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축구 선수의 건강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발단은 축구대표팀 주축 선수 기성용(셀틱)이었습니다. 기성용은 최근 구토와 어지럼증 증세를 보여 극비에 한국으로 들어와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2014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4,5차전 엔트리에 들어있는 만큼 몸상태를 체크하면서 출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경기에서 한국 기성용(왼쪽)이 UAE 알리 알 와히비를 앞에 두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성용이 갑작스레 건강 이상을 호소한 것은 일단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면서 생긴 피로 누적이 직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보입니다. 주중에 유로파리그, 리그컵 경기, 주말에 정규리그 등을 뛰었던 데다 국가대표팀 경기까지 거의 풀타임을 뛰어 체력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제 아무리 기량이 좋은 선수라 해도 체력이 떨어지면 어려움을 호소하게 마련인데, 많은 출전에 과부하가 걸렸고 급기야 스스로 몸에 이상이 있다고까지 호소해 정밀 검진까지 받는 상태까지 갔습니다.

하지만 소속팀이나 축구대표팀에서는 기성용이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자원인 만큼 일단 몸에 큰 문제가 없는 한에서 계속 그를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량 좋은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이야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활동량이 많은 포지션에서 그를 너무 혹사시키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경기수 증가, 스트레스 심화...축구 선수는 병든다

이미 축구대표팀 선수의 건강 문제는 최근 들어 급격하게 나타나 꾸준하게 지적돼 왔습니다. 골절, 염좌 같은 직접적인 부상 뿐 아니라 심장질환, 뇌혈류장애 같은 선수의 생명과도 연결될 수 있는 건강 문제가 특히 그랬습니다. 2년 전, 대표팀 수비수 김동진이 축구대표팀에 입소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일시적인 뇌혈류장애로 잠시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며, 지난 5월에는 국가대표팀 출신 제주 신영록이 K리그 경기 도중 부정맥으로 쓰러져 한동안 의식을 잃고 일어나지 못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경기 도중 갑자기 쓰러져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거나 아예 사망하는 선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국제축구연맹(FIFA) 차원에서 이를 중점적으로 관리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이 갑자기 늘어난 데에는 경기수 증가, 서로 다른 환경에서 경기를 뛰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입니다. 기존에 비해 대륙간 클럽대항전, 컵대회 등이 늘어나고 이동거리가 긴 해외에 진출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선수들의 피로는 그만큼 쌓였습니다. 여기에 많은 경기를 소화하면서도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더해져 스트레스가 심화된 것도 문제였습니다. 그럼으로 인해 선수들의 몸에 무리가 가고 결과적으로 사고성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선수는 피로감을 갖고 있어도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변의 시선, 팀에서의 입지 등을 고려해서 일단 뛰면서 관리하는 식이지만 더 많은 위험 부담을 안고 뛰는 건 사실입니다.

팀 운명만큼이나 선수 운명도 중요하다

그런 상황에서 기성용의 문제가 터졌고, 이는 자연스레 대표팀 혹사 논란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베스트11을 거의 정형화해서 운영하다보니 생긴 일이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새로운 자원을 발굴하는 것은 어떠냐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일단 몸에 큰 문제가 없으면 기성용을 쓰겠다는 것이 조 감독의 생각입니다.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이라는 성과가 달린 문제고, 선수 출전 권한이야 감독이 갖고 있기에 뭐라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 분명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팀 운명만큼이나 선수 개개인의 운명도 어느 정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경기를 뛰는 만큼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을 면밀하게 체크하고 검토하면서 쉴 때는 쉬게 해줘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많은 이들의 견해입니다. 물론 조광래 감독은 선수의 몸상태가 좋지 않으면 쉬게 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지만 적당한 텀을 두고 아예 대표팀에 차출하지 않고 소속팀에서 쉬게 하는 '운영의 묘'를 보여주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축구계 전반의 건강 문제 인식 개선 필요하다

일선 지도자들이나 축구계 전반적으로도 선수들의 건강 문제를 보다 면밀히 검토하고 관리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프로팀은 그나마 수준이 좋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 축구계 전반적으로 정기적으로 메디컬 검사를 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지는 않습니다. 그저 선수 개개인이 스스로 건강을 체크하고 관리해야 하는 만큼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다칠지 관리하는 것은 팀이 아닌 선수 개개인의 몫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선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또 팀과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건강 문제는 팀, 축구계 차원에서 능동적으로 관리하고 대처해야 함이 마땅합니다.

대다수의 축구팬들은 좋은 환경 속에서 선수들이 더욱 활기찬 모습으로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보기를 원합니다. 선수, 코칭스태프, 관계자 등 축구계의 모든 사람이 건강한 그라운드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철저하게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기성용의 이번 문제는 한 번쯤 짚고 넘어갈 만한 '큰 일'이었다고 봅니다.

덧) 이 글이 나간 것과 동시에 조광래 감독의 기성용 선수 엔트리 제외 소식이 나왔습니다.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성용 개인에게나 대표팀 모두에게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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