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이 재개발에 치우치거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대양당 후보 중 누가 되더라도 서울이 공사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경우 '15년전 뉴타운 판박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다, '용산참사는 철거민 폭력 때문'이라고 밝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집걱정없는 서울만들기 선거네트워크’(집걱정없는서울넷)와 '한겨레'가 30일 내놓은 서울시장 후보 부동산 공약 검증 결과를 보면, 오 후보는 ▲집값 안정 ▲자산불평등 완화 ▲세입자 보호 강화 등의 항목에서 낙제점을 받았고, 공공임대주택 확대에선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집값 안정 항목에서 '미흡', 공공임대주택 확대 항목에서 '긍정' 평가를 받았지만 자산불평등 완화나 세입자 보호 강화 항목은 정책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사진=연합뉴스)

집값안정 부분에서 각각 낙제, 미흡 평가를 받은 오 후보와 박 후보는 모두 공급중심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 오 후보는 36만호, 박 후보는 30만호 공급을 약속했다.

오 후보 공약은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고, 민간공급을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취임 후 일주일 안에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했다. 민간공급 18만 5천호, 상생주택 7만호, 모아주택 3만호, 기존 서울시 공급계획 7만 5천호 등이다. 박 후보는 토지임대부 공공자가주택 등으로 '평당 1천만원 반값아파트' 30만호 공급을 약속했다. 하지만 박 후보 역시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는 방식의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집걱정없는서울넷은 오 후보 공약에 대해 "공약과 발언을 보면 서울시장 임기를 시작했던 2006년으로 되돌아간 듯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며 "재건축 규제를 풀고, 용적률을 높여주고, 민간 재개발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공약은 민간 시장에 대한 과도한 맹신과 부동산 가격 상승 부작용에 대한 간과, 자신이 벌인 뉴타운·재개발 사업에 대한 반성적 성찰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혹평했다.

집값안정을 위한 대책이 도리어 집값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 후보 본인 역시 자신의 공약이 실현될 경우, 초기 집값상승 우려를 인정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8일 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재건축·재개발은 주변 지역 집값을 자극하는 부작용이 있지만, 시장의 잠재력과 민간의 힘으로 신규주택을 공급하겠다"며 "여하튼 이렇게 민간의 활력을 이용하려 하면 처음엔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집걱정없는서울넷은 "누군가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삶터가 없어지는 재개발 문제에 대해 서울시장 후보자가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냐?'는 안일하고 국제사회의 규범과 동떨어진 인식을 가지고 있어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사람들의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철거형 개발은 그로 인해 사회적 약자들에게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이런 우려는 최근 오 후보의 발언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서울시장 재임 시절 발생한 용산참사에 대해 오 후보는 "이 사고는 과도하고 부주의한 폭력 행위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력 투입으로 생겼던 사건"이라고 참사 책임을 철거민에 돌렸다. 이와 함께 오 후보는 용산을 "서울의 마지막 기회의 땅"으로 지칭하며 용산개발 의지를 확고히 했다.

오 후보 공약집을 보면 '한강르네상스 시즌2 세계로 향하는 서해주운'이라는 공약이 있다. '서울 대개조, 뉴서울 플랜-사통팔달 링킹파크 용산!' 카테고리 안에 있는 공약이다. 오 후보는 서울시장 재임 시절 경인 아라뱃길을 용산까지 연결하는 서해주운 사업을 '한강르네상스'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오 후보는 당시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과 무리하게 결부시켜 빚더미만 남겼다는 비판을 받는다.

애초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코레일 부지만 개발하는 내용이었지만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가 한강르네상스 사업과의 병행을 요구해 사업규모와 범위가 크게 늘어났다. 한강변 초고층 빌딩을 위해 층수제한을 풀고, 개발범위를 넓히려 했던 해당 사업은 환경성·안정성·경제성에서 꾸준히 낙제평가를 받은데다, 사업규모 증가로 보상비용과 협상기간 등이 크게 늘어나 개발업체 부도로 결론을 맺었다. '단군이래 최대 개발'이라던 용산개발이 '빚폭탄만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 과정이다.

박 후보 공약에 대해 집걱정없는서울넷은 "토지임대부 등 투기요소를 배제하는 반값아파트 공약 등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중심의 공급대책과는 대비되어 충분히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서도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에 대한 입장이 모호한 가운데, 부분적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어 집걱정없는서울넷은 "집값 안정과 자산 불평등 완화를 위한 대책으로 공급대책 외에는 특별한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없다"고 했다. 서울넷은 "서울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무주택 가구 수가 주택 소유 가구보다 많은 세입자들의 도시"라며 "대다수의 세입자들의 주거권 보호를 위한 서울시 차원의 대책 제시가 전무하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공약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공급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군소정당 서울시장 후보들이 내세운 주거공약은 집값 불안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을 내세우지 않고,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세입자 보호 강화를 주장해 여야 후보들과 차별성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집값불안 해소와 자산 불평등 완화를 위한 구체적 공약이 제시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참여연대에서 집걱정없는서울넷이 4·7보궐선거 주거공약 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참여연대)

한편, 지난달 29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거대양당 서울시장 후보자 공개질의서 회신 내용을 공개, 이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장 잔여 임기 1년 3개월 안에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 기간동안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올해 하반기 인사 정도이고, 올해 12월 국회와 서울시의회 예산심의를 통과해야 공약 실행을 위한 예산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잔여 임기 내 실현가능한 정책이 사실상 없다는 평가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두 후보의 10대 핵심공약 소요비용과 임기 내 추진계획이 시범사업 실시나 연구용역 등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잔여임기 수행 과정에서 본격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음을 자인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오 후보는 총 공약수와 그에 따른 소요재원을 밝히지 못했다.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이 지난 시점에도 총 공약수와 비용추계를 하지 못한 것이다. 박 후보의 총 공약은 59개로 국책사업 8개, 자체사업 51개 등으로 구성됐다. 59개 사업 종료시까지의 재정총계는 4조 483억원이다.

서울시 정책 지속성을 묻는 질문에 오 후보는 229개 박원순 전 시장 정책공약 중 '424개 동 주민자치제도 혁신', '민관 거버넌스 설치', '노동사회위원회 설치' 등 22개 정책공약은 폐기, 149개는 수정보완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 시장 공약 중 171개(74.67%)는 폐기하거나 수정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는 보류폐기 공약은 없고, 다만 '외국인 창업지원과 주거 편의', '해외인재 영입 인센티브 제공' 등 65개 정책공약에 대해 수정보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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