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대법원이 ‘기레기 댓글은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기자협회보가 기자의 자성을 촉구했다. 언론이 공동체의 신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인식하고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2016년 한 누리꾼은 <우리에게 '독'이 아니라 '득'이 되는 MDPS> 기사에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는 해당 기사를 자동차 파워스티어링 시스템(MDPS)의 특장점을 서술한 홍보성 기사로 판단했다. 25일 대법원은 ‘기레기’가 모욕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타당성 있는 사정에 기초한 표현”이라고 밝혔다.

기자협회보 30일 <[우리의 주장] '기레기' 댓글 무죄 판결, 무엇을 말하나>

이와 관련해 기자협회보는 30일 <[우리의 주장] '기레기' 댓글 무죄 판결, 무엇을 말하나>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기자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자협회보는 “(대법원 판결의 의의는) 한마디로 욕먹을 만했다는 뜻”이라며 “아쉬움을 넘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직업에 쓰레기라는 단어를 붙여 표현한다면 어떤 맥락에서건 모욕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기자협회보는 “대법 판결보다 더 뼈아픈 건 여론 재판 결과”라며 “과했다는 반응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법의 영역까지 넘나들며 비판을 해야 하는 기자로서는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기자협회보는 “공동체의 신망조차 얻지 못한 기자들이 무슨 염치로 좋은 저널리즘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인터넷을 도배하는 어뷰징, 남발되는 단독, 베껴쓰기, 낚시 제목, 시대에 뒤떨어지는 출입처 및 취재 문화, 날로 높아지는 시민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비전문성, 그럼에도 공부하지 않는 게으름. 이번 판결 대상이 됐던 기레기 댓글 역시 홍보성 기사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작성됐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자협회보는 “언제까지 스스로에게 ‘기자님’으로 칭해 달라 윽박지를 수만은 없다”면서 “민주주의에서 언론의 중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 무엇도 당연한 건 없듯 스스로 역할을 못 한다면 언제든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고 했다. 기자협회보는 “돌아봐야 할 시점은 지나고도 한참이나 지났다”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오늘 맞은 이 회초리의 쓰라림을 뼛속 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31일 칼럼 <안녕하세요, kiregi 입니다>

한편 중앙일보는 31일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칼럼 <안녕하세요, kiregi 입니다>을 게재했다. 언론 혐오 현상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전수진 투데이&피플팀장은 “대법원이 참신한 판결을 내놨다”며 “‘모욕적 표현은 맞지만 모욕죄 적용은 안 된다’고 원심파기 결정을 내렸다. K-악플의 쾌거”라고 했다.

전 팀장은 “악플러·악멜러가 ‘존경스러운’ 부분도 있다”며 “‘내 생각과 틀린 것=정의롭지 못한 것’으로 정의내리는 그 순도 100%의 단호함. ‘다른 것=틀린 것’으로 낙인찍는 그 ‘자신감’. 부러울 정도”라고 표현했다. 전 팀장은 2018년 자신에게 욕설 e메일을 보낸 이가 충주에 사는 김 모 씨라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바라건대 김 모 씨의 딸이 행복하기를. 아시아계 혐오 범죄 총격엔 분노하면서 혐오 표현 ‘기레기’엔 관대한 이중잣대의 나라가 아니라, ‘다름’이 분노 아닌 이해의 대상이 되는 나라에서”라고 끝맺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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