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아시아 축구에서 벌어졌습니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수원 삼성과 알 사드(카타르) 경기 도중 벌어진 그라운드 몸싸움에 대한 AFC의 추가 징계에서 수원 삼성의 스테보, 고종수 코치에게 6경기 출장 정지를 내린 반면 관중을 폭행한 알 사드의 케이타에게는 추가 징계가 내려지지 않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일어난 것입니다.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추가 징계를 내리겠다고 약속했던 AFC는 오히려 이를 완전히 뒤집었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징계로 많은 축구팬들을 분통 터지게 만들었습니다.

▲ 그라운드에 들어온 관중의 얼굴을 때리고 있는 알 사드 케이타. 관중 난입은 잘못된 행위였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선수는 관중을 때려서 안 된다. 이런 선수를 벌하지 않는 것은 AFC가 페어플레이 정신을 망각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진: 김지한)

누가 봐도 케이타는 관중의 얼굴을 폭행했습니다. 영상 자료도 있고, 이렇게 사진 자료도 남아 있습니다. 물론 관중의 그라운드 난입을 용인한 수원 삼성의 관리 소홀이 문제였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케이타의 비상식적인, 있을 수 없는 행위 하나가 수원과 알 사드의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이 행위 자체가 페어플레이 정신을 망각한 수준을 넘어서 심각한 처벌을 내려야 하는 '매우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AFC는 그렇게 잘못된 행위를 보인 케이타에게 오히려 아무런 추가 징계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을 때린 것이 명백했음에도 AFC는 이를 묵인했습니다. 그밖에 몸싸움에 연루된 모든 알 사드 선수들 역시 어떤 추가 징계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수원은 2명의 징계로 AFC 규정에 따라 K리그 경기에도 나서지 못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알 사드는 추가 징계를 받지 않은 케이타, 그리고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던 마마두 니앙까지 모두 오는 5일 열리는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격적으로 비상식적인 행동을 한 '범죄자'가 아시아 챔피언을 가리는 최고의 무대에 나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결승전 무대 자체가 더럽혀지게 됐고, 스스로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 갉아먹는 AFC가 됐습니다.

이번 AFC의 결정으로 앞으로는 선수가 관중을 때려도 처벌받지 않는, 비상식적인 행위가 판을 치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습니다. 누구는 때리고 징계를 받은 반면 누구는 때렸는데도 징계를 받지 않는 불공정한 징계는 AFC 자체를 우스운 조직으로 스스로 만든 계기가 됐습니다. 그저 선수입장 시 페어플레이 깃발을 앞세우는 것이 부끄럽게 보여 지게 됐습니다.

▲ 수원 선수를 때리는 알 사드 선수의 손을 보고도 징계를 내리지 않는다는 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사진: 김지한)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선 안 됩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번 징계가 그대로 굳어질 경우, 아시아 축구 자체에 먹칠을 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가능한 모든 스포츠 외교력,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이번 징계는 뒤엎어야 합니다. 한국 축구, K리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시아 축구, 나아가 세계 축구계의 순수한 페어플레이 정신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많은 축구팬들의 희망이 돼야 할 축구가 '범죄 행위'를 용인하는 더러운 판으로 물들기 전에 바로 잡는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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