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기술 발전에 따른 규제영역을 놓고 정권 말기 들어 정부부처 간 관할 갈등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온라인플랫폼, 전자금융거래 등 새로운 정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OTT에 대한 규제권한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세 개 부처는 지난해부터 오랜기간 주도권 경쟁을 이어왔다. 각 부처 내에 전담팀을 구성하고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경쟁 중이다.

방통위는 'OTT 정책협력팀'과 'OTT 활성화 협의체'를 통해 사업자 의견수렴과 정책지원에 나서는 한편, '시청각미디어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방송 서비스에 OTT 등을 포함하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 개념을 신설, 올해 법 제정을 추진한다. 과기정통부는 'OTT활성화지원팀'을 꾸리고 전문가 의견수렴을 통해 '중장기 방송 미디어 법제 정비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과기정통부는 OTT를 전기통신사업법상 '특수유형 부가통신사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문체부는 최근 'OTT 콘텐츠팀' 신설 추진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앞서 지난해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영상진흥기본법 전부개정안'은 OTT 정책 컨트롤타워를 문체부에 두는 내용이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OTT 사업자들은 중복규제를 우려하며 혼선을 빚고 있다. 정치권 내에서는 "부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져선 안 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지난해 9월 청와대·과기정통부·방통위·문체부 등 정부부처가 참여하는 'OTT 정책협의회'가 구성됐지만, 최근 문체부의 OTT전담팀처럼 부처 간 주도권 경쟁은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

거대 온라인플랫폼의 갑질 행위로 입점업체와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하는 이른바 '온플법' 제정에는 방통위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권한 갈등이 불거져 국회 소관 상임위로 번졌다. 공정위는 법제처 심사,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 단일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방통위의 반대의견이 정부입법 이후 개진된 것으로 볼 때 정부부처 의견수렴이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 의문을 낳고 있다.

과방위 소속 전혜숙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불공정 중개거래 행위 금지와 이용자 보호 책무를 부여하고, 방통위에 규제 권한을 두는 내용이다. 반면 공정위와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온플법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규정해 위반 시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기구는 공정위다.

온플법 규제권한에 대한 두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두 차례 조율에 나섰지만, 별다른 결론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 부처 간 관할 다툼으로 해석하는 데 대해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공정위안은 정부 단일안"이라는 입장을,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급기야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언론에 "방통위가 공정위 역할을 하려 한다"고 말해 규제 관할 갈등은 심화되는 양상이다. 조 위원장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정부의 단일한 합의안'이라고만 대응했는데, 이제는 말해야겠다"며 "온플법은 기존 법과 중복이 없다. 오히려 방통위를 위한 의원입법안이 기존에 공정위가 다루던 공정거래법, 약관법, 표시광고법과 중복된다"고 작심 발언했다.

이후 민주당 과방위측에서는 공정위 온플법을 겨냥해 "자기표절법안"이라는 검토의견을 내놨다. 민주당 과방위측은 공정위 온플법의 경우 중개거래계약서 조항 등 5개 조항을 제외한 모든 조항이 현행 공정거래법을 재현하고 있어 특별법 형태의 제정이 불필요하고, 오히려 역외적용 조항이 없어 국내 사업자에만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안에 포함됐던 입점업체 계약서 규정이 최종안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업계 반발이 일고 있다.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계약서 작성 시 수수료 부과기준과 절차에 관한 사항, 판매대금 정산방식과 지급 절차, 타 온라인플랫폼 입점제한 여부 등 8가지 계약사항이다. 공정위는 법 통과 이후 시행령 등을 통해 이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입점업계에서는 가장 민감한 수수료 부과기준을 비롯한 주요 계약조항이 사라진 탓에 이대로 법이 통과된다면 "지금의 계약서와 다를 바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금융권에서는 빅테크 기업의 내부 결제내역을 금융결제원이 받아 '청산'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윤관석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전금법 개정안 중에는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의 내부거래를 금융결제원의 '청산'을 통해 하도록 하고, 이를 금융위가 관리·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산'은 일정 기간 거래에 따라 발생하는 채권·채무관계를 계산해 서로 주고받는 금액을 한 번에 처리하는 일종의 거래 간소화 제도다. 예를 들어 A은행과 B은행 고객들이 서로 다른 금액을 송금을 할 경우, A은행과 B은행은 각 이체 건을 일일이 송금할 필요 없이 서로 줄 돈과 받을 돈을 빼하고 더해 남은 금액을 한 번에 정산하면 된다. 기존 청산 작업의 관리·감독은 한국은행이 맡고 있지만,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카카오페이 이용자 간 거래는 청산을 거쳐야 하며 금융위가 관리하게 된다.

금융위와 한국은행은 각각 전금법에 대해 "소비자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과 "정부가 거래내용을 보는 행위는 사생활 침해로 '빅브라더' 법"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두 기관이 결국 금융결제원을 통한 청산 작업을 누가 관리·감독하느냐를 놓고 다투는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무총리 산하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개인정보보호 법체계와 맞지 않아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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