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피해자가 동아제약의 3번째 사과를 받아들였다. 피해자는 최호진 동아제약 사장에게 책 <82년생 김지영>을 보내며 “전 세계가 성차별에 관심 가진 날 한국에 김지영은 면접에서 성차별을 당하고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날의 감정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아제약은 22일 ‘2020 하반기 채용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에게 성차별적인 질문을 한 데 대해 인정하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동아제약은 “면접과정에서 ‘성차별에 해당하는 질문’이 있었기에 사과의 글을 올린다”며 “특정 성별에게만 유리하거나 불리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도록 하거나 질문하지 않는다는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의 성평등 채용 안내서 기준을 위반한 질문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지원자와 청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사과했다.

동아제약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과 책 <82년생 김지영>

성차별 면접 피해자는 24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번 사과문도 첫 줄 빼곤 전부 다 다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사과한다’고 했는데 차별을 받은 사람과 문제를 제기한 사람, 문제에 실질적으로 분노한 사람들은 여성이다. 여성도 청년의 범위에 속하지만 사과 대상을 명확하게 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였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사과문 전체적으로 봤을 때 첫 번째, 두 번째 사과문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제약은 사과문에서 개선 사항으로 ▲채용시스템과 절차 재점검 ▲남녀 동수로 운영 중인 인권위원회 강화 ▲채용 이후 성평등한 배치·승진·임금·교육 기회 등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실제로 이행되는지 우리가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만보면 ‘프로세스 문제였지 성차별 의도는 아니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성차별을 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조직문화를 바꿀 것인가라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동아제약 면접 성차별 사건은 지난 8일 피해자가 SNS ‘브런치’에 올린 글을 통해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16일 동아제약 면접관은 신입사원 면접에서 남성 지원자 2명에게 군대 경험을 물어본 뒤 여성 지원자에게 “여자라서 군대 가지 않았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냐, 동의하냐”, “군대에 갈 생각 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와 관련해 피해자는 “첫 번째 질문은 성별의 문제라기보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임금의 정의에 어긋나기 때문에 군가산점제도는 반대한다고 답했고, 두 번째 질문에는 한국에서는 제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지만 국가에서 병역의 의무를 부과한다면 기꺼이 가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당시 면접 분위기에 대해 “두 면접자에게 군대 관련 질문을 할 때 상당히 경청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제게 군대 관련 질문을 했을 때는 등을 의자 뒤로 붙이고 팔짱을 끼고 상당히 거만한 자세로 질문했고 답변을 마치자 굉장히 찡그린 상태에서 노트북에 뭔가를 적었던 게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피해자는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특정한 경험에 대해 공유하는 행위 자체가 그 사람을 상당히 배제하는 행위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저는 면접 과정에서 군대 질문을 통해 상당히 소외된 상태였기 때문에 나한테는 관심이 없구나, 탈락했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15일 오전 11시 동아제약 본사 앞에서 열린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규탄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피해자는 총 4번에 걸쳐 동아제약의 성차별 면접을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최호진 동아제약 사장은 유튜브 댓글과 사내 이메일 등을 통해 사과와 해명을 올렸다. 진정성 없는 해명이라는 지적과 함께 15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은 동아제약의 성차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 당사자는 13일 고용노동부에 '고용상 성차별'에 대한 민원을 넣었다.

피해자는 “유튜브에 댓글 단 다음 날인 6일 동아제약에서 사과문을 작성하고 있다는 취지의 연락이 왔다. 첫 번째 사과문을 읽고 화가나 대면 사과를 받지 않겠고 앞으로 연락하지 말라고 말하며 문자가 끝났다”며 “23일 고용노동부로부터 담당자를 배정받았고 4월 1일 조사 출석하라는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22일 동아제약 사과문을 받아들이며 최 사장에게 책 <82년생 김지영>을 보냈다. 피해자는 “동아제약 면접을 보던 11월 16일은 <82년생 김지영>이 타임지의 올해 100권으로 선정된 날이었다”며 “전 세계가 성차별에 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던 날에 한국에 김지영은 면접에서 성차별을 당하고 눈물을 삼켜야 했다는 것, 그래서 그날의 감정을 최호진 사장이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대학교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성차별을 많이 느끼지 않았다. 본인의 학문적 능력에 따라 성적으로 평가받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라며 "막상 면접에 가고 나니 ‘내가 능력이 좋고 성적이 좋고 스펙이 좋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 여자를 그냥 싫어하는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제약 사건 이전에도 ‘사내에서 성희롱을 당하면 어떻게 할거냐’, 이력서를 본 면접관들이 ‘남자들 기 많이 죽이고 다녔겠다’라는 질문을 몇 번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사회에 발을 내딛는 순간 저를 감싸주던 울타리가 전부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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