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개인 채무 분쟁이 핵심인 통화 녹음을 편집해 내보냈다. 현직 기자 A씨가 지위를 이용해 일반인을 일방적으로 협박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녹음내용 일부를 삭제한 '짜깁기' 방송으로 미디어스 취재결과 A씨의 배우자와 B씨는 채권·채무관계에 놓여 있었고, A씨는 현직기자가 아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B씨로부터 오랜 기간 받지 못한 A씨가 욕설을 한 건 사실이지만, 욕설은 B씨가 시작했다. '기자 지위를 이용한 협박'도 사실과 다르다. 사인 간 채권·채무관계를 악의적 편집을 통해 공론화해 특정인을 비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8일 가세연은 <[충격단독]여기자 욕설 공개!!!>라는 제목의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했다. 가세연 김용호 씨는 A씨의 배우자이자 타 언론사 기자인 C씨와 B씨 간 모종의 트러블이 있었고, C씨가 대검 출입 기자인 자신의 아내를 시켜 B씨를 압박했다며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A씨가 B씨를 향해 욕설을 하고, 대검으로 오라고 하는 내용이다. B씨의 발언은 거의 없다.

해당 영상은 23일 기준 27만여명이 시청했다.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 블로그, 트위터·페이스북 등 온라인상에서 공유되고 있다.

가세연 김세의 씨는 해당 유튜브에서 "폭언도 심각하지만 제일 심각한 건 대검 출입기자라는 지위를 이용한 발언"이라며 "자기가 검찰총장인가? 기자라는 지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용호 씨는 "기자라는 명함을 들고 다니고 취재하고 기사 쓰는 사람이 저렇게 막말과 갑질, 폭언을 한다는 게 너무 분노스러워 피해자(B씨)에게 받아온 것"이라며 "기자 완장 찬거다. '대검 출입기자다' 이거다"라고 했다.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 3월 18일 스트리밍 방송 <[충격단독]여기자 욕설 공개!!!> 화면 갈무리. (왼쪽부터)김용호, 강용석, 김세의 씨

■ 3년 넘게 해소 안 된 수천만원대 채권·채무관계

A씨측에 따르면 B씨가 C씨에게 수천만원에 달하는 돈을 빌린 건 2017년 12월이다. 애초 B씨는 C씨에게 3개월 내로 갚겠다며 돈을 빌렸지만, 3년이 넘게 지난 현재까지 돈을 갚지 않았다.

채권·채무관계가 길어지자 C씨는 빌려준 돈의 일부라도 돌려받기 위해 B씨에게 사정을 했다. B씨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욕설과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지난달 이뤄진 B씨와 C씨의 통화내용이 이를 뒷받침한다.

C씨는 몇 백만원이라도 돌려줄 수 없겠느냐고 B씨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B씨는 자신에게 경제적 여유가 없다며 돈을 줄 수 없다고 답했다. B씨에게 상환능력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C씨가 B씨에게 다시 부탁을 하자, B씨는 돌연 화를 내며 "알아서 해라. 앞으로 연락하지 말고 법적으로 하라"며 욕설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A씨가 배우자 C씨와 B씨 간의 오래된 채권·채무관계와 C씨가 B씨로부터 욕설을 들은 걸 알게 된 시점은 이달 초다.

배우자의 사정을 알게 된 A씨는 지난 11일 B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통화가 A씨와 B씨 간 최초 통화다. 가세연이 공개한 녹음파일은 이 날의 통화내역을 A씨 욕설 부분만 발췌해 편집된 것이다. "남의 돈을 떼먹고 잠이 오느냐"는 A씨에게 B씨는 "누가 남의 돈을 떼먹었냐. 안 떼먹었다"며 "남편 관리나 똑바로 해라 이 X아"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에 다시 A씨가 B씨에게 "욕하고 끊으면 다인 줄 아느냐"며 욕설을 하자 이 때부터는 쌍방 욕설이 시작된다. B씨는 A씨에게 "이 거지같은 X이, XX년이 진짜 너 XX래", "정말 XX라고 완전히 작정을 하고 있네, XXX아" 등의 욕설을 했다.

■ 현직 기자라는 지위를 이용했다?

이날 통화내용 중에는 A씨와 B씨가 대검에서 만나기로 한 대화가 있다. 가세연이 공개한 녹음파일은 편집을 통해 마치 A씨가 형사처벌을 운운하며 B씨를 협박하기 위해 대검으로 나오라고 한 것처럼 구성돼 있다.

그러나 A씨는 평소 B씨가 자신의 채권·채무 관계 등과 관련해 대검에 재직 중인 검사장 D 씨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라며 소위 '이름을 팔고 다닌' 사실을 인지했다고 했다. 통화내용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나온다. B씨가 먼저 "너 나 어디서 볼래"라며 묻자, A씨는 D씨와 B씨 간 실제 관계 여부를 알 수 없지만, D씨가 자신의 이름을 B씨가 팔고 다니는 걸 안다면 어떻게 생각할 것 같냐면서 함께 D씨를 만나기 위해 대검 앞에서 만나자고 했다. B씨는 "대검으로 몇 시까지 나갈까"라고 했고, A씨는 "2시까지 와"라고 말했다.

하지만 B씨는 이날 대검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오후 3시경 통화에서 B씨는 존댓말과 함께 태도를 뒤바꿨다. 왜 D씨를 만나러 대검 앞으로 나오지 않았냐는 A씨의 말에 B씨는 "제가 언제 D를 만나러 간다고 말씀드렸냐"며 "어쨌든 대검은 좀 부담스럽다"고 했다. A씨는 B씨에게 먼저 욕을 시작한 데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B씨는 욕을 한 적이 없고 사과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세연 방송내용을 고려하면 녹취를 위한 의도적인 태도 변화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가세연은 A씨가 현직 대검출입기자 지위를 이용해 B씨를 협박했다고 방송했지만, A씨는 현직기자가 아니다. 가세연도 A씨가 현직 기자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현직 기자라는 ‘스토리 라인’을 세웠다.

A씨는 2018년 '사법농단' 관련 기사들이 회사에서 보류되자 이 중 한 기사를 자신의 SNS에 게재, 회사는 A씨를 징계에 회부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법관 금품수수 등 비위를 근절하기 위해 마련한 법원장 간담회에서 돈 봉투를 뿌렸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A씨는 이유 없이 기사출고가 가로막히고 있다며 기사를 SNS에 게재한 이유를 밝혔다. 이후 주요 언론에서 해당내용의 보도가 이어졌다. 향후 A씨의 징계 회부는 취소됐지만, A씨는 해당 언론사 생활에 회의를 느껴 퇴사하게 됐다. 가세연은 방송에서 A씨에게 이 같은 이력이 있었고, 향후 회사 징계회부가 취소됐다는 것까지 언급하면서도 현직 기자가 지위를 남용해 협박·갑질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 "사인에 대한 '악의적 편집'"

종합하면 가세연이 방송한 녹음파일의 내용은 채권·채무관계에 있는 개인 간의 사적인 통화내용인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과정에서 당사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 또는 상대방을 깎아내리기 위한 자료로서 통화 녹취록을 종종 제출한다"며 "문제는 그 녹취가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유도한 결과이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발췌해 편집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의도된 녹음인 경우가 많다. 왜곡·편집된 녹취는 전체의 맥락을 완전히 반전시키기도 하기 때문에 법원으로서는 녹취에 대해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면서 "즉, 전후사정이 모두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녹취만으로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왜 그런 대화가 있었는지, 욕설을 하게 되었는지 따져보면 개인적인 문제"라며 "때문에 A씨가 전화해 항의하던 중 서로 욕설을 하게 된 것인데, 그걸 '여성 기자'라고 톡 떼 내어 뭔가 갑질하는 것처럼 앞뒤 맥락을 다 잘라 공개한 것은 상당히 악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공인을 상대로 한 것이라면 그나마 가능여부를 검토해볼 수 있겠지만, A씨는 전직 기자고 신분을 내세워 다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며 "공적으로 사인간의 대화를 공개한 것 자체가 어떤 공적 목적이 있는지 의문인 부적절한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가세연측은 A씨 , C씨 측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았고 방송 이후 반론권 행사를 요청하는 연락에 답하지 않았다. C씨는 가세연 방송 이후 김용호 씨에게 수차례 통화 시도를 하고, 문자도 보냈지만 답을 받을 수 없었다.

미디어스는 김용호, 김세의 씨 등 가세연측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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