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끝으로 올해 아시아 축구 대형 이벤트는 오는 11일과 15일,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정도만을 남겨놓고 거의 마무리됐습니다. 1월 아시안컵, 3월부터 11월까지 챔피언스리그 등 굵직한 대회를 치렀던 아시아 축구는 한 해 동안 가장 좋은 성과를 보인 AFC 올해의 선수상, 올해의 팀 등을 가리는 시상식을 오는 2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갖고 한 해를 결산하게 됩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것은 '올해의 선수상'입니다. 올해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며 그 나라 뿐 아니라 아시아 축구를 빛낸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 바로 '올해의 선수상'입니다. 그래서 시상식의 꽃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AFC는 몇 년 전부터 올해의 선수상을 받을 수 있는 후보자들이 모두 시상식장에 와야 하는 규정을 뒀습니다. 그 때문에 정작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선수가 이 상을 수상하는 일이 잇달아 발생했습니다. 2007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이 부문 후보에 올랐다가 소속팀 경기일정으로 시상식에 불참해서 수상하지 못했던 일이 대표적입니다. 그래서 AFC 올해의 선수상의 권위가 다른 대륙 축구협회에 비해 떨어진다는 말도 자주 터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도 이 원칙은 그대로 지켜질 공산이 크며, '올해의 선수상' 최종 후보가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관심은 어떤 선수가 타느냐인데 과연 한국 선수 가운데 누가 후보에 오를지, 그리고 그 후보가 상을 받는 모습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주성 이후 20년, 한(恨)이 돼버린 '올해의 선수상'

이 상이 1988년 처음 만들어져 1994년 공식 시상식을 가진 이후 한국 선수가 수상을 한 것은 지금부터 20년 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1989년부터 3년 연속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했던 김주성 현 대한축구협회 국제부장 이후 단 한 번도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을 이뤘을 때도, 2010년 남아공월드컵 원정 첫 16강을 이뤘을 때도 한국은 수상에 실패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20년 동안 6명이 수상했으며, 중국 역시 2001년 판즈이가 월드컵 첫 진출 공로로 수상한 바 있습니다. 그밖에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우즈베키스탄, 카타르 등에서도 수상자가 나왔습니다. 아시아 최강이라고 하는 한국 축구지만 올해의 선수상을 타지 못한 것은 많이 씁쓸합니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은 성남 일화가 올해의 클럽, 여민지가 올해의 여자청소년선수상, 김태희 U-17 여자대표티 코치가 여자지도자상을 수상했지만 올해의 선수상에는 단 한 명도 후보자마저 배출시키지 못했습니다. 성남 일화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샤샤 오그네노브스키(호주)가 수상을 하기는 했지만 가장 중요한 이 상을 한국 선수가 받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구자철, 이동국 최종 후보 가능성... 일본대표팀, 알 사드가 변수

일단 올해 수상 가능성은 반반입니다. 지난 9월, AFC가 올해의 선수상 후보 15명을 발표해 염기훈, 하태균(이상 수원),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오르기는 했지만 최종 후보는 아닙니다. 이 가운데 아시안컵 득점왕을 차지했던 구자철이 최종 후보로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소속팀 일정이 있어 참석할 수 있을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전북 현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주목할 만한 선수는 단연 이동국입니다. 이동국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9골을 넣고 득점왕을 차지하고 소속팀의 준우승에 큰 기여를 한 공로로 이례적으로 준우승팀 대회 최우수선수(MVP)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충분히 자격을 갖추고 있으며, K리그 챔피언결정전까지도 조금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만큼 시상식 참석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일본 선수들,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알 사드에서 어떤 선수들이 후보로 나오느냐 입니다. 일단 9월에 발표한 1차 후보에서 일본 선수는 혼다 게이스케와 이누이 다카시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최종 후보는 아니기에 상황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했던 만큼 일본 국가대표 선수들의 수상 가능성은 다른 국가 선수들보다 좀 더 높습니다. 그러나 올해의 선수상 제정 뒤 아시안컵 우승팀에서 수상자가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비정상적으로 결승까지 올라 우승을 차지한 알 사드에서 어떤 선수들이 후보로 나오느냐입니다. 알 사드는 8강에서 상대팀의 부정 선수 출전으로 몰수승 덕을 보며 4강에 올라 수원 삼성에 '비매너 골'을 집어넣고 난투극까지 벌여 결승에 올랐습니다. 결승에서도 2-2 무승부를 거두고 승부차기에서 승리한 알 사드는 8강, 4강, 결승까지 사실상 제대로 이긴 경기 없이 우승을 차지한 '전례 없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럼에도 우승팀 명분상 알 사드에도 1명 정도 후보가 나올 가능성은 있습니다. 마마두 니앙, 압델 카데르 케이타는 아프리카 선수이기에 자격이 없지만 만약 알 사드 선수가 수상을 하게 될 경우, 올해의 선수상 권위는 더욱 추락해 '웃음거리'가 될 가능성도 큽니다.

어쨌든 올해 한국 축구는 국제대회에서 국가대표팀 아시안컵 3위, 전북 현대 AFC 챔피언스리그 2위, U-20 월드컵 16강 등의 성과를 남겼습니다. 우승을 차지한 것은 아니었어도 한국 축구의 저력을 충분히 보여줬던 한 해였고, 아시아 축구의 대표 주자다운 면모도 많이 보여줬습니다. 그에 대한 의미를 수상 선정 과정에 관여하는 감독관, 분석관, 기술 연구원 등이 제대로 알고 있다면 올해만큼은 한국 선수에게 '올해의 선수상' 수상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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