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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연대, 놀고 자빠졌다![기고] 완군 / 라이타애호가
김완 (라이타 애호가) | 승인 2008.03.24 11:10

주말 오후 뉴스, 월요일을 준비하라는 날벼락

주말 오후는 만성적 게으름과 믿음의 부족으로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의 줄임말)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방만한 일주일을 반성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재방을 시청하는 리모컨질에 부족함이 없어야 마땅하다. 이러한 주말 오후의 안락한 수행을 방해하는 공공의 적(!)이 바로 오후 뉴스이다.

대략 5분에서 10분정도 되는 뉴스들을 주말 오후에 편성하는 것이 방송의 공공성에 부합 하는지는 고민스러우나, 하여간 찡겨 있다고 밖에 표현하기 힘든 뜬금없는 방해물이다. 더욱 불행한 것은 잠깐 자는 잠이 개운하고, 자투리 시간의 독서가 오래 남는 것처럼 주말 오후의 짧은 뉴스가 강렬하다는 점이다. 주말 오후 뉴스는 안락한 수행에 찬물을 확 껴 얹으며, 월요일을 준비하라는 날벼락 같다.

환영받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 때문인지, 보통 주말 오후 뉴스는 주말 동안 있었던 사건 사고를 중심으로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사실을 브리핑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안 그래도 날벼락인데 하드코어하기까지 하면 그야말로 그로기(groggy) 상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여간, 주말 오후 뉴스는 ‘내일은 월요일이니 안락한 수행을 이제 슬슬 마무리 해야겠군’의 메시지로 수신된다. 그런데 어제(3/23) 오후 뉴스는 하드코어 했다. 처음엔 박근혜 님하의 기자회견 때문에 편성된 속보인 줄 알았다. 짜증 지대로 났다.

   
  ▲ 한국일보 3월22일자 3면.  
 
‘아 당신은 야속한 사람 아 당신은 모를 사람 ~♪♬’

봄 꽃망울 기다리는 마음으로 오매불망 박근혜 님하의 입이 터지기만을 기다려왔던 미디어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미디어가 ‘아 기다리고 기다렸던’ 기자회견은 “탈당, 2MB 나쁜X"이었는데, 주말에도 단아했던 박근혜 님하는 “당 잔류, 지원 유세 없다”로 요약되는 앙코 빠진 찐빵 같은 기자회견만 남기시고 대구로 떠나셨다. ‘아 당신은 야속한 사람 아 당신은 모를 사람 ~♪♬’

물론, 박근혜 님하는 대구에 꾹 눌러 총선까지 살겠으니 부디 살아서 만나자는 감동적인 신파극 한 편은 잊지 않으셨다. 선거가 끝나면 미디어는 아마도 18대 총선에서 박근혜 님하는 땡벌(땅속에 집을 짓고 사는 벌)이었다고 적어야 할 모양이다. 그럼, 박근혜 님하의 일벌들은 이제 어찌 되는 것인가? 너무 걱정 말라. 모진 풍파 애달픈 삶을 공평하게 위로하는 유행가 노래 속에 그 답이 있다.

박근혜 님하의 일벌들은 이제, 아무리 달래 봐도 어쩔 순 없지만 마음 하나는 괜찮은 그 사람을 믿고 기웃 기웃 기웃대다가 혼자서는 이 밤이 너무너무 추워 잠이 들 수밖에 없게 됐다. 다 같이 외쳐보라!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기다리다 지쳤어요 땡벌 ~♪♬’

친박연대, 씨족 정치의 귀환

친박연대, 문화연구적 비평의 대상이며 심리학적 연구의 표본이 될 훌륭한 집단이다. 스포츠에서 흔히 하는 표현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선수만으로 한 팀이 된다는 표현이 있다. ‘명계남 공천’(이명박 계보만 남은 공천)으로 귀결된 한나라당의 공천 결과를 보며, 이러다가 탈락자들만 모아도 당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역시나, 한 치 앞을 모르는 어리석음이었다. 나는 한국 정치의 생물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동태 눈깔이었다. 그들이 진짜 당을 만들어 버렸다.

이미 있던 당에서 탈락자를 주워 담는 경우는 흔하였지만, 탈락한 이들끼리 모여 당을 만드는 건 아마도 처음이 아닌가 싶다. 친박연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시작하는 이들답게 당 이름도 파격이었다. 탈락자들은 권문세가의 씨족 정치를 다룬 정치 사극이 수년 째 유행중인 것에 탄력 받았는지 호적법도 폐지된 마당에 귀신 씨나락 까먹는 씨족 정치를 선언했다.

특정 박씨와 친한 것이 정당의 원리가 되고 정치의 지표가 될 수 있을까? 성씨하면 '김이박' 이라는데, 혹시 박씨의 표만 모으면 당선 될 수 있는 고도의 정치적 셈법이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나처럼 심사 뒤틀린 김․이들은 어찌할 것이며, 박씨 중에는 모두가 예할 때 아니오 할 미운오리 박씨가 한 명도 없단 말인가? 혹시 박찬호, 박세리, 박지성으로 이어지는 국위 선양 박씨 남매들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폴리테인먼트(politainment) 전략인가?

정치가 궁금한 미래에 대해 묻는 행위라며 그들의 선택은 탁월했다. 그들의 정치적 정체성에 관한 의문은 끝나질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굉장히 정치한지 오래되 보이는 서청원, 가끔 박찬종과 헷갈리기도 하는 오락가락의 대명사 홍사덕, 자신의 입으로 자기가 한나라당에서 제일 청지 오래했다는 김무성 등이 친박연대의 핵심이다. 그리고 못 말리는 YS까지 가세했다. 머리가 하얗게 새도록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정말 전혀 다른 지평을 보는 신묘한 재주가 생기는 것일까? 정치 할 만큼 했다는 노장들의 혜안(慧眼)은 정말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음이다.

이제 선거까지 채 20일도 남지 않았다. 정당정치라는 것이 최소한의 기풍은 있어야 할 텐데, 이건 야바위판보다 더한 협잡들이 난무한다. 아직 단 한 줄의 공약도 읽어보지 못한 이들이 대다수일 텐데 사람이 사람을 젖히는 신선놀음을 구경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 지경이다.

친박연대에 대한 보도를 집어 치워라!

   
  ▲ 한겨레 3월22일자 6면.  
 
친박연대에 관한 내용이 총선 보도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정치의 근본적 낙후성을 관찰하고 고발하는 날카로운 무기가 되어야 할 미디어는 사람 젖혀지는 광경의 스펙타클에 넋이 나가 뭘 해야 하는지 조차 잊은 듯하다. 현대 사회에서 민주주의란 미디어를 통해 구현된다. 미디어가 제대로 된 뭔가를 알려줘야 최소한의 선택을 고민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프레스 프랜들리라는 2MB가 일갈하지 않았는가, ‘떼법’은 나쁜 거라고. 거두절미 큰 틀에서 절반 정도 옳거니, 친박연대야 말로 악질적인 ‘떼법’이다. 

선거를 앞두고 미디어에서 잘 쓰는 식상한 표현 가운데 ‘이번 선거가 향후 한국 사회 10년을 좌우하네 마네’ 하는 어법이 있다. 진정 그렇다면, 노장들의 썩어 빠진 술책에 휘둘리지 말고, 젖혀진 사람 자리에 새사람 앉혀지는 당연한 협잡에 그만 신기해하고, 정치를 견제하는 대중의 무기로서의 미디어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선거 전부터 이렇게 고민 없이 우르르 몰려다니기만 하면 미디어는 선거 과정이 혼탁했고,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 성향이 반영됐고, 그래서 민주주의가 걱정이라는 내용을 전하는 앵무새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제 그만 친박연대에 대한 보도를 집어 치워라. 남들 다 쓰는데 어떻게 그러냐고? 현실적 영향력이 있는데 중요한 보도 대상 아니겠냐고? 한마디로 ‘고마해라, 마이 무겄다 아이가’이다. 남들 다 쓰는 기사는 무난할 순 있지만 정의로울 순 없다. 현실적 영향력으로 친박연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비정규직 문제를 그 동안 어떻게 다뤄왔는지 돌아보라. 대의제 민주주의 핵심은 정당정치의 원리가 지켜지는 것이다. 친박연대는 정당정치의 원리를 근본적으로 교란하는 집단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다. 친박연대에 대한 보도는 구태 정치인들과의 ‘프랜들리’ 이상 이하도 아니다. 친박연대에 대한 보도를 않는 것은 주말 오후 뉴스에 비해 수십 배는 더 방송의 공공성에 기여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친구들끼리 어울릴 땐 ‘연대’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 “우리 연대하여 영화나 한 편 보러갈까?”는 영 어색하다. 그것은 그냥 노는 것이다. 친박연대는 특정 박씨와 친한 친구들의 모임이다. 장 섰으니 한 판 모여서 놀겠다는 심보이다. 여기에 보태 국어사전을 보니 ‘책임을 저버리고 하던 일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다’는 뜻의 ‘자빠지다’가 있다. 미디어여, 특정 박씨와 친한 친구들이 놀고 자빠진 상황을 그만 전하라! 그들이 선거를 앞두고 어떻게 노는지 관심 없다. 신물 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누군가의 관심 없음이 때문이 아니라 선거를 앞뒀기에 미디어에서 가져야 할 다른 관심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학교라고 믿었던 사회운동을 휴학하고 몸을 더듬어보니 라이타 한 개밖에 없더라는 싸구려 열정에 여전히 감격하는 청년 백수. 을용타에 열광하는 청년 백수들이여,라이타(right-打)하라! 오른쪽을 때려라!

김완 (라이타 애호가)  ssamwan@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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