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심영섭 칼럼] 작년도에 우리나라 신문기업에서 종이신문 인쇄에 사용한 신문용지는 총 44만5천 톤이었다. 신문용지 톤당 정부 공시가격은 89만5000원이지만, 시장에서는 품질과 구매량, 결재방식에 따라서 70만원 중반대에 형성된다. 시장가격을 적용하더라도 신문기업이 2020년도에 신문용지 구매에 사용한 제작원가는 약 3500억원이 넘는다.

어느 신문사나 신문용지와 인쇄잉크 비용 구매에 제작경비의 1/3을 지출하는 상황이다. 신문사가 신문용지와 인쇄잉크 구매비를 제때 갚지 않으면 업계는 공급을 즉시 중단한다. 자금 여유가 있다면 미리 사둘 수도 있다. 그러나 신문용지는 부피가 크고 무거워서 며칠 사용할 분량만 보관할 수 있다. 그래서 한때 전국종합일간신문 가운데 재무상황이 악화하자, 직원 월급을 몇 개월씩 주지도 못했지만, 신문용지와 인쇄잉크 값은 제때에 지급해야 했었다. 심지어 자회사를 매각하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신문 발행을 중단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2020년말 우리나라 3대 제지업체의 신문용지 총 생산량은 56만9811만톤으로 국내소비가 44만5183톤, 수출이 13만1458만톤이었다. 이 수치는 전년 대비 생산량은 20.2%, 국내소비는 12.1%, 수출은 46.7% 줄어든 것이며, 2010년과 비교하면 생산량은 63.4%, 국내소비는 48.7%, 수출은 84.3% 줄어들었다. 현재 국내 신문용지 시장은 전주페이퍼(51.4%, 전주 소재)와 대한제지(30.0%, 충북 청원 소재)와 나투라페이퍼(18.6%, 충북 청원 소재)가 3분할하고 있다. 3사의 연간 신문용지 생산능력은 61.8만톤이다.

출처: 월간 제지계와 관세청 수출입통계를 바탕으로 재구성

신문용지는 한번 사용하고 수집한 신문고지(ONP)를 주요 원재료로 사용한다. 최근 제조기술 발전으로 신문용지를 생산할 때, 원목 펄프 30%와 신문고지 70%를 섞어서 친환경적인 신문용지를 생산하고 있다. 폐지는 크게 OCC(폐골판지)와 ONP(신문 고지), CPO(컴퓨터 출력용지 폐지), WL(고급용 폐지) 등으로 나뉘는데, 신문 폐지는 종이에 인쇄된 이물질을 화학 약품으로 제거하고 원목 펄프와 섞어서 생산한다. 예전에는 국내에서 수거된 신문 폐지의 품질이 떨어져서 뉴욕타임즈와 같이 원목 펄프만으로 생산한 신문용지를 사용하는 신문사의 고지를 수입하여 사용했었다. 그러나 2000년에 들어서면서 신문 폐지 분리수거와 재생처리 기술이 향상되면서 신문고지 수입은 2011년 이후 대폭 줄었다. 신문고지가 깨끗하게 수집되어 제지업체에 공급될 경우에는 재생률이 99%에 가깝다.

제지업체에서 생산하는 골판지나 포장지, 신문용지, 인쇄용지 등 모든 제지는 초지기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현재 한국제지연합회에 등록된 제지업체는 52개사로 총 116개의 초지기를 가동하고 있다. 연합회에 등록된 52개 제지업체 가운데 신문용지를 생산하는 회사는 3개사이다. 각 사별로 생산능력에 차이가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전주페이퍼는 1.25대(1대는 75%는 골심지, 25%는 신문용지 생산)를 가동하여 하루 평균 총 95.4톤을, 대한제지는 0.9대(10%는 기타용지 생산)를 가동하여 하루 평균 총 55.7톤을, 나투라페이퍼는 0.7대(30%는 골판지원지 생산)을 가동하여 하루 평균 34.5톤을 각각 생산한다.

평균적으로 신문용지 1톤은 대판(가로 374mm 세로 545mm) 판형 기준으로 일일 40면씩 총 5,040부를 인쇄할 수 있는 분량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40부 가량은 윤전기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첫 부분과 멈추는 마지막 부분, 혹은 다음 신문용지로 갈아끼는 부분에서 파지가 발생하여 가용 인쇄부수는 5,000부 내외이다. 이를 기준으로 신문인쇄부수를 추정하면, 2020년도 대판(가로 374mm 세로 545mm) 크기 일간신문(40면기준)을 매일같이 약 740만부 발행할 수 있는 규모이다. 15년전인 2006년과 비교하면 1000만 부 이상 줄었다. 물론 그사이 신문 크기를 중앙일보가 사용하는 베를린 판형이나 타블로이트 판형으로 바꾼 신문사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대학학보와 특수신문, 주간신문을 모두 합산하면 2020년도에 신문용지로 인쇄되는 부수는 약 900만부 정도로 추산된다.

출처: 월간 제지계를 바탕으로 재구성

신문용지가 제지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2016년도 제지업계 총생산량의 12%가 신문용지였다. 이 비중은 2003년도에는 약 20%였지만 매년 줄어든 것이다. 신문용지가 내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10% 미만이지만, 수출 비중은 2016년도에는 30%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 비중은 꾸준히 줄어서 2020년에는 신문용지가 제지 총생산과 내수시장,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대에 불과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 등 기존에 신문용지를 수출하던 지역에서도 종이신문 수요가 급감하면서 수출물량은 2010년 연간 69만톤에서 2020년 연간 13만톤으로 1/5수준으로 떨어졌다.

원인은 다양하다. 제지업계는 원인을 신문용지 과잉공급과 과당 경쟁, 중국과 인도 등에 대한 수출 감소, 공해 유발가능성에 대한 신규 인허가와 폐수처리 기준 강화, 신문 독자감소에서 찾고 있다. 제지업체들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여 신문용지를 생산하던 초지기를 수익성이 좋은 포장용지나 골판지 생산을 위해 시설전환을 하고 있다. 한국제지연합회 정기조사에 따르면, 2003년도에 연간 생산능력이 약 200만 톤이었던 신문용지 시설능력이 4년에 한번씩 실시하는 2016년 제9차 조사에서는 139.8만톤, 2020년 실시된 제10차 조사에서는 연간 61.8만톤으로 전기 대비 78% 가량 줄어들었다.

제지업체가 신문용지 생산을 줄이는데는 톤당 가격과 재생에 사용한 신문고지(ONP) 수급의 어려움이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 신문용지의 톤당 정부공시 가격은 2000년대 초반 79만원에서 최근 89만5천원으로 인상되었다. 약 20여년간 신문용지 공시가격과 시장가격은 물가상승률과 임금인상률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70만원대를 유지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신문사는 여전히 과거 70만원 중후반대 공급가격을 희망하고 있다. 제지업체 관계자들은 신문용지 톤당 가격 때문에 신문사와 갈등을 겪길 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제지산업은 산업특성상 폐수와 증기, 산업폐기물을 많이 배출한다. 신문사도 이러한 제지업계의 아킬레스건을 모르지 않는다. 제지업계는 신문업계와 신문용지 고시 가격 인상에 원만히 합의하는 대신, 실제 시장가격은 관행대로 수용했다. 하지만 공급량은 대폭 줄였다. 그 결과 신문업계는 톤당 가격은 지켰지만, 예전처럼 ‘물쓰듯 신문용지’를 쓸 수는 없게 되었다. 제지업체가 신문용지를 더 증산하도록 만들려면 신문용지 톤당 가격을 올려주어야 하고, 그러려면 신문구독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막다른 골목길이다.

또 다른 변수는 재생에 필요한 신문고지 수급 불안이다. 환경부는 2020년 민간합동 폐지수급관리위원회를 만들고 지난 2월까지 두차례에 걸쳐 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서 폐지 수급불균형 해소와 폐지수입 중장기 대책 마련, 국산 폐골판지 수출자제와 국내 우선 제공 등에 대해 우선 논의하였다. 그러나 신문용지 재생에 필요한 신문고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신문용지를 생산할 수 있는 신문고지가 부족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주요 전국종합일간신문과 경제일간신문이 찍어낸 신문의 절반이 인쇄공장에서 나와서 잉크도 마르기 전에 신문고지로 중국과 인도 등지로 팔려나갔다. 일부는 화훼농가와 과수농가, 공업용 자재생산업체, 어촌계에 팔려나갔다. 이렇게 팔려나간 신문고지는 절대 회수되지 않는다. 지역고물상에서 체계없이 수집한 신문고지도 쓸모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지역고물상 폐지는 외부환경에 노출된 장소에 쌓아둔 채 온갖 먼지와 눈보라와 비바람을 맞은 뒤 팔려나간다. 이러한 폐지는 신문용지로 재생하기에는 환경처리비용이 더 들어간다. 이렇듯 관리되지 않은 신문고지가 미래의 종이신문 발행을 위협한다.

지금부터라도 국내에서 신문용지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관리하지 않으면 신문용지 생산을 위해서 다시 신문고지 수입을 늘려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종이신문 발행부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 신문고지 가격도 상승한 상황이고, 펄프값도 오르고 있다. 이래저래 신문용지 톤당 가격은 올라갈 일만 남았다. 해답은 디지털 구독에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종이신문 독자가 존재하는 한 신문업계는 문제해결을 위한 출구를 찾아야 한다. 여전히 신문은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공재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부 폐지수급관리위원회에서 신문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자리는 없어 보인다. 제지업계에서 내수시장 점유율이 5% 내외인 신문업계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신문업계가 자생력을 갖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대신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자원고갈과 재료비 인상까지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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