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부터 '미디어스' 사이트에서 진행된 "최시중씨 방통위원장 내정, 어떻게 보십니까?"에 대한 설문조사가 19일 마감됐습니다. 소중한 의견을 밝혀주신 434명의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도 미디어스 사이트에 접속할 때마다 왼쪽에 걸린 설문조사 내용과 결과를 이미 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못 보신 분들을 위해 다시 한번 결과를 말씀드리면 투표하신 분의 95%가 최시중씨의 방통위원장 내정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주셨습니다.

434명 중 376명(87%)이 '방송의 독립성·공공성 침해'를 우려하셨고, 35명(8%)은 '최시중씨의 전문성과 능력의 부적절'을 걱정하셨습니다. 아마 이 부분에서 고민을 '살짝' 하신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방송의 독립성·공공성 침해'을 찍자니 '최 후보자의 전문성과 능력 부족'이 울고, '최 후보자의 전문성과 능력 부족'을 찍자니 '방송의 독립성·공공성 침해'가 눈 앞을 가렸을 테니까요.

최시중씨의 방통위원장 내정에 대해 '적합하고 타당하다(20명, 5%)' '상관없다(3명, 1%)'고 해주신 분들도 23명(6%)에 이릅니다.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지난 2일 청와대가 최시중씨를 방통위원장에 내정했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언론계는 거의 '비상사태'에 접어들었습니다. 언론현업단체나 시민단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청와대나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벌였죠.

3월이라고 해도 아침엔 꽤나 쌀쌀해서 취재 기자들도 장갑을 안 끼고서는 수첩에 글도 적기 힘든 지경이었는데, 집회 장소에는 늘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언론 분야에 몸 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만큼 절박함을 느끼고 있었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소 귀에 경 읽기' '바위에 계란치기'라고 해야 할까요. 이들의 목소리는 사실 많이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 방송사들의 카메라를 볼 수 있긴 했으나 방송 3사의 저녁뉴스를 보면 '단신처리'되거나 아예 나오지 않기 일쑤였죠. 기자회견장에 있었던 수많은 이들의 절박감은 잘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들의 절박함'은 '우리사회의 절박함'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일 텐데 말이죠.

지난 17일에 있었던 인사청문회에서 최 후보자는 방송시장의 소유 겸영 규제 완화, 신문방송 겸영 문제, 공영방송 민영화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시청자들의 권익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공자님 말씀만 되풀이했습니다.

통합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도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말했었죠. 한때 언론인이었던 최 후보자는 정당한 근거 대신 '귀신'을 끌어왔습니다. 탈영, 세금탈루 의혹 등 자신에 불리한 부분에 대해 전부 그렇게 답했습니다. 그저 이번 청문회만 잘 넘기면 언론을 마음껏 주무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인사청문회에서 최 후보자의 태도는 이미 '후보자'가 아닌 '위원장'이나 마찬가지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더 실망스러웠던 것은 최 후보자보다 이를 보도하는 언론들의 태도였습니다. 인사청문회의 여러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해준 언론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살아있는 권력의 힘은 그렇게도 달콤하고 무서운 것인가요.

현행 국회법에 따라 최시중 후보자는 오는 23일 이후에 임명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이명박 당선인이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하면 전천후 요격기처럼 긴급투입하겠다"고 말했던 최 후보자가 방송통신 전반 정책을 아우르는 방송통신위원장이 되면 앞으로 미디어 정책과 시청자 권익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요. 국민의 눈과 귀가 되는 언론이 정치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기우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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