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현행 친환경무상급식 정책을 유지·발전시킬 것이냐는 시민사회 물음에 침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환경무상급식 운동을 펼쳐온 시민단체들은 오 후보가 당선될 경우 10년 간 이어져 온 친환경무상급식 정책이 후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31일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연대·나쁜투표거부운동본부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후보에게 친환경무상급식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31일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연대·나쁜투표거부운동본부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게 친환경무상급식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사진=미디어스)

오 후보는 최근까지 TV토론 등에서 '선별 복지' 필요성을 강변했다. 지난 29일 MBC '100분 토론'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이제는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것이냐"고 묻자 오 후보는 "무상급식이 소득수준과 무관한 보편적인 복지의 시작이라고 봐서 반대했을 뿐"이라며 "그것 한 가지만 한다고 했으면 그렇게 반대할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또 박 후보가 "지금 무상급식이 잘못된 것이냐"고 명확한 답변을 요구하자, 오 후보는 "그렇게 일도양단적으로 묻지 말라. 시작이 그렇게 돼선 안 된다고 봤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관련 질문이 지속되자 오 후보는 "이왕 시작됐으니 철회하지 않겠다. 박원순 전 시장이 하도 전임자 것을 지운 것이 아니다 싶어서 행정 연속성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보희 전국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은 서울시장 후보를 내놓은 각 정당에 ▲친환경무상급식 계승·발전 ▲국가재난상황 시 공공급식 담보 ▲2050 탄소중립 선언을 위한 서울시 음식물 낭비 절감정책 등의 정책제안서를 2주 전 전송했다고 밝혔다. '각 정당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이 집행위원장은 "진보당, 기본소득당과는 정책협약을 맺었다. 민주당 박영선 캠프 측과는 내일 정책간담회와 선포식이 예정돼 있다"면서 "국민의힘으로부터는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서울시는 2017년 친환경무상급식 성과를 이어받아 공공급식을 확대, '먹거리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먹거리 기본권을 선언했다"며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서울시민의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헌극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연대 대표는 "친환경무상급식은 이제 시민여러분 대다수가 잘 알고 있듯, 단순히 아이들에게 밥 한끼 먹이는 내용이 아니다. 아이들의 심신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하는 교육복지정책"이라며 "교육이기 때문에 차별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부자급식'이라는 이름하에 친환경무상급식을 폄훼하고, 아이들을 갈라놓으려 한 게 오세훈 후보"라고 비판했다.

진 대표는 "그런 이가 다시 올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려면 이 문제에 대한 진솔한 사과가 바탕되어야 한다. 최소한 친환경무상급식을 유지한다는 약속이라도 있어야 가능하다"며 "그런데 어떤 매체에서도 약속을 찾아볼 수 없다. 오세훈 후보는 시대적 흐름에 반하는 입장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29일 MBC '100분토론'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방송화면 갈무리.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강혜승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사무처장은 "10년 전 저희가 친환경무상급식 실시를 위해 거리에서 서명을 받을 때 욕하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강산은 변했고 이제 고등학교까지 친환경무상급식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그런데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을 반대했던 오세훈 후보는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 사무처장은 "과거 당시 유행했던 말이 '이건희 아들한테도 왜 밥을 줘야 하냐', '복지 포퓰리즘' 이었다"며 "오세훈 후보는 무상급식을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하라. 학부모들은 당장 내년부터 친환경급식이 제대로 실시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원영 희망먹거리네트워크 사무처장은 "과거 오세훈 시장을 쫓아다니면서 비판도 하고, 방송 토론에도 나섰다. 황당했던 건 무상급식뿐만 아니라 친환경 급식에도 반대했던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제 아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친환경 급식이 조리되는 걸 직접보고 있었지만 오세훈 후보 측은 현실조차 모르고 반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무처장은 "친환경무상급식은 어른들의 책임을 다하는 좋은 정책이다. 이런 당연한 논리를 오세훈 후보는 지금도 모른다"며 "정치를 그만둬야 할 사람이다. 민심을 반영할 사람이 정치를 하는 건데 이런 구태의연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정치를 할 수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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