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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무력하게 만드는 말, 별것 아닌 일[주관적이고, 사적이고, 사소한 이야기] 마음의 고통엔 경중이 없다
김은희 | 승인 2021.03.26 11:30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이며 전 세계를 통틀어 4위다. 2018년 기준 10만 명 중 26.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인 사망원인 5위는 자살이다. 암, 심장 질환 등과 같이 자살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망원인이 되었다. 신문을 보면 자살에 관한 기사가 하루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일가족 자살, 모녀의 자살, 모자의 자살, 80대 노인의 자살, 여고생의 자살, 가수 D의 자살, 배우 O의 자살, 기업인 L의 자살, 작가 A의 자살. 하루도 빠짐없이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2019년 기준 하루 평균 37.8명이 자살을 한다). 

영국의학회지에 따르면 특히 유명인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면 두 달 안에 일반인의 자살률은 10% 이상 증가한다고 한다. 유명인의 자살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보도가 나올수록 일반인의 자살률은 더욱 높아진다고 한다. 베르테르효과라고 하여 유명인 또는 존경하는 사람이 죽었을 경우 그와 나를 동일시하여 같은 방법으로 자살을 하거나 시도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구체적인 자살 방법에 대한 기사는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고 있던 자살 위험군 사람들에게 방법을 알려주는 결과가 된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죽고 싶다, 힘들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또 마지막 인사처럼 느닷없이 안부 인사를 하기도 하고, 물건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별스럽지 않게 안부를 묻고, 물건을 나눠주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죽었다는 비보를 전해 들으면 통점을 잃은 사람처럼 멍해질 수밖에 없다. 며칠 전에 통화를 했을 때는 밝고 명랑했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모임에 나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조금 전까지 같이 차를 마셨는데. 조금 전까지 웃으며 이야기하던 사람이 문을 닫고 나가 죽어버렸다는 사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비보를 전하는 사람에게 되묻게 된다. 왜? 

하루 평균 36명 '안타까운 선택'…"맞춤형 대책 필요해"(CG) [연합뉴스TV 제공]

죽음이 갑작스러운 듯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의 그간 행동을 되짚어보면 주위 사람들에게 이미 여러 차례 신호를 보낸 후이다. 우린 그들의 신호를 감지하지 못했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 넘겨 버렸을 것이다. 힘들어, 라고 말했을 때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딨어? 다들 힘들어. 먹고 살기가 쉬운 줄 알아. 너만 힘든 게 아니야, 라고 대꾸하여 더는 말할 수 없게 만들었거나 그들이 느끼는 깊은 우울감과 상심을 모른 척했을 것이다. 자살 후 이 모든 것이 자책으로 돌아온다. 내가 왜 그때 그와 함께해 주지 못했을까. 왜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을까. 왜 그렇게 대답했을까. 수많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라 죄책감으로 가슴에 자리 잡게 된다. 자살은 죽은 자의 몫인 것 같지만 남겨진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크나큰 상처와 우울감을 남긴다. 자살 유가족과 지인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실, 자살은 특별한 것 없는 별것도 아닌 일로 이루어진다. 남들도 다 하는 별것 아닌 일. 애 낳고 키우는 별것 아닌 일. 학교에서, 직장에서 벌어지는 왕따, 은따와 같은 별것 아닌 일. 가정불화와 같은 별것 아닌 일. 늙고, 병들고, 외로워지는 별것 아닌 일. 그러니 너의 고민은 남들도 다 하는 별것 아니라고 말해버리면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은 무력해진다. 남들은 별것 아닌 일이라고 말하는 일이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스러운 일이다.

마음의 고통엔 경중이 없다. 무겁고 덜 무거운 것이 없으며, 더 고통스럽고 덜 고통스러운 것이 없다. 경제적인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이 사랑앓이로 고통받는 사람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말할 수 없다. 육아에서 오는 우울감이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보다 낮다고 말할 수 없다. 개인마다 느끼는 고통은 모두 다르고 우린 개인의 고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살을 개인의 일로 치부하기엔 자살률이 너무 높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관심’이 필요하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관심, 공감해 주되 해결해 주려 하지 말고-해결해 주려고 하면 같이 우울감이 빠지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해결해 줄 수 있는 전문가를 만날 수 있도록 이야기하고 또 들어주는 관심이 극단적 선택을 예방하는 시작점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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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postboat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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