는 대표팀에서의 부진으로 한동안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심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경기력을 통해 스스로 살고 대표팀 분위기 전환에도 큰 역할을 해 큰 박수를 받을 만 했습니다. 여기에 무난한 활약을 펼치며 이름을 알린 이승기 역시 특별한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이들을 교체 카드로 활용한 조광래 감독의 경우, 간만에 경기 중 교체 작전이 제대로 성공해 속으로 흐뭇했을 것입니다.

이들은 15일 열리는 레바논과의 경기에서도 많은 역할을 소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주영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기 때문입니다. 답답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은 이 기세를 레바논전에서도 보여준다면 충분히 승리를 거둘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분 좋은 승리, 활약만큼이나 많은 의미를 가져다줬던 '교체 카드 3인방'의 선전이었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