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축구계를 덮친 최대 사건은 단연 승부조작 파문입니다. 순수한 땀과 열정이 아닌 검은 돈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 선수들의 거짓된 모습들은 많은 축구팬들을 실망시켰고, 이는 축구계를 향한 불신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이에 대한 후폭풍은 엄청났습니다. 모두 60명이 기소됐으며, 공소사실을 인정한 브로커와 선수 37명에게 최고 징역 5년형까지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또 최성국, 김동현, 이상덕 등 국가대표급 선수 등이 가담한 것으로 알려져 최고 축구계 영구 제명까지 받는 최악의 징계도 이어졌습니다. 여기에다 승부조작에 연루됐던 지도자, 선수 등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쓰라린 상처치고는 그 깊이가 너무나 깊었고, 그들에 대한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습니다.

▲ 프로축구 승부조작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성국이 28일 오후 창원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을 받은 뒤 진땀을 흘리며 고개를 떨군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도 이들이 '한순간의 실수를 한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선수 주변 인물을 비롯해 축구계 일부에서 그랬습니다. 하지만 승부조작의 싹을 도려내야 이를 완전히 척결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이들은 무조건 그에 합당한 징계를 받고 퇴출되는 것이 마땅했습니다. 일부 선수가 보호 관찰 후 선별적 복귀 징계를 받기는 했지만 다시 축구계로 돌아오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은 축구 선수를 하면서 씻을 수 없는 죄를 범했습니다. 하지만 축구 선수이기 전에 그들은 사회 구성원의 일부이고, 한 가족의 일원입니다. 축구계로는 돌아갈 수 없어도 이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들은 다시 사회적으로 박수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축구계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흐뭇한 일이 될 수 있고 귀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재기'는 축구계 뿐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도 아주 중요하게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최근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들과 관련한 새로운 소식들이 서서히 나오고 있습니다. 지도자, 법조인 등 멘토의 도움을 받고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선수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들을 돕기 위해 멘토를 자처한 최순호 전(前) 강원 FC 감독은 "벌을 준 사람이 있으면 회복을 돕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면서 적극적으로 이들의 사회인으로서의 재기를 돕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스스로 범한 잘못에 따른 상처가 깊었고, 다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나쁘게 비춰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다시 일어서려 했고, 이런 의지를 도우려는 사람들도 나타나면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싹을 틔웠습니다.

지금 당장은 이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고, 편견, 고정관념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각이 있을 겁니다. 그래도 전직 축구 선수들로서 축구계가 조금이나마 도움의 손길을 청하고, 이들이 그 손길을 받고 진심어린 반성을 통해 한 발 한 발 다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진정성을 알고 새 삶을 사는 이들을 다시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이들이 지은 죄는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생 자체를 실패한 삶을 살 수는 없습니다. 축구 선수로서는 실패한 모습을 보였어도 사회인으로서 당당히 일어서서 떳떳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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