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하이킥' 1,2편이 인기가 있었던 비결 중의 하나는 러브라인이었습니다. 전작들의 러브라인을 보면 그냥 보고만 있어도 흐믓하고 설레이게 만들었죠. 시즌 1,2편 모두 김병욱PD의 황당한 결말에 어이없어 했으면서도 시즌3를 기대한 것 역시 러브라인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하이킥3' 러브라인을 보면 정말 전작 스탭진들이 모여 만든 시트콤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에요. 특히 박하선-고영욱 러브라인은 시청자들에게 흐믓한 미소는 커녕 설레임도, 재미도 없습니다. 등장인물 관계도를 보니 박하선-고영욱이 연인으로 돼 설정돼 있던데요, 정말 관계도에 나온대로 두 사람이 연인으로 쭉~ 가는 건가요?

고영욱-박하선커플이 황당한 건 우선 만남과 연인이 되는 과정이 너무 어이가 없다는 거에요. 시트콤이기 때문에 이해하고 본다 해도 한강에 빠진 박하선을 한 번 구해줬다고 급 연인모드로 몰고 가는 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지갑을 주우러 물에 들어간 영욱이 스카프가 날아가는 걸 잡으려다 물에 빠진 하선을 구하고 그걸 빌미로 프로포즈하고, 주변 사람들의 강요에 못 이겨 억지로 프로포즈를 받아들이는 하선의 모습은 황당 러브라인 그 자체입니다. 고영욱이 아무리 직업도 없고, 능력도 없고, 돈도 없는 쪼잔남이라 해도 하선을 정말 사랑한다면 정식으로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에 빠졌다가 입원한 영욱은 이 기회를 살려 하선을 애인으로 만들려는 수작(?)을 부렸고, 병실 사람들도 영욱-하선이 아주 잘 어울리는 선남선녀라며 애인 만들기로 몰아갔습니다. 영욱의 치밀한 작업인지 몰라도 하선 고등학교에서는 교감이 주동이 돼 이벤트까지 열며 두 사람을 연인으로 몰고 갔는데요, 하선-영욱의 러브라인이 왜 이리 급히 전개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고영욱의 애절한 사랑 에피를 만든다 해도 비겁하고 치졸하게 프로포즈한 이상 러브라인이 공감대를 얻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무리 시트콤이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지만, 현실성이 없는 시트콤은 외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즌1의 이민용-서민정, 시즌2의 신세경-정준혁, 황정음-최다니엘처럼 시트콤이지만 뭔가 애틋하고 진지한 면이 있어서 러브라인별로 시청자들의 응원도 대단했지요. 시즌1,2때 러브라인은 급히 전개되지도 않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됐잖아요. 그런데 박하선-고영욱은 뭔가요? 학교 뮤지컬 공연 때 고영욱은 명성황후로 나온 하선을 처음 본 후 한 순간에 뿅~ 가는 바람에 그 이후 문자메시지 테러 등으로 어떻게든 하선과 엮어 보려고 했는데요, 하늘이 아니라 제작진의 도움으로 강물에 빠진 하선을 구하는 것으로 러브라인이 급조됐습니다. 지금까지 고영욱과 박하선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거나 애틋한 눈길 한 번 주지 않았기 때문에 급조된 러브라인에 거부감이 드는 겁니다.

그렇다면 박하선을 짝사랑하는 윤지석은 어떤가요? 체벌 문제 때문에 교무실까지 달려온 학부모에게 행패를 당한 하선을 위로한다고 야구장에도 데려가고, 하선이 개에게 물렸을 때 계상에게 치료를 받게 하는 등 하선 곁에서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해온 게 윤지석입니다. 하선을 도와주었어도 이를 계기로 어떻게든 엮어보려 하지도 않았고 마음속으로만 하선을 좋아하는 순정남이 바로 윤지석이죠. 그러나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프로포즈를 받는데, 이걸 그냥 보고 있는 건 고영욱과 다를 바 없지 않나요? 아무리 주변에서 부추긴다 해도 하선을 사랑한다면 그냥 있으면 안 되는 거죠.

고영욱을 가장 잘 아는 게 백진희잖아요. 고시원에서 같이 지낼 때 장조림 하나에도 쪼잔하게 군 고영욱을 백진희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백진희는 하선과 영욱이 연인으로 엮이는 걸 도시락 싸들며 말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백진희는 윤지석에게 하선-영욱이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0%라고 했지만요, 누구의 부탁도 거절하지 못하는 하선은 영욱의 프로포즈를 거부하지 못했습니다.

교감선생님 주도로 음악실에서 하선-영욱을 위한 이벤트가 마련된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정말 제작진이 억지로 러브라인을 만들기 위한 생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터넷에 고시생(고영욱)이 여교사(박하선)를 구해준 순애보가 뜬 이후 네티즌들이 결혼하라는 댓글을 많이 달아줬다고 해서 교감선생님이 두 사람 연인 만들기 이벤트까지 벌이다니요. 조회시간에 학생들까지 다 모인 자리에서 고영욱이 환자복차림으로 강당으로 들어서며 노래를 부르고, 하선 앞으로 다가와 꽃다발로 '제 맘을 받아주세요'라고 할 땐 솔직히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었어요. 너무 억지스럽고 황당했기 때문입니다.

고영욱이 하선에게 꽃다발을 줄 때 교감샘 등 선생님과 학생들이 '받아줘'를 연호했는데요, 김지원만큼은 '세상에~!'라며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지요. 물론 윤지석도 '받아줘'를 연호하는 학생들에게 하지 말라며 말렸지만 마음 약한 하선은 고영욱의 꽃다발을 거부하지 못하고 그냥 받고 말았습니다. 하선이 집에 와서 '어떻게 해~'라며 뒤늦게 후회했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죠. 많은 학생들 앞에서 꽃다발을 받았으니 이제 당분간 고영욱-박하선 러브라인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박하선-고영욱커플이 최악의 커플이 될지 아닐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요, 김병욱PD가 시즌1,2에서 전개하던 러브라인과는 너무 다릅니다. 천하의 쪼잔남 고영욱은 그를 겪어본 백진희가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 정도로 싫어하는 남잔데요, 사실 고영욱 캐릭터는 시청자들을 유쾌하게 만드는 건 아닙니다. 하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아픈 걸 핑계로 작업을 거는 것조차 보기 불편했습니다. 하이킥3 등장인물중 박하선이 그나마 기분 좋은 캐릭터인데요, 고영욱이 하선을 구해준 사건 하나로 러브라인으로 몰고 가는 건 너무 황당합니다. 즉, 러브라인 개연성이 전혀 없는데 억지로 몰고 가는 느낌입니다. 제작진이 일부러 논란거리를 만들려고 하선-영욱 러브라인을 몰고 가는 건가요? 그렇지 않고 등장인물 관계대로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해 간다면 시트콤 사상 최악의 황당 커플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잘 키운 아줌마 열 처녀 안 부럽다. 주부가 바라보는 방송 연예 이야기는 섬세하면서도 깐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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