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열릴 때마다 많은 논란이 있었던 K리그 신인 드래프트가 지난 9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렸습니다. 시행 방법부터 존폐 문제까지 매년 실시될 때마다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은 드래프트. 올해 드래프트 역시 R리그(2군리그) 폐지 논란으로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프로축구연맹이 전날 R리그 운영 방침을 일선 지도자들에게 전달했고, 대학팀을 비롯한 초,중,고 일선 지도자 대표에게 드래프트 직전 이와 관련한 발언권을 주면서 큰 사고 없이 무난하게 드래프트가 진행됐습니다.

긴장감 속 대구 FC, 조영훈 1라운드 1순위 지명

모두 469명의 선수가 지원해 새로운 꿈을 펼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자리였고, 16개 구단 감독, 스카우터, 관계자 등이 대거 총출동해 한층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구단별 추첨 순서, 지명 순서를 정한 뒤 1라운드 1순위의 혜택을 입은 대구 FC는 올림픽팀 수비수 조영훈을 지명했습니다. 조영훈은 U-20 대표팀, 대학 선발 등 대표팀 경험을 두루 갖고 있으며, 이번 올림픽대표팀에도 선발돼 장래가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조영훈은 올림픽팀 차출로 행사장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1라운드 2순위와 3순위로 공격수 김찬희, 전현철이 포항, 성남에 각각 지명됐습니다. 성남 신태용 감독은 인터뷰에서 "여러 재능을 두루 갖춘 선수로 눈여겨봤던 선수"라면서 전현철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뽑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주로 포지션이 공격수인 선수들이 1순위에 많이 뽑혀갔고, 각 팀의 색깔에 맞는 선수를 찾으려는 관계자들의 눈짓, 손길이 분주하게 오갔습니다.

선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행사장에 있던 지원자들의 표정도 많이 밝아졌습니다. 꿈꿔왔던 프로 선수, K리거가 됐다는 생각에 지원자들은 연신 밝은 표정을 지었고, 한동안 뚫어지게 유니폼을 쳐다보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K리거가 됐다는 소식을 알리기 위해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거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름이 호명되지 않은 지원자들은 계속 긴장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눈치 싸움 없어지고, 지명 포기하고... 왜?

하지만 어느 때와 다르게 각 팀간 치열한 눈치 싸움은 없었습니다. 1순위에서 몇몇 구단이 탄식이 흘러나오고 아쉬워하는 표정들을 볼 수 있었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2순위부터 지명 포기를 하는 구단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3순위에서는 16개 구단 가운데 6개 구단만 지명권을 행사해 선수를 지명, 선발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각 구단의 사정, 내년부터 바뀌는 리그 제도 때문인 것과 연관 지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내년부터 K리그에는 승강제가 도입됩니다. 그 때문에 각 팀들 입장에서는 최대한 잘 갖춰진 팀을 만들어야 합니다. 생존 경쟁이 걸린 문제인 만큼 각 팀들은 이번 드래프트를 통해 잠재성보다는 즉시 전력에 투입할 수 있는 신인들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드래프트에는 그럴만한 신인들이 평소보다 적었습니다. U-20, 올림픽팀 주전급 선수들 역시 드래프트 참가 신청을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잠재성은 있어도 즉시 주전급으로 뛸 만 한 자원이 많지 않다보니 각 구단들은 많은 선수를 선발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대신 번외지명을 통해 적은 금액으로 많은 선수를 선발하려는 구단이 많았습니다. 수원 삼성은 1,2순위에서만 선수를 지명하고 3,4,5순위를 모두 포기한 다음 번외 지명에서 7명이나 뽑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차분한 분위기 속 흥미로웠던 '마이너스의 손'

평소보다 비교적 조용하고 차분하게(?) 드래프트가 이뤄졌지만 폭소를 자아낸 장면이 흥미를 모았습니다. 올해 리그 1위를 차지한 전북 현대의 이른바 '마이너스 손'이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각 순위마다 지명 순서를 고르는 추첨을 하는데 전북 관계자는 1,2,3순위 모두 가장 마지막인 15번을 뽑아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한 관계자가 "우승보다 더 힘든 일을 전북이 했다"고 할 정도로 이 '기이한' 현상은 자칫 많이 지루할 수도 있었던 드래프트 행사장을 웃게 했습니다.

'새로운 꿈을 향해' 2012 K리그 신인들을 눈여겨보자

이날 1~5라운드까지 16개 구단에 지명된 선수는 54명이었습니다. 번외지명, 우선지명 선수까지 합치면 117명이 선발돼 25%의 선발률을 보였습니다. 역대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하며, 최악의 드래프트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그래도 이날 지명된 선수들의 포부는 당찼습니다. 이루고자 했던 꿈을 이뤘으니 이제는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몇 순위를 받든, 번외지명을 받든 어떤 선수든지 시작은 같습니다. 이들 가운데 과연 어떤 선수들이 K리그의 별이 되고, 한국 축구의 희망이 될지 흥미롭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