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의원들이 KBS를 항의방문하면서 '언론 탄압'을 중단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KBS는 과방위의 피감기관이다.

29일 국민의힘 과방위 소속 박대출·김영식·정희용·허은아·황보승희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땅 측량입회' 의혹을 보도한 KBS를 항의방문했다. 이들은 KBS가 오세훈 후보에 대해 악의적 허위·왜곡보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기간 언론사에 대한 정당의 법적 조치나 항의방문이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허은아 의원은 "방송 자율권을 침해하고자 온 것이 아니다. 지금 KBS는 국민이 위에 있는 게 아니라 민주당 캠프가 위에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박대출 의원은 "앞선 법적 조치는 허위보도에 대한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는 KBS 기자, 정치부장, 보도본부장, 사장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상태다.

29일 국민의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KBS 본사를 항의방문하고 나온 모습. (사진=미디어스)

이날 조승래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성명을 내어 "언론 탄압으로 진실을 가릴 수 없다. 오 후보와 국민의힘은 무엇이 두려워 검증하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조 간사는 "제대로 답하지도 못하면서, 고발하고 협박하면 진실을 가릴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라며 "국민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국민의힘 집권 시절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 개입으로 정무수석이 유죄 선고를 받은 게 꼭 1년 전"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 KBS 세월호 관련 보도에 개입한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지난해 1월 방송법 제정 33년만에 처음으로 유죄를 확정 받았다.

조 간사는 "내곡동 측량 현장에 백바지에 선글라스를 낀 오세훈 후보가 직접 왔고 같이 생태탕을 먹었다는 구체적인 증언까지 나왔다"며 "언론을 겁박하고 시민과 다툰다고 해서 진실이 사라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언론노조 KBS본부)도 이날 성명에서 "보도 내용을 비판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KBS는 정치인이 내키는 대로 편하게 들락거리며 압박을 행사해도 되는 곳이 아니다. 부당 압박 행태가 도를 넘었다"고 질타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특히 방송 정책을 총괄하는 과방위 소속이라면,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의힘 과방위 의원들의 이번 행태가 '직위를 이용해 언론사에 도를 넘는 압력을 행사한다'는 오해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KBS를 '민주당 캠프'에 빗대며 정치적 독립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했지만, 언론노조 KBS본부는 "정치권이 신경써야 할 일은 따로 있다. 멈춰있는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논의를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서, KBS의 정치적 독립을 외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덧붙였다.

KBS '뉴스9'은 지난 28일 오 후보 처가가 2005년 6월 내곡동 땅을 개발용역 착수 9일 전 측량했고, 복수의 경작인이 측량 현장에서 오 후보와 장인을 봤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또 26일 당시 직접 측량을 했던 국토정보사 직원들과 접촉, 오 후보가 측량 현장에 있었다는 증언이 측량팀장으로부터 나왔다고 보도했다.

2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과거 내곡동 땅 경작인이 출연해 KBS 보도 내용과 같은 증언을 했다. 경작인은 “운전수, 장인, 오세훈 후보 세 사람이 왔다”며 “선글라스 끼고 키 큰 사람으로 한눈에 오세훈 씨구나 금방 알겠더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측량 입회 서명을 한 사람 중에 오 후보가 없으면 논란은 종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 박영선 후보 측은 사건의 본질은 오 후보가 내곡동 땅을 인지했는지, 측량 현장에 있었는지 여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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