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동안 대장정을 달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정규리그가 전북 현대의 우승, '가을 축구'에 도전할 6개 팀이 가려지면서 끝났습니다. 승부조작이라는 '큰 사건' 때문에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8월 이후 다시 힘을 냈던 K리그는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으며 무난하게 정규리그 시즌을 마무리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라운드까지 이어진 순위 싸움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진행됐습니다. 마지막 1분 1초에 터지는 골에 각 구장에서 뛰는 각 팀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결국 상위 6개 팀은 29라운드와 동일했지만 3-4위, 5-6위 순위는 뒤집혔습니다. 이제 K리그는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으로 6강 플레이오프 2경기,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 각 1경기, 그리고 대망의 챔피언결정전 2경기까지 총 6경기만 남겨두게 됐습니다. 6강 첫 경기는 오는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 서울과 울산 현대 대결을 갖고, 20일 수원 삼성과 부산 아이파크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펼쳐 단판승부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팀을 가립니다.

▲ 치열한 순위 다툼 끝에 울산 현대, 부산 아이파크가 6강행 막차를 탔다. (사진: 부산 아이파크)

매 시간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순위 경쟁

이미 경기 전부터 각 경기장은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타 구장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이미 순위가 결정 난 포항-성남, 대전-광주, 인천-상주를 제외하고는 5개 구장 분위기가 그랬습니다. 이미 '가을 축구'를 확정짓기는 해도 자존심 싸움이 걸린 서울-수원 간 3-4위 싸움, 그리고 '가을 축구 잔치'에 초대받기 위해 사력을 다한 울산 현대, 부산 아이파크, 전남 드래곤즈, 경남 FC, 제주 유나이티드의 6강 싸움 때문이었습니다. 한해 농사 결실을 맺는 자리였던 만큼 지금까지의 상황은 다 잊고 오직 승리만을 바라는 각 팀들의 경기력은 어느 때보다 불꽃 튀고 대단했습니다.

먼저 시동 건 전남, 하지만 다시 뒤집은 부산

30일 오후 3시에 8개 경기장에서 동시에 시작되고 가장 먼저 웃었던 팀은 전남 드래곤즈였습니다. 1위 전북 현대를 만나 가장 불리한 조건에서 마지막 라운드를 맞은 전남은 전반 17분 김명중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서나갔습니다. 그때까지 부산이 강원 FC를 맞아 골을 터트리지 못했기에 전남은 부산을 밀어내고 6위로 올라섰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부산이 전반 34분, 한지호의 선제골로 앞서나가며 다시 6위 자리를 탈환했습니다. 전남이 올라가려면 강원의 선전을 바라거나 5위 울산 현대와 맞붙는 대구 FC의 고춧가루 역할을 기대해야 했습니다. 만약 부산이 이기더라도 울산이 대구에 발목 잡히면 전남이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남은 후반 18분, 전북 김동찬에게 동점골을 내주면서 1-1 균형을 이뤘습니다. 같은 시각 8위 경남 FC는 FC 서울 하대성에 연속골을 내주면서 무너졌고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던 9위 제주 역시 수원에 뒤지면서 사실상 대반전 역사를 쓰지 못했습니다.

▲ 3-4위 순위가 뒤집힌 서울-수원 (사진:김지한)

후반 40분에 순위 뒤집힌 서울-수원... 6강도 마지막까지 피말렸다

이제 남은 것은 3-4위 경쟁과 6강 후보 세 팀의 싸움이었습니다. 전 라운드까지 골득실에서 1골 앞서 3위를 지켰던 수원은 제주를 맞아 전후반 각 한 골씩 넣으며 2-0으로 승기를 잡으며 사실상 3위 자리를 굳히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의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후반 16분 선제골을 넣은 시작으로 후반 33분, 후반 40분에 연속골을 넣어 해트트릭을 완성한 하대성의 활약이 빛났습니다. 결국 경남을 3-0으로 제압했고, 골득실 동률, 다득점에서 앞서는 성적으로 3위로 올라섰습니다. 수원 입장에서는 1골을 더 넣어야 골득실로 앞설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더 이상 추가골을 터지지 않았고 결국 서울이 수원과 승점(55점), 득실차(+18)에서 동률을 이루고 다득점(서울 56골, 수원 51골)에서 앞서 3위를 탈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2008년 정규리그 우승 경쟁을 하다 다득점까지 따져 수원에 1위를 내졌던 한을 미약하게나마 풀어낸 서울이었습니다.

6강 싸움 역시 어느 정도 정리가 돼가고 있었습니다. 부산은 후반 막판 양동현의 쐐기골로 2-0 승리를 굳히며 가을 축구를 확정지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울산 현대가 대구 FC에 일격을 당하거나 전남 드래곤즈가 전북 현대를 이기는 경우 순위가 뒤집히는 상황이 발생할 지 여부였습니다. 지키려는 울산, 넘어타려는 전남 양 팀 모두 피말리는 상황이었고, 순간순간이 길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더 이상 골 소식은 터지지 않았고, 울산이 6위에 오르며 '6강 지키기'에 성공했습니다. 중상위권을 지켰던 전남은 결국 막판 부진으로 땅을 치고 말았습니다.

팀 운명을 '진짜' 좌우할 내년 승강제, 6강 싸움 이상으로 흥미로울 것

각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지난 3일 수원전에서 패해 4위로 주저앉았던 서울은 막판 반전으로 수원을 밀어내고 3위를 탈환해 자존심을 세웠습니다. 또 부산은 6강 플레이오프 도입 이후, 그리고 안익수 감독 부임 첫 해에 처음 6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반면 전남은 불리한 조건을 뚫고 가장 이른 시간에 순위 변동에 요동치게 할 골을 넣었음에도 운이 따라주지 못해 가을 축구에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8위 경남, 9위 제주 역시 마지막 고비를 넘치 못하고 서울, 수원에 패하며 시즌을 마쳤습니다. 각 팀들을 응원했던 팬들 역시 이러한 결과에 웃고 울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이러한 실시간 경쟁을 통해 이를 지켜본 팬들은 팽팽한 긴장감과 여기서 우러나오는 흥미진진함을 느끼며 묘한 희열을 맛봤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돌아보며 내년부터 '사실상' 도입되는 승강제에 대한 생각을 해본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가을 축구'라는 목표를 향했던 올 시즌과 다르게 내년 시즌부터는 다음 시즌을 어느 리그에서 맞이하느냐를 결정하는, 향후 미래 뿐 아니라 팀의 운명까지 좌우할 리그 최종전이 치러질 것입니다. 현행 플레이오프제를 폐지하는 대신 상, 하로 나눠 스플릿 시스템으로 치러지는 것까지 정한 내년 시즌 리그 운영 방식이 확정되면 더 잘 알게 되겠지만 단 하나 확실한 것은 말 그대로 지금보다 더 박터지는 것, 그리고 더욱 긴장감이 흐르는 분위기 속에서 경기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물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말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더욱 흥미진진해지고 기대되는 측면이 좀 더 많은 건 사실입니다. (동시에 강등권 선상에 있는 팀들은 별로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강등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올 시즌의 순위 싸움, 6강 도입 이후 지속돼 온 흥행성 등을 잘 고려해 새로운 시스템을 최종 확정, 정착시키는 것이 앞으로는 중요할 것입니다.

리그 최종전을 통해 각 팀의 엇갈린 운명도 그렇지만 앞으로 한국 축구에 큰 변혁을 일으킬 승강제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이번에 벌어졌던 6강 싸움, 그리고 3주 후부터 펼쳐질 챔피언십에서 확인하게 될 사항을 바탕으로 내년에 도입될 '한국형 승강제'가 어떤 모습으로 선보이게 될 지, 그래서 내년 이맘때 어떤 팀들이 웃고 울게 될 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물론 그것만큼이나 피말리는 싸움 끝에 올라온 각 팀들의 '더 치열한 경쟁' 챔피언십에서의 승부 역시 흥미롭게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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