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정상 지키기, 그리고 재탈환을 위한 전북 현대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됩니다. 전북이 5일 저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카타르 알 사드와 2011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러 5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게 됩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우승트로피와 상금과 함께 '아시아 챔피언'으로 오는 12월에 일본에서 열리는 2011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에도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5년 만에 정상 복귀를 노리는 전북은 당당히 K리그를 대표하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마지막까지 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 경기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상대팀 알 사드가 보여준 여러 가지 '정의롭지 못한 만행'들 때문입니다. 진정한 실력을 갖춘 아시아 대표가 K리그, 전북 현대라는 것을 보여주기를 많은 축구팬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눈여겨볼 만 한 관전 포인트를 소개합니다.

▲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 그리고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한국프로축구연맹

5년 만에 열리는 '한국 ACL 결승전'

이번 경기는 5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모두 2차례 결승전이 열렸는데요. 2004년 성남 일화가 첫 우승에 도전했을 당시, 그리고 2006년 전북이 도전했을 때 그랬습니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K리그 팀이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습니다. 2004년, 2006년 모두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결승전이 치러졌는데요. 2004년 1차전 원정에서 사우디 알 이타하드를 꺾었던 성남은 홈 2차전에서 거짓말같이 0-5로 대패해 안방에서 상대팀의 우승 장면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2006년에는 전주에서 열렸던 경기가 1차전이어서 2차전 원정에 가서 전북이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전북이 우승하면 처음으로 한국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셈이 됩니다.

아시아 챔피언을 가리는 자리인 만큼 이번 결승전의 의미는 아주 큽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경기 승자가 UEFA 챔피언스리그, 코파 리베르타 도레스 등 유럽, 남미를 대표하는 클럽 대항전의 우승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대륙을 차지하는 아시아의 챔피언이기에 아시아 축구팬들의 관심은 모두 전주성으로 쏠릴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K리그, 한국 축구의 위상을 널리 알리고, 우리의 우수한 관중 문화를 다시 한 번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닥공’ 전북, '비매너' 알 사드를 무너뜨려라

하지만 얼마 전 수원에서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스포츠맨십에 입각하지 않은 골을 넣은 뒤 관중, 상대 선수를 폭행하고도 떳떳하게 승자 행세를 하고 있는 카타르 축구클럽 알 사드 때문입니다. 여기에 관중을 때린 알 사드 선수에 대해 AFC는 추가 징계를 하지 않아 더 큰 화를 자초했습니다. 이에 대한 한국 축구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전혀 공정하지 못한 징계 결과에 그저 어이없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결승전을 두고 동아시아와 중동의 대결, 그리고 상식이 있는 축구와 비상식적인 축구의 대결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북 현대가 알 사드의 비매너를 꼭 깨주기를 많은 이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미 4강에서 중동 최고 팀으로 꼽히는 알 이티하드를 홈, 원정에서 모두 이겼습니다. 특히 15명의 선수만 원정길을 떠나서 3-2 역전승을 거뒀을 때는 전북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K리그에서는 20경기 연속 무패(12승 8무)를 달렸으며,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조별 예선, 토너먼트를 모두 합쳐 11경기에 31골을 집어넣어 평균 3골에 육박하는 득점력을 과시하고 결승까지 올랐습니다. '닥공'으로 불리는 공격 축구의 힘이 날이 갈수록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이제는 패배를 모르는 팀으로 거듭났습니다. 그 닥공의 힘으로 비매너를 일삼는 알 사드를 무참히 꺾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동국 없는 전북의 공격력, 그래도 문제없다

전북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지만 하나 걱정되는 것은 있습니다. 부상 중인 이동국의 출전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입니다. 이동국은 전북에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자원이며,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9골을 집어넣어 '아시아 대표 스트라이커'다운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4강을 준비하면서 종아리 부상을 당했고 회복 속도가 더뎌 결승전 출전 가능성이 반반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본인의 출전 의지는 강하다지만 몸 상태에 따라 아예 나오지 못할 가능성은 높습니다. 확실한 자원의 결정적인 한 방이 필요한 전북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클 것입니다.

그래도 전북의 닥공은 멈추지 않습니다. 다른 선수들의 힘 역시 이동국의 공백을 메울 만 한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4강 2차전 홈에서 전북은 이동국 없이 정성훈 원톱, 에닝요-루이스-서정진 배치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공격력을 과시하며 알 이티하드를 무너뜨렸습니다. 더블 스쿼드급 팀 운영을 해온 최강희 전북 감독의 전략이 빛을 발한 것입니다. K리그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터트린 전북의 막강 공격력이 이번 결승전에서도 크게 효과를 발휘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알 사드 중앙수비수 이정수ⓒ김지한

알 사드 변수 '니앙-케이타'

상대팀 알 사드 얘기를 빼놓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알 사드는 카타르 리그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팀입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도 카타르 대표로 단골로 출전하는 팀입니다. 하지만 4강 이상 성적을 낸 것은 이번이 유일합니다. 결승 진출 역시 처음입니다. 그러나 비정상적으로 결승까지 올랐습니다. 8강에서는 이란 세파한과의 1차전에서 0-1로 지고도 상대가 출장 정지를 당한 골키퍼를 선발 출장시킨 덕에 3-0 몰수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으며, 준결승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비매너 플레이에 난투극의 시발점을 제공하며 '추악한 승자'로 결승 무대를 밟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팀이 결승에 올라온 것이 부끄럽기만 할 뿐입니다.

그래도 전북의 상대는 어쨌든 알 사드입니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는 '닥공'만큼이나 알 사드의 주력 자원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관중을 폭행한 압델 카데르 케이타는 AFC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결승 무대를 밟았습니다. 여기에 수원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공격수 마마두 니앙도 출전합니다. 이 둘은 알 사드의 핵심 선수들이자 프랑스리그에서 꽤나 이름을 날렸던 선수들입니다. 수원전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둘은 그 명성만큼이나 힘, 개인기, 스피드 등에서 확실히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며 주목받았습니다. 이 둘을 제대로 막지 못하면 전북은 의외로 고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탄탄한 수비벽을 바탕으로 이 둘의 플레이를 확실히 막고 대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최강희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런 상황들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잘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ACL 결승 한국인 첫 맞대결...이정수를 눈여겨보라

이번 경기가 주목되는 것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처음으로 한국 선수 간 결승전 맞대결이 펼쳐진다는 것입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알 사드 중앙 수비에는 이정수가 버티고 있습니다. 수원 삼성과의 4강전에서 동료들의 비매너 플레이에 격분해 스스로 그라운드를 떠나 '괘심죄'에 걸린 것 아니냐는 말이 많았지만 그래도 다행히 지금까지는 주전 자원으로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번 결승전에 출전하게 되면 AFC 챔피언스리그 사상 한국 팀-한국 선수 맞대결이 벌어집니다.

이런 큰 의미도 있지만 과연 이정수가 어느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줄 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정수는 K리그팀과 맞붙어도 프로 선수답게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겠다며 제 기량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이정수는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며 알 사드 수비진을 이끌고 있습니다. 한국 팀 간 결승 맞대결은 아쉽게 또 무산됐어도 상대팀에 한국 선수가 있고, 그 선수를 넘어야 전북이 큰 꿈을 이룰 수 있는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이 첫 맞대결을 관심 있게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넣으려는 전북, 막으려는 이정수의 대결, 흥미진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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