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드라마 '천일의 약속'을 보면서 김수현 작가 특유의 숨 쉴 시간조차 없는 속사포식 대사 때문에 수애의 연기력이 뭍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는데요, 이에 대해 시청자 한 사람이 김수현작가 트위터에 '천약을 보고 싶어도 말(대사)이 너무 거슬려 보지 못하고 있다.'는 글을 남기자, 김작가는 발끈해 '그렇게 힘이 들면 김수현 드라마를 외면하는 방법이 있다. 나한테 말투 고치라는 건 가수한테 딴 목소리 노래하란 것이다. 그건 불가능하다. 내 대사가 바로 김수현이니까'라는 답변을 남겼습니다. 김작가의 말은 자기 대사가 거슬리면 보지 말라, 안 봐도 된다'는 식의 독선과 오만으로 들렸습니다.

어느 드라마든 시청자의 사랑 없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만약 '천약' 시청률이 바닥을 치고 있다면 김수현 작가가 시청자의 말에 오만하게 답변하진 않았을 거라고 봐요. '천약'은 지난 4회를 기준으로 17.5%의 시청률로 꿈의 20%대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는 김수현작가의 힘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요, 수애와 김래원 등 연기자의 힘도 인기 비결이라고 생각됩니다. 김작가는 대사가 다소 불편하다는 시청자의 요구를 '당신 같은 사람은 안 봐도 좋다, 내 대사가 바로 김수현이니까'로 일언지하게 묵살했습니다. '천약'이 수애나 김래원 등 연기자보다 극본 때문에 인기가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건가요?

시청자 요구에 같은 말이라도 '대사를 바로 고치기는 어렵겠지만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네요. 명색이 우리나라 최고의 작가인데, 시청자 대하는 태도는 최하의 작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김수현 작가만의 자존심을 내세운 거라고 볼 수도 있지만요, 시청자들을 우습게 아는 태도는 제 3자가 보기에도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물론 드라마 작가에게 대사를 '이렇게 써라, 저렇게 써라' 하는 건 기분 나쁜 일일 수 있어요. 작가의 고유 권한이잖아요. 그러나 김작가에게 대사 문제를 거론할 정도면 최소한 김작가 드라마에 애정과 관심이 있다는 건데요, 이 관심을 그냥 걷어차고 있습니다.

사실 김수현 작가의 말은 틀린 게 아닙니다. 대사가 거슬린다면 안보면 그만이니까요. 아직도 김수현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많습니다. 대사가 거슬린다는 몇몇 시청자를 위해 40년간 써온 대사(말)를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김작가의 트위터 답변 태도가 문제라는 겁니다. 김작가는 '나는 최고다. 내 대사에 대해 지적을 하는 사람은 필요 없다'는 식으로 시청자와의 소통을 거부했습니다. 소수 시청자들의 의견도 귀 기울여 들어줄 줄 아는 작가의 아량보다 너무 기고만장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말투가 거슬린다는 시청자에게 '거슬리면 보지마' 이런 태도를 가진 작가가 쓰는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감동을 줄 수 있을까요. 작가는 시청자와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요즘 사전 제작 드라마가 없는 것도 중간에 시청자들의 요구에 맞게 시나리오도 고치고, 새드 엔딩도 시청자들 요구에 따라 해피엔딩으로도 바꾸는 게 다반사인데, 김수현작가는 예외인가봐요. 독불장군 식으로 내 마음대로 할 테니 볼 테면 보고 말테면 말라는 건 지나친 오만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예능이나 다른 드라마에 대해선 김작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그녀는 지난 9월, '나가수' 순위 발표에 '등수발표 되풀이 병 부아가 터져 못 보겠다. 도대체 그 되풀이 병이 프로그램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라며 촌스럽다고 했습니다. 또한 '뿌리깊은 나무' 첫 회가 방송된 후 똘복이가 어려서는 한문을 못 읽다가 성인이 된 후 한문에 통달한 것을 보고 '똘복이가 언제 어디서 얼마동안 한문공부를 했는지 아시는 분 가르쳐주세요. 엄청 궁금합니다'라며 '뿌나'를 디스(비아냥)하기도 했습니다.

김작가 자신은 다른 예능이나 드라마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면서도 자신의 드라마에 대한 비판은 눈꼽만치도 용납치 않겠다는 게 너무 이기적이지 않나요? 지난해 동성애 커플의 언약식을 성당에서 촬영할 수 없게 되자, '더러운 걸레도 얼굴을 닦인 기분'이라며 카톨릭종교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김작가는 자신의 드라마에 방해가 되거나 제한이 되는 건 그 어떤 것도 용서할 수 없다는 심사인지 모르겠습니다. 김작가가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들을 보면요, 자신의 드라마는 완벽한테 다른 프로들은 헛점 투성이인양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걸 보면 작가의 도량이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시청자 의견에 '가수한테 딴 목소리 노래하란 것이냐'고 했는데요, 그 시청자는 딴 목소리 노래를 하라는 게 아니라 발라드는 발라드답게, 댄스곡은 댄스곡답게 강약이나 감정을 조절해 부르라는 요구였다고 봅니다. 김수현드라마를 음악에 비유한다면 전주나 간주, 쉼표 같은 게 없이 노래 부르는 것과 같기 때문에 숨 쉴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김수현 드라마를 보면 여백의 미가 없어서 수애의 감정신에서 감동을 느껴야 하는데, 대사가 많고 빨라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대사에 대해 시청자들이 조금 여유를 갖고 볼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하는 의견을 낸 것인데, '네가 감히 뭔데 나보고 대사 스타일을 바꾸라 마라 하나, 그런 잔소리하려면 내 드라마 보지 말라'는 엄포를 놓은 겁니다. 김작가는 자기가 하면 비평이고, 남이 자기 드라마에 대해 뭐라 하면 비난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공중파 TV 드라마는 작가 혼자 만드는 게 아니죠. 배우, 연출, 스탭 등 수많은 사람들의 힘이 합해져 하나의 드라마가 완성되는 겁니다. 작가는 스탭 중의 한 사람일 뿐입니다. 또한 드라마는 시청자를 위한 드라마지, 작가를 위한 드라마가 되서는 안 됩니다. 대사가 거슬린다는 시청자에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태도는 독선과 오만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김작가는 당대 최고의 작가 소리를 듣고 있는데요, 힘없는 시청자 의견 하나에도 소중히 귀를 기울여주는 작가가 되어주길 기대합니다.

잘 키운 아줌마 열 처녀 안 부럽다. 주부가 바라보는 방송 연예 이야기는 섬세하면서도 깐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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