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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독려·성평등' 현수막 막는 선관위특정정당 떠올리게 한다? 과도한 선거법 적용 논란… "주권자에 재갈 물려"
송창한 기자 | 승인 2021.03.31 11:25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을 과도하게 적용해 현수막 문구를 막고 있다는 시민사회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성평등한 서울', '정직한 후보에게 투표하자' 등의 문구를 선관위가 막고 있다는 것이다. 

31일 광화문촛불연대(광화문촛불)는 기자회견을 열어 선관위가 유권자 투표독려를 방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화문촛불은 현재 '투표참여현수막 공동행동'을 준비 중이다. 광화문촛불의 현수막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투표합시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입니다', '깨끗한 서울에 투표합시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 '재산신고는 확실히! 4월 7일 투표합시다' 등 유권자 투표를 독려하는 평이한 내용들이다. 

광화문촛불연대 '투표참여현수막 공동행동' 시안 갈무리

광화문촛불은 이 같은 문구를 선관위에 문의·제출했지만 선관위로부터 "일반적인 투표 권유 행동으로 볼 수 없다"는 답변을 반복적으로 받고 있다고 밝혔다. 광화문촛불은 "문구가 확정되는 대로 현수막을 제작해 게시할 예정이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선관위는 1주일 넘도록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유독 이번 선거에서는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도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해서 논의 중'이라는 핑계로 시간을 끌고 있다"고 규탄했다. 

광화문촛불 관계자에 따르면 선관위는 해당 문구들이 공직선거법 제58조의 2를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조항은 '누구든지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위반행위로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유추'할 수만 있어도 선거법 위반이다. 광화문촛불 관계자는 "선관위에 구체적인 위반 사유를 묻고, 사유를 검토해 현수막 문구를 변경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 판단을 내린 후 추가문의에 일주일 넘게 답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화문촛불은 "선관위에 위반의 이유를 수차례 물었지만 구체적 사유나 설명은 없었다. 돌아온 것은 오직 일방적인 통보뿐"이라며 "명확한 기준도 없이 선거법을 선관위 마음대로 해석하고 적용하니 선관위는 법 위에, 국민 위에 군림하는 존재라도 된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사건 공동행동 '정치참여 권리를 불허한 선관위 규탄' 기자회견 (사진=서울시장 위력 성폭력사건 공동행동)

지난 23일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사건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선관위가 '보궐선거 왜 하죠? 우리는 성평등한 서울을 원한다'는 현수막 문구를 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제90조 제1항 제1호를 위반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해당 조항은 '누구든지 선거일로부터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현수막 등 시설물을 설치·진열·게시·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문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선관위 판단인 셈이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우리는 성평등에 투표한다', '우리는 페미니즘에 투표한다' 등으로 문구를 수정해 선관위에 다시 제출했지만 선관위는 '성평등'이라는 단어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공동행동 기자회견에서 김단비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활동가는 "보궐선거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조차 하지 못하고, 성평등이라는 단어마저 사용하지 못하다면 우리는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나"라며 "선거를 2주 남짓 남긴 지금, 우리는 그 어디에서도 진정한 성평등 정책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활동가는 "성평등이라는 너무나 자명한, 우리사회의 보편적 요구이자 인권인 단어가 특정 정당을 떠올리도록 한다면, 그것은 이를 사용하는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성평등을 정치적 도구로 만든 정당과 후보자들의 문제"라며 "선관위의 판단은 성평등한 서울을 원하는 사람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은 "후보로 나선 자에게만 마이크를 쥐어주는 선거법은 대다수 마이크를 쥘 수 없으나 실제 주권자,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의 권리를 제약하고 대의하는 자의 입장을 과대대표하게 하는 비민주적인 제도"라며 "이 제도 앞에 누구의 목소리가 표출되지 못하고 있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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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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