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강행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20일 형태근 전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방송통신위원으로 잠정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방송통신위원회의 방통위원 5명의 인선이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향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지난 17일 열린 최시중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답변과 방통위 업무보고서 내용 등을 살펴보면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시장 중심적인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

최 후보자, 최우선 과제로 IPTV 사업의 진입규제 완화, 방통위 인적 조화 등 꼽아

인사청문회에 앞서 통합민주당은 방통위의 현안 중 최우선으로 처리할 업무 5가지를 최 후보자에게 서면 질의했다. 이에 대해 최시중 후보자는 △IPTV의 조속한 도입 △지상파방송의 디지털전환 촉진 △DMB 사업 활성화 △방송콘텐츠산업 활성화 △방통위 조직 안정화 등을 꼽았다.

최 후보자는 통합민주당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다수 사업자가 원활하게 IPTV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하고 다양한 서비스 창출을 위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혀 그동안 논란이 돼 온 사업권역 문제 및 네트워크 동등 접근권 등의 쟁점 사안에서 해당 사업자들의 입장을 대폭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 지난 3월 17일 열린 최시중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KBS 화면캡쳐
그러나 17일 오전 청문회장에서 김희정 한나라당 의원이 방통위원장 업무를 시작하면 가장 주력할 3가지를 묻자 서면 답변과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최 후보자는 일차적으로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인적조화를 꼽았고 다음으로 방송과 통신분야의 이해갈등 조정을 위한 전문위원회 구성, 기능적으로 방송과 통신을 통합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방통위 조직 안정에 가장 주력하겠다는 것이었다.

민감사안 질문에 최 후보자 너무 '신중'한 답변

게다가 최 후보자는 방송시장 소유 겸영 규제 완화, 신문방송 겸영 문제, 공영방송 민영화 등 민감한 사안을 묻는 질문에는 모두 "향후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상임 위원들과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허용에 대해서도 "시청자를 고려해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답변이었다.

또한 SKT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및 KTF-KT 합병논의 등 사업자간 M&A가 경쟁 촉진을 심화시켜 소비자에게 돌아갈 편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최 후보자의 답변은 방통위가 청문회 이전에 최 후보자에게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서의 방대한 내용과 비교할 때 상당히 신중하고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전에 방통위가 보고한 주요 정책 과제에는 방송시장의 소유겸영 규제 완화, 중간광고 허용, 통신사업자간 M&A 제도의 약식심사 제도 도입 등 구체적인 내용들이 추진계획으로 실려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일부 언론을 통해 인사청문회 이전인 12일부터 공개되기 시작했다.

'시장중심 방통위' 의견수렴 과정에 이목 집중될 듯

일각에서는 이러한 최 후보자의 답변 태도를 놓고 '청문회 하루만 버텨보자'는 안일한 자세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실제로 청문회 당일 최 후보자는 질문하는 의원의 말을 끊고 자신을 항변하기만 하거나 질문에 답변하지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았고, 이에 김덕규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오전 질의에서 두차례나 최 후보자에게 주의를 주기도 했다.

방통위가 최 후보자에게 제출한 업무보고 주요 정책과제에는 △케이블·위성·DMB 방송광고 규제완화 △방송사 재허가제도 3년으로 단축 등 제도 정비, △통신시장 신규사업자 진입 확대를 위한 재판매제도 도입과 요금인가제 폐지 △주파수 경매제 도입 및 시내전화·인터넷 전화간 번호이동제 시행 등의 시장친화적인 전파 규제 마련, △통신망 고도화를 위한 광통신기반의 BcN 보급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업무보고서의 내용으로 볼 때 앞으로 출범할 방통위는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산업 진흥정책에 대폭 무게를 두고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벌써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청자 등 미디어서비스의 이용자 전반의 권리나 복지 등이 등한시되면서 공공성이 크게 후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시장중심'을 표방하는 방통위가 얼마나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정책을 마련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미디어진영 안팎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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