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카카오가 ‘허버허버’라는 단어가 사용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판매 중단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해당 단어가 특정 성을 혐오하는 것인지 명백히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표현물 규제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허버허버’는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묘사하는 신조어다. 일부 남성들은 해당 표현이 남성을 혐오하는 표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허버허버’라는 단어가 음식을 급하게 먹는 남자친구를 비꼬는 온라인 게시글에서 유래됐으며 여성 커뮤니티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ㅗㅜㅑ’는 온라인에서 여성의 신체를 평가하는 게시물에 사용된다. 이 때문에 “ㅗㅜㅑ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표현”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실제 구글에서 ‘ㅗㅜㅑ’를 검색하면 선정적 이미지가 다수 노출된다.

'허버허버'라는 단어가 사용돼 판매중단이 결정된 카카오톡 이모티콘

이와 관련해 최근 카카오톡이 관련 표현물을 사용한 이모티콘 판매를 중단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음식을 먹는 모습과 ‘허버허버’라는 단어가 함께 나오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남성 혐오’라고 주장했다. 카카오는 15일 “언어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작가 혹은 제작사와의 협의를 통해 해당 상품의 판매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판매중단 결정 이후 “‘ㅗㅜㅑ’라는 단어가 쓰인 이모티콘은 왜 삭제하지 않는 것인가”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허버허버’와 달리 ‘ㅗㅜㅑ’는 여성의 신체를 선정적으로 묘사하는 게시물에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카카오는 19일 ‘ㅗㅜㅑ’가 포함된 이모티콘 판매를 중지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정 젠더에 민감한 단어는 배제하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위근우 대중문화평론가는 22일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허버허버를 혐오표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위근우 평론가는 “혐오표현은 대상을 실제 차별하는 효과를 내느냐가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허버허버’라는 단어 때문에 남성이 식사 자리에서 눈치를 보게 된다거나 본인의 지위가 훼손된다고 느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게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위근우 평론가는 카카오의 이모티콘 판매 중단 결정에 대해 “‘특정 젠더에 민감한 단어를 배제한다’는 말 자체가 굉장히 모호하다”면서 “본인들의 결정을 설명하기에는 무책임한 말이다. 표현이 명백하게 대상을 차별한다면 이모티콘을 삭제할 수 있지만, 카카오는 기준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22일 통화에서 표현물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변호사는 “혐오표현은 명백히 사회적 해악을 불러오는 표현물”이라며 “타겟집단이 소수자여야 하고, 위축 효과가 발생해야 한다. ‘허버허버’와 같은 사례는 혐오표현에 이른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플랫폼 기업이 표현물을 규제할 때는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판매 중단은 과도한 조치다. 단순히 문제가 있다고 판매 중단을 결정한다면 향후 이모티콘을 제작하는 창작자와의 충돌이 끊이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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