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들의 예능 출연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진 지 두 달 만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MBC 파일럿 토크쇼에 출연한다.

MBC는 5일 밤 10시 5분 방송 예정인 파일럿 프로그램 <누가 누굴 인터뷰>의 첫 게스트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출연한다고 밝혔다. MBC는 홍보자료를 통해 “민주당 이낙연 대표 생애 최초 토크쇼 출연”이라고 강조했다.

오늘밤 10시 5분 방송 예정인 MBC 파일럿 프로그램 <누가 누굴 인터뷰> 한 장면 (사진=MBC)

<누가 누굴 인터뷰>는 평균 연령 10세 어린이 MC 6명과 초대 게스트가 벌이는 토크쇼다. 최근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포맷과 닮았다. 유튜브 채널 ‘ODG STUDIO’는 아이들이 가수 청하, 샤이니, 바비, 이수현, 로꼬, 치타 등을 만나 질문하는 콘텐츠를 올려 인기를 얻고 있다.

<누가 누굴 인터뷰> 첫 방송에 이낙연 대표와 ‘god’ 출신 가수 박준형 씨가 출연하고, 17일 2회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상화 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나온다. MBC는 게스트 라인업에 대해 “대한민국 최고의 셀럽들! 스포츠 스타, 정상급 연예인을 포함해 시사 프로를 제외하고는 만나보기 어려웠던 정계 유명 인사”라고 소개했다.

예고편에서 이낙연 대표는 “너 누구야”, “국회의원 그만두고 싶었던 적 없어?”, “다음 생에 태어나도 국회의원 할 거야?”라는 어린이 MC 질문에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대표는 아이들을 상대로 아재개그를 선보이거나 “나는 흙수저였다. 집안 형편이 몹시 어려웠다”는 등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전했다.

앞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 후보자들의 방송프로그램 출연으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지난 1월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아내의 맛>에 출연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딸과의 일상을 공개했고, 박영선 전 중소기업부벤처 장관은 남편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는 등 소탈하고 친근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후 나 전 대표는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섰으며 박 전 장관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다.

당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에 정치인을 예능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 성명을 냈다. 민언련은 “특정 방송사가 예능프로그램을 이용해 일부 정치인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주며 언론이 선거 시기 지켜야 할 중립성조차 위배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나경원 '아내의맛' 출연에 "정치인 홍보방송으로 전락")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은 5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잠룡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을 연달아 출연시키는 예비대선 홍보 방송”이라며 “방송이 왜 스스로 정치인들의 홍보수단이 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 처장은 “어려움을 극복하거나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멘토 역할로 섭외했다 하더라도 정치인들은 적합한 출연자가 아니다"라며 "게다가 10세 어린이들이 질문한다면 정치인들은 친근감과 인지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출연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정치인들은 방송을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방송은 프로그램 인지도를 높일 수 있어 이해관계가 맞지만, 시청자들은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살폈을 때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정치인이 친근한 이미지를 얻기 위해 예능·교양 프로그램을 활용한 경우는 많았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2018년 아내와 함께 TV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하고 한 달 뒤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그는 이후 서울 광진을 지역당협위원장에 나섰다. 2017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SBS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에, 원희룡 제주지사는 2019년 KBS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고정 출연했다. (▶관련기사 : 정치인 예능 출연 "방송사-정치인 모두 윈윈")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